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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스포츠판 ‘어벤져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글 / 권순찬

 

 

  우리나라 사람들은 미국의 슈퍼히어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같은 히어로 영화는 늘 많은 관객들을 동원한다. 여러 히어로들이 한 번에 나오는 영화인 ‘어벤져스’는 1000만이 넘는 관객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벤져스’는 히어로 영화 속 히어로 팀의 이름이지만 본디 의미는 ‘복수하는 사람들’ 이라는 뜻이다. 복수는 원수를 갚는 행위를 말한다.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선 복수가 수시로 일어난다. 친구들 간에 사사로운 복수에서부터 정치계의 정치보복까지 많은 복수들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센 스포츠 선수들도 복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실력으로 복수하거나 심한 경우 끔찍한 반칙으로 복수하기도 한다. 이런 선수들이 진짜 스포츠계의 ‘어벤져스(복수하는 사람들)’ 이다.

 

 

1.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세계최고의 선수는 실력으로 복수한다

 

호날두는 메시의 세레모니를 그대로 복수하였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http://sports.news.naver.com/wfootball/news/read.nhn?oid=001&aid=0009472567)

 


   세계 최고 축구선수의 자리를 두고 겨루고 있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이다. 이 두 선수는 세계최고의 축구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9번을 나눠가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축구계의 라이벌로 활약하고 있는데 두 선수의 소속팀이 최고의 라이벌인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인 것도 둘의 라이벌 의식을 더 자극시키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생긴 사건이 터졌다. 리그 우승을 두고 경쟁하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2대2 동점상황에서 90분을 넘어 추가시간이 흐르고 있던 순간, 메시는 3대2를 만드는 결승골을 넣었다. 골을 넣은 후 그는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라이벌 팀의 홈구장에서 자신이 최고임을 보여준 것이다. 자존심이 강한 호날두에게는 큰 치욕이었다. 그는 실점 후 동료들을 질타하며 크게 화가 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복수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8월 바르셀로나 홈구장인 캄프누에서 열린 ‘2017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1차전’에서 호날두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극적인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호날두는 4월의 치욕을 잊지 않고 있었다. 득점을 한 후 호날두는 메시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유니폼을 벗어 관중들에게 보여주었다. 그 역시 라이벌 팀의 홈구장에서 자신이 최고임을 보여주었다. 이 세레모니로 경고를 받은 호날두는 2분 뒤 경고를 한 장 더 받아 퇴장 당하였지만 팀을 승리로 이끈 통쾌한 복수 덕분에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었다.

 

 

2. 마이클 조던 : 황제의 복수시리즈


  마이클 조던은 황제라는 별명답게 화려한(?) 복수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시애틀의 감독이었던 조지 칼에게 한 복수이다. 96파이널에서 조던의 시카고 불스에게 패한 시애틀의 조지 칼 감독은 ‘조던은 점프슈터에 불과하다’는 발언으로 조던의 심기를 자극했다. 그 발언이 있은 후 조던은 다시 조지 칼 감독의 시애틀과 만났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블 클러치나 덩크 등 화려한 기술로 복수를 했을 거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조던은 달랐다. 그는 그 경기에서 페인트존 근처에는 가지도 않고 오로지 점프슛으로만 승부해 무려 45득점을 폭발시켰다. ‘점프슈터에 불과하다’는 발언에 대해 점프슛으로만 복수를 한 것이다. 조던은 점프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봤냐?’는 듯한 표정으로 상대 벤치를 쏘아봤다.

 

  조던은 자신을 블락한 상대에게 복수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던은 로드맨과 만난 경기에서 블락을 당하고 말았다. 그 후 그 경기에서 조던은 로드맨의 슛을 계속 블락해내며 로드맨에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는 말을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한 번은 자신을 블락한 상대를 잊지 않고 있다가 바로 다음 경기에서 그 선수를 앞에 두고 ‘인유어페이스’ 덩크를 성공시킨 후 포효를 한 적도 있다. 조던에게 덩크를 당한 선수는 “조던은 골밑에 내가 있는 것을 알고 덩크를 시도했다. 왜냐하면 전 경기에서 내가 그를 블락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조던은 최고의 선수였던 만큼 많은 견제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이를 극복해내고 복수를 해냈다. 조던이 이런 견제와 비판을 극복하는 게 그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는 그의 다음과 같은 명언을 통해 알 수 있다. “날 욕해라, 날 미워해라, 날 비판해보아라. 그럴수록 난 더욱 강해질 것이다.”

 

 

3. 로이 킨 : 4년을 기다린 복수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100가지 순간’ 중 하나로 뽑힌 로이 킨의 복수.

(사진출처 = 텔레그라프. / http://www.telegraph.co.uk/sport/football/competitions/premier-league/11221159/Premier-Leagues-100-greatest-moments.html?frame=3105486)

 


  로이 킨의 복수는 가장 유명한 복수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알려진 로이 킨의 복수는 이렇다. 라이벌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각각 뛰고 있던 로이 킨과 할란드는 리그 경기에서 만나 경기 내내 신경전을 벌이다 할란드가 로이 킨의 무릎을 고의로 찍어버린 뒤 쓰러져 있는 로이 킨을 향해 “별 것도 아닌게 까불고 있어” 라고 말하면서 침을 뱉고 퇴장 당한다. 이 부상으로 로이 킨은 십자인대가 파열돼 오랜 재활훈련을 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할란드가 맨유의 지역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며 4년 만에 둘은 ‘맨체스터 더비’에서 만나게 된다. 4년 전 일을 잊지 않고 있던 로이 킨은 할란드의 무릎을 찍어버린 뒤 그에게 들었던 말을 그대로 되갚으며 퇴장 당한다. 이게 우리나라에 알려진 로이 킨의 복수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부분이 있다. 먼저 로이 킨은 할란드에게 반칙을 당한 것이 아닌 할란드에게 태클을 걸다가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당시 쓰러져 있는 로이 킨을 향해 할란드가 한 말은 “부상당한 척 하지마” 였다. 로이 킨이 화가 난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자신은 진짜 아픈 데 아픈 척 하지 말라고 하니 화가 난 것이었다. 그 부상으로 로이 킨은 팀이 우승을 놓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했고 그가 없는 아일랜드 대표팀은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로이 킨에겐 뼈아픈 부상이었다.

 

  또 잘못 알려진 점은 할란드가 그 태클로 인해 심한 부상을 당하고 은퇴를 하게 되었다는 점인데 할란드는 그 태클을 받고 나서 일주일 후에 리그 경기에도 출장을 했었다. 할란드가 무릎부상으로 은퇴를 하게 된 것은 맞지만 태클을 당하기 전부터 무릎이 안 좋았기 때문에 로이 킨의 태클이 할란드 은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할란드와 로이 킨은 킨의 부상 이후 4년 만에 재회한 것도 아니었다. 그 전에도 이미 둘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었다. 다만 로이 킨의 자서전에 따르면 로이 킨은 ‘맨체스터 더비’를 복수의 시점으로 삼았고 경기가 끝나기 직전 할란드의 무릎에 강력한 태클을 날린 것이다. 로이 킨은 “주심이 레드카드 꺼내는 걸 기다리지도 않았다” 고 하며 그가 고의로 태클한 것임을 밝혔다. 로이 킨이 4년 동안 기다려 온 복수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후에 자서전을 통해 고의적인 태클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며 많은 논란이 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