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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뉴욕에서 즐기는 테니스 축제 - US오픈

뉴욕에서 즐기는 테니스 축제 - US오픈

#허규기자




패션과 자유, 문화의 도시 뉴욕(NewYork)에는 매년 노동절을 전후하여 2주에 걸쳐 테니스 대회가 열린다. 연중 마지막 그랜드슬램 대회이자 수많은 변화와 혁신에 앞장선 US오픈에 대해 알아보자.



# 뉴욕


▲ 메인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세계 최대의 테니스 전용 경기장이다. 출처:narodensport.eu



136회를 맞는 US오픈은 뉴욕의 세련된 이미지와는 달리 윔블던 다음으로 오래된 테니스 대회이다.

국내대회로 시작한 US오픈은 잔디코트와 클레이코트 이후 현재의 하드코트(DecoTurf)를 사용하고 있다. 매년 8월말에서 9월초가 되면 7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US오픈을 보기위해 뉴욕 퀸즈(Queens)의 플러싱 메도우 코로나 파크 (Flushing Meadows-Corona Park)를 찾는다. 2주간 열리는 대회기간은 뉴욕시에 7억5600만달러(약85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해주고 미국테니스협회(이하 USTA)는 음식서빙, 티켓판매, 보안 업무등을 위해 70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한다. 세계적인 도시 뉴욕인 만큼 다양한 지역에서 관람객들이 찾아오는데, 2014년 대회 기준으로 뉴욕에 살지 않는 관람객이 40%이고 그 중 16%는 해외에서 경기를 보기위해 찾아왔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 빌리 진 킹


  

▲ 성 대결 당시의 빌리 진 킹과 2015년 TED에 출연한 빌리 진 킹 출처:fontsinuse.com/ted.com



US오픈은 ‘USTA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개최된다.

‘USTA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빌리 진 킹의 이름을 추가한 것은 그녀가 테니스 선수로 엄청난 업적을 이룬것도 있지만 (12회 그랜드슬램 우승, 129개 타이틀, 82%의 승률) 그녀가 테니스계에서 여성의 길을 개척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빌리 진 킹은 US오픈에서 상금의 양성평등에 큰 기여를 하였고 여자 테니스협회(WTA), 여자 스포츠 연맹(WSF) 등을 설립하였다. 또한 1981년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여자선수이기도 하다.



빌리 진 킹에 관해 빠질 수 없는 이야기가 1973년 펼쳐진 성(性)대결이다.

남성우월주의자(male chauvinist)로 유명한 은퇴선수 바비 리그스(당시 55세)는 빌리 진 킹에게 대결을 신청하였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3-0으로 빌리 진 킹의 완승이였고 이후 그녀는 “전 세계를 어깨에 짊어진 기분이었다. 만약 내가 지면, 여성들은 최소 50년 후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며 회상했다. 그녀는 2015년 TED에 출연하여 “제 희망은 모든 사람들이 일주일 24시간 내내 진실된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며 남녀평등을 넘어 더 큰 목표를 향해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CNN은 빌리 진 킹을 ‘세상을 바꾼 여성7명’에 선정한 바 있다.





# 샘프라스 – 아가시 – 로딕 - ?



▲ 미국 남자 테니스를 이끌 빅 스타는 누가될까? 출처:thetennisfreaks.com



1970~80년대 지미 코너스와 존 메켄로, 1990년대 피트 샘프라스와 안드레 애거시, 2000년 초반 앤디 로딕으로 이어지는 미국 남자 테니스계의 전망은 밝아보였다. 특히 샘프라스는 그랜드슬램 14회 우승 및 통산 타이틀 64개를 자랑하였고 라이벌 안드레 애거시 또한 커리어 골든슬램(4대 그랜드 슬램 석권과 올림픽 금메달)을 달성하여 미국 남자테니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앤디 로딕 또한 그래드 슬램 우승은 1번(US오픈) 뿐이지만 강력한 서브와 공격적인 스타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올해 US오픈 시드를 받고 출전한 선수는 단 3명뿐이다. 세계랭킹 100위권 안에 미국선수는 6명뿐이고 가장 높은 랭킹도 21위(존 이스너)이다. 현 랭킹 27위 잭 삭(Jack Sock)과 53위 테일러 프리츠(Taylor Fritz)가 어린나이에 선전하고 있지만 탑10에 들기에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반면 여자테니스계는 세레나 윌리엄스가 184주 연속 랭킹 1위를 유지하며 35세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세레나 윌리엄스는 1999년 US오픈 우승이후 17년이 지난 현재도 우승후보 1위로 꼽힐만큼 출중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랭킹 100위권 안에 14명, 50위권 안에 7명이 존재하여 여자 테니스계는 표면상 괜찮아 보이지만 역시나 세레나 윌리엄스라는 슈퍼스타를 이을만한 선수는 없어보인다. 윌리엄스 자매가 몇 년이나 더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만약 은퇴한다면 현재 탑10 안에는 단 1명의 선수만 남아있게 된다.

대회가 진행중인 현재 16강에 진출한 미국 남자테니스는 한명도 없고 여자 선수 또한 윌리엄스 자매만이 16강전을 기다리고 있다.

윔블던에서는 앤디 머레이가 우승을 거두며 자국의 체면을 살렸다. 프랑스 오픈에서는 프랑스인 우승이 1958년 이후59년간 없다. 호주오픈도 1976년 이후 41년간 호주인의 우승이 없다. 미국의 US오픈 남자 단식 마지막 우승은 2003년이기에 아직 10년 조금 넘은 기간이지만 확실한 스타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윔블던이 영국인 우승을 77년만에 이룬것도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 US오픈과 상금





▲ 2016 US오픈의 스폰서들 출처:us오픈 공식 홈페이지



올해 US오픈 총 상금은 4천630만 달러(약 517억원)로 역대 최다금액이다.

남녀단식 우승상금 또한 350만 달러(약 40억원)로 4대 그랜드 슬램 중 가장 높은 상금이다.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더라도 4만3300만달러(약 4800만원)을 얻을 수 있는 그야말로 ‘돈 잔치’이다. 상금이 오르는 것은 비단 US오픈 뿐만이 아니다. 그랜드슬램 4개 대회 모두 매년 상금은 오르는 추세이다. 이런 돈 잔치가 가능한 것은 다양한 기업들이 앞다투어 대회 스폰서를 자처하기 때문이다. 테니스가 지닌 고급 스포츠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자동차 회사와 금융업계가 많이 참여하고, 선수 개개인의 카메라 노출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의류와 시계 브랜드도 스폰서십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증가하는 스폰서십 비용은 2014년의 경우 그 금액이 7억 3900만 달러(약8095억원)에 달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만큼 기업들도 큰 홍보효과를 거두고 있다.

호주오픈의 메이저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는 기아차의 경우 지난 2015년 호주오픈에서 약2억8천만 달러 가치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US오픈은 4대 그랜드 슬램 중 최초로 테니스 상금의 양성평등을 이루어낸 대회이기도 하다.

1973년 앞서 언급한 빌리 진 킹을 필두로 많은 여성 테니스 선수들의 요구와 노력으로 당시 2만5천달러였던 남녀단식우승상금을 동일하게 받았다. US오픈에 이어 2001년 호주오픈, 2006년 프랑스오픈, 2007년 윔블던이 남녀상금을 균등하게 지급하게 되었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자 테니스 선수 크리스 에버트의 말처럼 평등에 관한 건 여전히 미국이 유럽보다 앞선듯하다.



# 지붕을 설치한 아서 애시 스타디움



▲ 최초로 지붕이 닫힌 아서 애시 스타디움 출처:USTA



세계적 대회인 4대 그랜드 슬램에서 비 때문에 경기가 중단되는 것은 언제나 논란이 되어왔다.

올해 프랑스 오픈만 하더라도 우천으로 인해 16년만에 당일 모든 경기가 취소되었고 잦은 일정변경을 겪은 선수들은 불만을 토로하였다. 라드반스카(당시 랭킹2위)는 무려2박3일에 걸쳐 16강전을 치루었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102위의 선수에게 무릎을 꿇었다. 윔블던도 우천에 영향을 받았다. 센터코트에만 지붕이 있기 때문에 센터코트에 경기를 배정받는 탑 시드 선수가 아니라면 일정에 차질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윔블던에서 노박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가 3회전에 진출할 동안 1회전도 마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버나드 토믹(호주)의 경우 우천으로 중단된 경기가

재개되고 하루도 채 쉬지 못하고 다음 경기를 치루어야 했다.


선수들은 경기력 뿐만 아니라 부상의 위험에도 노출된다. 올해 윔블던에서 우천으로 인해 일정이 빠듯한 이유로 비가 내리는 양이 적을 경우에는 경기를 강행하였고 세레나 윌리엄스는 “잔디에서 미끄러져 다치면 심판을 고소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관중들도 비가 올 때 마다 지연되는 경기에 인상을 쓸 수 밖에 없다.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골머리를 앓는다.

이에 USTA는 1500억원을 들여 센터코트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 지붕을 설치하였고 US오픈은 4대 그랜드슬램 중 3번째로 지붕을 설치한 대회가 되었다.


간혹 우천 중단으로 인해 한쪽으로 쏠린 경기 분위기를 뒤집어 역전승을 하는 흥미로운 해프닝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선수의 부상과 컨디션 조절, 관중과 방송사의 불편함 등 득보단 실이 훨씬 많다. 시설의 현대화는 불가피하다. US오픈도 이제 막 천장을 설치하였지만 센터코트 뿐만 아니라 모든 코트가 우천에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드는 것이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