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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된 스포츠 과학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된 스포츠 과학

#김민규 기자




‘동양인은 서양의 불리한 신체조건을 극복할 수 없다’라는 착각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시간이 지나고 시대가 변하면서 스포츠과학은 불리한 신체조건이란 말을 없애버렸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국 류시앙이 남자 육상 단거리에서 이를 보여주었고, 2016 리우 올림픽 남자육상 400m 계주에서 일본이 은메달로 이를 증명하였다. 이제 현대 스포츠에서 스포츠과학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과학적 지원이 이루어졌다. 양궁과 골프 선수들에게 코오롱은 친환경 모기 기피 소재를 사용한 선수복을 지급하였으며 포스코는 국가대표 체조 선수단을 위해 육안으로 확인이 어려운 부분을 파악하여 착지 실패 요인을 발견 할 수 있도록 초당 7만장을 찍을 수 있는 초고속 카메라를 지원하였다.


리우 올림픽을 위해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은 단체 종목 선수들을 위해 첨단 기술이 도입된 영상분석을 지원하였다. 영상을 통한 전력 분석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비디오를 보며 일시정지를 눌러가면서 경기를 분석하는 아날로그식 전력분석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영상을 통해 상황별·선수별로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값을 매겨 선수들의 경기력을 수치화 하는 분석방법이 최근 추세이다. 그 중 올림픽 전략 종목 중 장비 규제가 거의 없는 필드하키를 통해 스포츠과학이 어떻게 지원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 영상분석을 통한 지원


스포츠개발원 최은영 연구원(30)은 “유럽 모든 국가에서 하키는 비디오 분석을 다 하고 있었다. 경기장 마다 타워가 설치되어 있었고 대회마다 분석관들이 따라와서 경기를 분석했다. 초기에 한국은 감독, 코치님들이 직접 영상을 보고 분석했었다. 이후 외국에서 국제 코치 자격증을 받고 한국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분들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전문화된 영상분석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좌) 영상분석장비 (우)스포츠개발원 연구원이 영상분석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필드하키의 경우 2005년 이후부터 경기장면들을 취합, 분석하고 있으며 데이터 구축이 이루어졌다. 스포츠코드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상분석이 이루어지는데 상황별(상대 국가별·유리할 때·불리할 때 등) 요인들로 변수 값을 정해 분석결과를 도출해낸다.


그렇다면 보통 영상분석을 하는데 있어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 평균적으로 경기하는 시간만큼 분석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최은영 연구원은 “요인들도 대표팀과 협의해서 변수 값을 정한다. 보고서 형식으로 드리는데 결과서를 선수별, 팀별로 드린다. 얼마나 심도 깊은 분석을 하느냐에 따라 분석시간이 달라지지만 보통 경기하는 시간만큼 걸린다.”고 말했다.




▲ 영상분석 중인 최은영 연구원




■ GPS 및 심박센서 활용


필드하키는 전자장비에 대한 규제가 없어 GPS와 심박센서를 착용하고 경기가 가능하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경기에서 몇 km를 뛰었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필드하키에서도 위의 장비를 통해 취합된 정보는 맞춤형 전략전술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GPS자료를 분석중인 스포츠개발원 연구원 박종철 박사



GPS는 선수들 목 뒷부분에 부착하여 사용한다. 단순히 GPS를 통해 선수들의 이동거리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가 얼마나 나왔고 그 최대 스피드는 얼마까지 나왔는지 측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력질주 거리와 종종 걸어간 거리, 공격을 많이 했는지 혹은 스프린트를 많이 당했는지를 파악하여 선수 교체시기를 정할 수 있다.




▲ 심박측정장비 제퍼(Zephyr Bioharness)



GPS장비뿐만 아니라 심박수와 호흡을 정밀 진단하는 ‘제퍼 바이오하네스(Zephyr Bioharness)’를 부착하여 선수들의 심박수화 호흡을 측정하여 선수들의 체력분석에 도움을 준다. 단순히 영상을 통한 분석만이 아닌 GPS와 제퍼(Zephyr)와 같은 첨단 장비를 활용한 분석은 정확한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처음에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서는 것이 선수들에게 불편하고 어색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인의 장단점과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는 특유의 습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객관적 분석이 대회에서 많은 도움이 되다보니 이제는 선수들도 거리낌 없이 장비를 착용한다.



■ 점점 늘어나고 있는 스포츠과학 지원


프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타 여러 종목에도 국가적으로 스포츠과학 지원을 하고 있다. 이제 돈이 되는 종목에만 지원되는 시대는 지나 엘리트 체육인 모두에게 골고루 지원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고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불리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명의 연구원이 한 종목의 선수들만 담당할 만큼 인프라가 확장된 것은 아니다. 필드하키선수 출신인 최은영 연구원의 경우 하키뿐만 아니라 배드민턴과 탁구 종목의 영상분석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다른 연구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최 연구원과 같은 경우 필드하키는 능숙하게 분석이 가능하지만 자신의 주 종목이 아닌 경우 분석을 하는데 있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비 선수출신의 경우 선수들이 필요한 분석을 하는데 있어 더 많은 공부와 시간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스포츠과학지원이 늘고 있고 연구원의 수를 계속 늘리고 있는 만큼 선수출신이 교육을 받아 스포츠과학지원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고 한국 스포츠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제 스포츠과학 지원은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렸다. 스포츠과학이 ‘동양인의 불리한 신체조건’이란 편견을 없애버린 것처럼 한국 스포츠과학의 발전이 미래 어떤 편견을 없애버릴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