디자인 관점에서 바라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지난 9월,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 디자인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번 올림픽 메달은 이석우 디자이너가 맡았는데, 우리 민족의 상징인 ‘한글’을 모티브로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세계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음성 체계로 과학성을 인정받은 세계기록유산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정신이다. 이석우 디자이너는 한글을 식물에 비유해, 한글은 민족의 ‘뿌리’로, 대회 경기와 메달은 ‘꽃과 열매’로 가정했다. 또 뿌리와 열매를 잇는 ‘줄기’는 올림픽을 준비한 ‘선수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메달을 디자인했다.
출처 | 이석우 디자이너
메달의 앞면에는 올림픽 전통에 따라 좌측 상단에 오륜마크를 배치했고, 선수들의 노력과 인내를 역동적인 사선으로 표현했다. 뒷면은 대회 엠블럼과 세부종목 이름을 새겨 넣었다. 측면에는 평창동계올림픽의 자음을 차례로 넣어 장식을 더했다. 메달과 연결되어 있는 리본 부분은 전통 한복 특유의 갑사를 소재로 활용했고, 한글을 이용해 눈꽃 패턴을 만들어 자수로 새겨 넣었다. 이석원 디자이너는 “우리 민족의 상징인 ‘한글’과 전통 ‘한복’을 모티브로 사용했고, 전체적으로 한국적인 세련미를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공개된 후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깔끔하지만 한국의 미가 많이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세련됐다”, “기대 이상이다” 등 전반적으로 차별화 된 디자인에 만족스러운 반응도 있었다. 디자인 평론가로 활동중인 이모씨는 “한글과 스포츠의 연관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지루하고 안전한 디자인을 택했다”는 평을 개인 SNS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2016 리우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의 메달과 비교해 봤을 때, 완성도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올림픽 엠블럼 디자인에서부터 전반적으로 통일성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그래서 2016 리우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과 2018 평창올림픽의 디자인을 비교해보았다.
2016 리우 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의 로고는 공모를 통해 선정되었다. 2010년 140여 점의 출품작 중 선정된 8점의 파이널리스트 중에서 선정했다. 최종 선정된 이 엠블럼은 브라질 디자인 회사인 Tatil에서 디자인했는데, 리우 올림픽이 진행되었던 ‘리우데자네이루’의 풍부한 자연과 활기찬 사람들 그리고 운동선수를 시각화해 올림픽 정신인 ‘화합과 협업’을 표현했다. 디자인 기획이 탄탄해 모티브 선정부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한치의 오차없이 디자인되었다. 그렇기에 2016 리우 올림픽 브랜딩 디자인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갖게 된 것이다.
Tatil Design creative director Frederico Gelli
2016 리우 올림픽 엠블럼 3D 프린팅
2016 리우 올림픽 티켓
2016 리우 올림픽 성화봉
로고에서부터 올림픽에서 사용되는 픽토그램, 티켓, 성화봉 디자인까지 모두 동일한 모티브에서 시작되어 결과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보기에 불편함이 없고, 설득력이 있고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이 나오게 된 것이다. 브랜딩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정체성을 부여해주고 결과물이 그대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가는 역할인데, 디자이너 베스 룰라(Beth Lula)가 리우 올림픽의 브랜드 디렉터를 맡았다. 그녀는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브라질 고유의 문화를 전달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2012 런던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엠블럼
2012 런던 올림픽의 디자인 컨셉은 ‘모든 이들의 축제’로 즐겁고 활기찬 스포츠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 나아가겠다는 데에 의미를 두었다. 디자인 회사 울프 올린스(Wolff Olins)이 브랜딩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했다. 2007년에 공개되었던 이 엠블럼은 충격 그 자체였다. 올림픽에서는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뉴레이브(New Rave)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뉘는 결과물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숫자 2012를 단순화 시킨 형태의 모던한 디자인과 강력한 네온컬러로 ‘젊음과 용기, 에너지’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너무 파격적인 결과물로 당시 언론과 네티즌 그리고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 간의 갈등이 팽팽했다. 논란이 끊이질 않았고, 올림픽 로고 사용에 대한 찬반 투표까지 진행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엠블럼 디자인 하나로 세계적인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렸을 것이다. 심지어 반대하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직접 디자인한 올림픽 로고까지 등장하기도 했을 정도로 영국 디자인계에서는 엄청난 이슈거리였다.
영국 디자인 회사 Someone | http://www.someoneinlondon.com
영국 디자인 회사 Someone | http://www.someoneinlondon.com
영국 디자인 회사 Someone | http://www.someoneinlondon.com
2012 런던 올림픽 메달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공개한 픽토그램 역시 역대 보지 못한 화려하면서도 역동적인 디자인으로 ‘모든 이들의 축제’라는 컨셉에 걸맞게 디자인되었다. 그 이후에는 포스터와 경기장 외관 디자인까지 공개되었는데, 보고만 있어서 신나고 흥분되는 그런 시안들이었다. 런던 올림픽의 메달은 영국 예술가인 데이비드 왓킨스가 디자인 했는데, 미래적인 미니멀리즘의 성격이 강한 왓킨슨의 디자인이 런던 올림픽에도 잘 어울렸다.
2018 평창 올림픽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엠블럼
평창 올림픽의 엠블럼도 메달과 마찬가지로 한글 초성을 이용해 디자인 되었다. 얼핏보면 동일하게 ‘한글’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엠블럼 디자인과 메달 디자인은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엠블럼은 ‘평창’에서 각각 따온 초성 ‘ㅍ’과 ‘ㅊ’을 사용했는데, ‘ㅍ’은 동양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기반으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울리는 열린 광장을 의미하고, ‘ㅊ’은 눈과 얼음 그리고 동계올림픽 스타를 상징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픽토그램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티켓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디자인은 브랜드 디렉터의 부재로 전체적인 통일성을 놓쳐버렸다는 지적을 받는다. 로고 디자인은 제일기획이, 메달 디자인은 이석우 디자이너가, 성화봉 디자인은 김영세 디자이너가 맡아 진행했다. 잘 디자인 된 각각의 결과물들을 한데 모아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따로 노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 메달 디자인에서 아쉬운 것은 시각적으로 강하게 다가오는 사선의 느낌이 다른 어떤 디자인에서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메달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성화봉
한국은 매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원의 디자이너를 배출하고 있다. 개개인으로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도 있다. 하지만 국내 디자인 산업은 규모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어쩌면 평창 동계 올림픽을 홍보하는데 힘이 부치는 이유 또한 디자인 기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기획 단계가 없었기 때문에 모든 홍보물들이 제각기 다른 말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설득력 없는 콘텐츠만 생산될 뿐이다.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브랜딩 기획이 더 명확해야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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