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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폴더/스포츠마케팅

2010 남아공월드컵의 최대 강적은 ‘매복 마케팅’??

                                                                  글 / 김형석 (국민대학교 스포츠마케팅연구실 연구원)

지구촌 최대 축제인 월드컵이 돌아온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이 오는 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에서 열린다. 본선 출전 32개국
중에는 7회 연속 진출 업적을 달성한 한국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국이 본선에서
받게 될 조 추첨 성적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가 오고 가는 등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팬들은 조 추첨
결과뿐 만 아니라 세계 톱 클래스 선수들이 그라운드 안에서 펼치는 승부와 사령탑들의 지략대결
등을 기대하며 남아공월드컵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의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굴지의 기업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월드컵을 앞두고
벌써부터 스포츠마케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획과 실행을 반복하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공식 후원사들은 대회 주최 측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며 얻은 권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권리를 얻지 못한 동종 일반 기업들은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
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이용, 대회 주최 측과 공식 스폰서 기업의 매서운 눈초리를
교묘히 피해갈 방법 마련에 골몰 중이다.

 
이런 현상은 월드컵과 하계, 동계 올림픽 등 전 세계가 즐기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Mega
Sports Event)에서 꾸준히 반복
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는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당장 개회식부터 말썽
속에 치러졌다. 대회 개최지인 중국에서 내세운 성화 최종봉송주자는 리닝이라는 중국 남자
체조대표 출신 스포츠용품사 회장이었다. 올림픽 공식 후원사 아디다스는 리닝이 성화를
들고 궈자티위창(국가체육장.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허공을 달리는 모습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에도 손 쓸 방법도 없이 TV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리닝은 이뿐만 아니라 올림픽개최 1년 전부터 대회 폐막시까지 중국 및 전 세계의 올림픽
관련 소식을 전하는 관영 신화통신(CCTV)의 진행자들에게 리닝 상표가 붙은 옷을 입혀 TV에
출연케 하는 등 지독한 매복 마케팅을 펼쳤다. 이밖에 나이키, 푸마, 펩시 등 다국적 기업과
중국 기업들의 무차별 공세도 대회기간 내내 이어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베이징올림픽
위원회(BOCOG)는 ‘반 매복마케팅(Anti-Ambush Marketing) 캠페인’을 벌이는 등 사력을 다했으나,
드넓은 베이징 시내 곳곳 빌딩에 홍보관을 숨겨둔 채 언론 및 팬들의 발길을 끌어들인 이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매복 마케팅이란 공식 스폰서가 아닌 동종 일반 기업이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마치
공식스폰서인 것처럼 대중을 현혹, 공식 스폰서가 대회 스폰서십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의 일부를 획득하는 활동을 일컫는 것이다.

이는 공식 스폰서가 되지 못한 기업의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공식스폰서로 참여한 기업이
독점적 권리(Exclusive Rights)라는 강력한 무기를 등에 업고 엄청난 수익 효과를 얻는 것을
본 경쟁 기업은 수익창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복 마케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

매복 마케팅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 및 계획된 의도적인 기업 활동으로 우연히 발생하는
일회성 광고효과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면서 대회 공식 스폰서의 존재를 흐리게
하거나 심지어는 해당사가 공식 스폰서로 인식하게 하는 전략에 근거
한다.

과거의 매복 마케팅은 대회 주최 측 및 공식 스폰서의 법적 대응을 우려, 단기간 활동을
전제로 했지만, 최근에는 이들의 시야를 최대한 벗어날 수 있는 범위 속에 중장기간 활동한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무수한 매복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IOC와 BOCOG의 대응이 미약했던
이유는 중국 내에 ‘매복 마케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있지만, 매복
마케팅에 참여한 회사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치밀한 대응이 주된 원인이다.

매복 마케팅의 또 다른 특징은 선수보증광고(Endorsement)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스포츠 팬들이 대회 공식 스폰서보다 우수한 성적을 올리는 유명 선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베이징올림픽 당시 남자 육상 3관왕 우사인 볼트는 금메달을
딸 때마다 기록이 게시된 전광판에 서서 푸마 로고가 선명한 스파이크를 얼굴에 대고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볼트의 환한 미소와 푸마 로고가 전 세계의 안방으로 전달될 동안
아디다스는 쓴 잔을 들이켰고, 푸마는 쾌재를 불렀다.

베이징올림픽을 중심으로 매복 마케팅의 예를 들었지만, 2002한일월드컵에서도 비슷한 예는
있었다. 당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을 후원했던 나이키는 전 국민이 환호한 4강 신화 속에
엄청난 수익을 챙겼다. 한국과 함께 후원한 브라질 대표팀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얻은 수익도
컸다. 당시 나이키의 이익은 공식 후원사 아디다스를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공식 스폰서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으며 대회를 꾸려나가는 주최 측이 매복 마케팅을
방치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매복 마케팅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한 무기를 통해 이들의 힘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

2006독일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FIFA와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는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인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축구중계를 시청하며 환호하는 일명 거리응원에 착안,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독일 내 12개 도시 광장에 ‘팬 페스트 존(Fan Fest Zone)'을 마련했다.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광장의 넓은 공간에 월드컵 경기를 마음껏 시청할 수 있는 대형 멀티비전과 공식 후원사가
마련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 팬 페스트 존은 직접 경기장을 찾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던 축구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와
16강 전 등 총 56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1,100 만 여명이 팬 페스트 존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일월드컵 당시 거리응원에 참여했던 인원에 비해 25% 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한 FIFA는 경기장 100m 전방부터 입장하는 관중 및 주변 상황을 철저히 단속, 매복 마케팅을
원천 봉쇄했다. FIFA의 공식 스폰서에서 만들었거나 제공한 상품이 아니면 상표를 가리거나
떼어낸 뒤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공식 스폰서 경쟁 기업들의 부스는 경기장 근처에 아예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매복 마케팅에 철퇴를 내리겠다고 공언했던 FIFA의 대반격 속에 월드컵 개최도시의 시내 중심부
및 역, 광장 등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했던 경쟁 기업들은 기대 이하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쳤다. 독일월드컵에서 4년 전의 영광 재현을 노렸던 나이키는 아디다스를 밀어내고 축구 용품
업계 1위에 오르겠다는 야심을 접어야 했다. 특히, 나이키는 2000년 당시 네덜란드-벨기에가
공동개최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0) 당시 펜 페스트 존과 유사한 ‘나이키 존’을 설치, 대회
공식후원사 아디다스를 넘는 실적을 올린 바 있어 독일월드컵에서의 패배는 더욱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반면, 한일월드컵에서 매복 마케팅 탓에 쓴 맛을 봤던 공식 파트너들은 FIFA의 반격에 활짝
웃었다. 펜 페스트 존에 홍보부스를 차린 현대자동차는  체험 형 공간을 만들어 팬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코카콜라는 음료,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독점 판매하며 홍보와 수익 효과를 동시에
거뒀다. 경기장면이 중계되는 멀티비전 주변에는 필립스의 로고가 선명했다. 경기장 내에서도
이들의 부스가 마련돼 FIFA의 보호 하에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이 펼쳐졌다. 후원 기업에게 최고의
대우와 최상의 권리, 마케팅, 판매 조건을 제공, 만족을 이끌어내 향후 스폰서십 가치를 극대화
시키겠다는 FIFA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FIFA는 독일월드컵보다 더욱 강력한 스폰서 보호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이 매복 마케팅의 잔치 속에 치러지는 것을 현장에서
똑똑히 목격한 FIFA는 벌써부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독일월드컵에서의 패배를
만회하기 위한 경쟁 기업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은 경쟁 기업의 매복 마케팅 욕구를 더욱 자극시킬 만하다. 일각에서는
베이징의 매복 마케팅 잔치가 남아공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어, FIFA와 공식
스폰서-경쟁 기업 간 맞대결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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