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복을 넘어 성취로-2016 리우 패럴림픽
#허규 기자
손을 더듬거리며 바둑알을 만진다. 손가락 끝에 정신을 집중하고 정세를 파악한다. 손가락은 바둑판 위에서 그의 지팡이 역할을 한다.
맹인 바둑을 처음 본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어둠속에서 바둑을 두는,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행위를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인내하고 좌절했을지 생각하니 놀랍기만했다. 이런 가슴뭉클한 도전들을 다가오는 2016 리우 패럴림픽에서 볼 수 있다.
패럴림픽은 신체 장애인들의 국제경기대회이다. 하반신 마비를 뜻하는 Paraplegia와 Olympic의 합성어로 올림픽이 끝난 후 같은 도시에서 나란히 개최되는 대회이다. 사지결핍, 시각장애, 근육손상, 지적장애 등을 가진 선수들이 경기에 참가한다.
다리가 하나뿐이라도 수영을 하고 입으로 활시위를 당긴다. 휠체어에 앉아 테니스를 치고 의족으로 달리기를 한다. 비장애인과 다른 조건으로 같은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모를 경건한 기분이 든다. 패럴림픽에는 아름다운 도전을 하는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최우수상이 있다.
‘황연대 성취상(Whang Youn Dai Achievement Award)’이 그것이다. ‘황연대 성취상’은 성적과 국적에 관계없이 선수의 장애극복의지와 도전·봉사정신, 관련 활동들을 평가하여 남녀 각 1명씩 순금 메달을 수상한다.
한국 최초의 장애인 의사인 황연대씨는 장애인의 인권향상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인물이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다리를 쓰지 못하는 황연대씨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당시 장애인들은 고등학교 입학을 거부당하고 공무원 시험 자체를 볼 수 없었고 의과대학을 합격해도 입학을 거부당했다. 하지만 황연대씨는 차별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 소아재활원에서 의사로 활동하였다. 장애인 인권향상을 위한 폭넓은 활동을 위해 병원을 나와 소아마비아동특수보호협회와 장애인 체육시설인 정립회관을 설립하였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 한국장애인복지진흥회 상근부회장 등도 지냈다. 장애인 복지와 권리를 위해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 황연대 성취상을 시상하는 황연대씨 출처 : 연합뉴스
1988년 <주부생활>, <일요신문사> 에서 공동주관한 ‘오늘의 여성상’을 수상한 황연대씨는 상금을 서울 패럴림픽을 위해 IPC (現 국제장애인올림픽 위원회)에 전액 기부하였고 언론의 제안에 따라 상의 이름을 ‘황연대 극복상’으로 명명하였다. 폐막식 사전행사였던 ‘황연대 극복상’은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폐막식 공식 프로그램으로 채택되면서 이름을 ‘황연대 성취상’으로 바꾸었다. ‘극복’이 장애인들이 열악한 환경속에 도전해서 이기자는 투쟁적인 의미라면 ‘성취’는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성공하자는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인 소치 동계 패럴림픽 여자 수상자는 네덜란드의 스노우 보드 선수 비비안이다.
비비안은 스노우 보드 하프파이프와 크로스에서 6차례 네덜란드 챔피언에 오른 훌륭한 비장애인 선수였다. 27세에 골육종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였지만 운동을 포기하지 않고 4개월 만에 다시 보드에 올랐다. 후진양성에 힘써 제자 5명을 패럴림픽에 출전시키고 자신은 43세의 나이에 세계랭킹 1위로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한 비비안은 장애에 대한 극복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몸소 보여준다.
▲ 소치 동계 패럴림픽에서 황연대 성취상을 수상한 비비안 델프(좌)와 토비 케인(우) 출처 : 조선일보
패럴림픽에는 한국인의 이름을 딴 상이 있지만 정작 패럴림픽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적다.
2015년 5월부터 7월까지 평창 조직위원회가 조사한 인지도 조사에서 “평창 동계 장애인올림픽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알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가 46.9%, ‘모른다’가 52.1%가 나왔다. 직접 관람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12%에 그쳤다. 가장 충격적인 조사결과는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2배 가량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패럴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인류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올림픽 정신을 기반으로 장애인의 복지 수요를 충족시키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이념을 가진다.
단순히 장애인들만의 축제가 아니라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이들이 결코 비장애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평등을 확인하는 감동적인 대회이다. 9월 7일부터 시작되는 리우 패럴림픽에 한국 선수단 139명(선수 81명, 임원 58명)이 출전한다. 폐막식에는 자랑스러운 ‘황연대 성취상’을 시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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