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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테니스전설들과 함께한 가을잔치

#테니스전설들과 함께한 가을잔치

#허규기자




지난 11월 12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테니스계 전설적인 선수들이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을 찾았다. 이들이 테니스 변방국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ATP Champions Tour인 기아 챔피언스컵에 참가하기 위해서이다.


ATP Champions Tour



▲2016 기아 챔피언스컵 출전 선수들 출처 : 기아 챔피언스컵 공식 홈페이지



ATP Champions Tour는 은퇴한 테니스 선수들 중 4대 그랜드슬램 결승진출 경력 또는 세계랭킹 1위 경력 또는 데이비스컵(테니스 국가대항전) 우승팀에서 단식경기 출전경험이 있는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전설’들의 대회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챔피언스 투어는 현재 54명의 선수가 등록되어 있으며 일반 테니스 대회처럼 포인트를 부여하여 랭킹도 산정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스웨덴 스톡홀름,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등 8개국에서 대회가 열리며 현역 선수들의 경기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는 경기력과 쇼맨십을 제공한다. 1980년대를 휘어잡은 존 메켄로 부터 2000년대에 활동한 제임스 블레이크, 앤디 로딕 같은 젊은 선수까지 출전하기 때문에 경기 관람 연령층이 넓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대회이다. 서울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수려한 외모와 파워풀한 플레이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마라트 사핀, 'You cannot be serious' 코트의 악동 존 메켄로, 최고의 서브 앤 발리어 피트 샘프라스, 체크무늬 헤어밴드가 인상적인 팻 캐시가 출전하여 올림픽공원을 찾은 관중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기아자동차의 스포츠마케팅



▲ 기아 자동차의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활동 출처:나무위키, 위키백과



지난 10월 글로벌 브랜드가치 69위를 기록하며 5년 연속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어낸 기아자동차는 ‘The Power to Surprise(세상을 놀라게 하는 힘)’를 슬로건으로 내새우며 역동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기아자동차의 스포츠 마케팅이 있는데 미국 여자 프로골프 LPGA, 유럽축구연맹 UEFA, 미국 프로농구 NBA, 국내 프로야구의 기아 타이거즈 등 종목에 관계없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 제고 및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 세계적인 인기 스포츠인 테니스에서도 2002년부터 4대 그랜드슬램 중 하나인 호주오픈을 후원하고 있다. 대회기간동안 100여대의 자동차를 제공하고 드라이브 하면서 유명 선수를 인터뷰하는 ‘오픈 드라이브’, 세계 각국에서 선발된 기아자동차 고객들에게 호주오픈 경기와 현지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아 럭키 드라이브’ 등의 활동을 통해 2015년 호주오픈에서는 2억8000만달러 가치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로고만 보여주는 광고가 아닌 종목별, 지역별 차이를 둔 마케팅과 사회공헌프로그램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아자동차는 2014년 코리아오픈 타이틀스폰서로 활동하면서 갈고 닦은 마케팅 역량을 선보인 바 있다. 2015년부터 코리아오픈이 아닌 챔피언스컵 타이틀 스폰서로 활동하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능숙한 대회 진행과 다양한 행사들로 관중들을 맞이하였다. 또한 자사 고객을 위해 기아 고객전용 티켓교환 부스도 만들고 관람권 증정 이벤트에 참여한 기아 레드멤버스 회원들은 참가 선수들에게 원포인트 레슨을 받을 수 있는 특권도 주었다.

스포츠에서 스폰서십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현재, 조금 더 질 높은 대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후원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브랜드인 기아자동차가 국내에서 열리는 챔피언스 투어의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여 수준높은 경기를 테니스인들에게 선물한다면 테니스인들은 많은 관심과 지지로 이에 보답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기아자동차도 얻고자 하는 바를 얻을 수 있고 테니스인들은 챔피언스 투어 뿐만 아니라 ATP투어를 후원하는 기아자동차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삼성, 현대와 더불어 전 세계적인 스포츠마케팅을 하고 있는 기아자동차가 앞으로도 국내・외 테니스 산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길 기대해본다.


지루할 틈이 없었던 4시간


▲ 감탄과 웃음으로 가득했던 기아 챔피언스컵 경기


개인적으로 이번 챔피언스 투어는 직접 관람했던 마스터즈 대회보다도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 현역선수들의 경기에서는 강력한 파워, 허를 찌르는 샷, 어떠한 공도 받아넘기겠다는 집념을 볼 수 있지만 경기 내내 숨을 죽이며 긴장을 늦출 수 없고 3시간이 넘는 경기를 집중해서 보면 관중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반면 챔피언스 투어는 은퇴한 선수들의 무대이고 이벤트적인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선수의 트레이드 마크, 노련미, 쇼맨십 등을 유감없이 볼 수 있다. 피트 샘프라스는 그랜드슬램에서 14차례나 우승한 선수답게 현역시절을 연상시키는 서브와 고난이도 발리를 선보여 관중들의 갈채와 탄성을 자아내었다. 존 메켄로 역시 21살이나 어린 마라트 사핀을 상대로 한 결승전에서 날카로운 샷과 각도깊은 서브로 클래스가 무엇인지, 경기 운영이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36세의 사핀은 일찍 은퇴한 젊은 선수답게 현역선수에도 밀리지 않을 강력한 파워와 투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팻 캐시는 압도적인 경기력보다는 관중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으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특히 팻 캐시는 자신의 헤어밴드를 가지기 위해 싸우는 아이들을 위해 가위로 반씩 잘라주고, 볼퍼슨에게 샘프라스와 공을 치게 하고, 석연치 않은 판정에 돈으로 심판을 매수하려는 모습 등 익살스러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관중들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유쾌한 시간을 선물하였다. 또한 3・4위전과 결승전 사이에는 빅서브 챌린지라는 일반인들의 서브속도를 측정하여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통해 참가자들에게 잊지못할 추억을 주었다.


ATP투어 유치가 가능할까

▲ 아시아에서 열리는 ATP 대회들. 언제쯤 한국에서 열릴 수 있을까? 출처:ATP 공식 홈페이지


훌륭한 대회였지만 경기가 열린 이틀 모두 좌석을 가득 채우지 못하였다.

1980년대를 대표하는 존 메켄로와 90년대를 대표하는 샘프라스가 한국에 왔기 때문에 이들을 보고 자란 60년대, 70년대생 팬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을거라고 예상했지만 12일 토요일에는 3천여명, 13일 일요일에는 4천여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이는 한국의 테니스 인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첫 번째로 아무리 스폰서가 거대하고 참가선수가 화려해도 스포츠 자체가 인기가 없으면 관중 동원은 어렵다는 것이다. 기아자동차라는 글로벌 기업이 후원하고 더 이상 화려하기 힘든 라인업, 부담없는 주말 정오라는 경기 시각을 가지고도 겨우 5000석을 채우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테니스라는 스포츠의 관심과 인기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 ATP 투어대회 유치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지선 스포츠마케팅㈜’의 김지선 대표(토너먼트 디렉터)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TP투어 250시리즈 유치라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국내에는 WTA(세계여자테니스협회) 투어급 대회인 코리아오픈이 매년 추석을 전후하여 개최되고 있지만 남자 투어급 대회는 전무하다. 1987년부터 개최되었던 ‘KAL컵’이 유일한 남자 테니스 대회였지만 1996년 규정 관중 수를 충족시키지 못해 폐지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이번 챔피언스 컵을 ATP투어 유치를 위한 반등의 기회로 생각했지만 정작 국내 테니스 관람인구가 정말 적고 130만명으로 추산되는 테니스 인구는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만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었다. 정말 어렵게 유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평일에는 텅텅 빌 관중석을 어떤 방법으로 채워야 할지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KAL컵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세 번째로 스타플레이어가 꼭 필요하다. 수영의 박태환, 피겨의 김연아,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처럼 세계 최정상급 선수가 나와야만 뉴스 또는 경기 중계에서 유명 선수와 스포츠를 접할 수 있고 자주 접하다 보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로인해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현재 정현선수, 이덕희 선수가 성장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ATP 투어대회 유치를 위한 노력과 함께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해 주어야만 국내 테니스의 인기와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