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자, 학교스포츠클럽!’
#임건엽기자
불볕더위로 야외활동 주의보가 내린 어느 날이었다. 인천의 한 남자 중학교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종이 울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학생이 같은 자세로 책상과 의자 사이로 발을 내밀고 언제든지 밖으로 뛰어나갈 채비였다.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대부분 학생들이 불볕더위로 달아오른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밖으로 나간 아이들은 수업 사이에 있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활용하여 축구를 즐겼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이지만 학생들에게는 그 자투리 시간이 취미활동이자 유일한 놀이였던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 학생들의 건강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건강 문제는 넘치는 학습량에 비해 부족한 운동량이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적절한 운동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즉 학생들 스스로가 원하는 스포츠 활동을 즐겁게 한다면, 건강과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육부는 운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교에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학교스포츠클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로 9회째를 맞은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는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를 위해 열리는 대표적인 대회이다. 매월 10월 중순에 개최되는 이 대회는 엘리트 선수(체육회 선수등록이 된)가 아닌 일반 학생을 위한 스포츠 대회이다.
▲ 전국학교스포츠클럽대회 홈페이지 Ⓒ 대한체육회
한 명의 학생이 하나의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
학교스포츠클럽은 학생 체력 증진 및 활기찬 학교 분위기 형성을 위해 학교체육 진흥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업이다. ‘보는’ 스포츠에서 ‘하는’ 스포츠로 전환하여 일반 모든 학생이 하나 이상의 스포츠를 자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학교스포츠클럽이다. 대상자는 초중고 학생이며, 학교 선생님과 스포츠강사가 지도한다.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먼저 지역 교육청과 생활체육협회의 협조로 지역 예선을 치른 다음에 각 지역 대표들이 전국대회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지역대표를 뽑기 위한 대회가 있으며, 10월에는 전국대회가 있다. 어떤 종목은 엘리트 선수들과 비슷한 기량을 보여주는 일반 학생들이 참가하기도 하며, 세계대회 수준과 비슷한 기록을 내는 종목도 있다. 7월인 현재 각 지역에서는 지역 대회들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중 인천광역시는 학교스포츠클럽을 다른 지역과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여 눈길을 끈다.
지역사회와 연계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인천 학교스포츠클럽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규정에 맞는 지도자와 선수를 등록해야 한다. 일반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이므로 엘리트 선수 출신에 대한 기간제한도 있다. 이에 선수등록 부분은 대회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인천의 경우에는 지역 대회에 참가하는 초중고 학생 수가 무려 2만 명이 넘는다. 많은 수의 학생으로 선수관리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선수등록 관리는 가장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인천은 이 부분을 중요하게 인식하여 인천학교스포츠클럽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하였다. 홈페이지에서는 선수등록과 관리, 대진구성, 대회 결과입력 서비스를 제공하여 관리 측면에서의 편이성과 투명성을 보장된다. 또한,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인천시체육회와 연계하여 전문 스포츠강사 안내와 심판 인력풀을 제공하여 엘리트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 못지않은 대회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참가 학생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최상의 경기장 환경제공은 인천뿐만이 아니라 모든 지역이 노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는 학생들 사이에서 만족도가 높다. 선생님들은 학교스포츠클럽을 담당하게 되면서 업무가 더 많아지더라도 학생들이 느끼는 행복감에서 힘을 얻게 되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활동한다.
▲ 인천 학교스포츠클럽 족구대회 Ⓒ 임건엽
학교스포츠클럽 완벽한 건 아니다
학교스포츠클럽은 학생들이 스포츠를 즐기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지역 대회나 전국대회에서 입상하게 되면 생활기록부에 올라가게 돼, 승리만을 위해 스포츠정신에 어긋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참가 선수들은 입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더라도 결과 기록에만 신경 쓰게 되어 고의성이 짙은 반칙플레이로 승리하기도 하며, 학교에서는 의도적으로 부정선수 출전을 묵인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목별 체육회와의 연계를 통해 선수확인 절차를 걸쳐 부정선수 출전을 막고 있다. 전문 심판진을 구성하여 경기 신뢰성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지만, 심판 인력 부족과 학교 학사일정을 고려한 경기일정과 장소섭외는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더군다나 외부 스포츠강사는 비정규직이므로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며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것 또한 어렵다. 일반학생들이 참여하는 활동이자 한 명의 학생이 하나 이상의 스포츠를 즐기는 학교스포츠클럽활동 취지와 다르게 스포츠클럽 종목 구성은 다양하지가 않다. 일반적으로 인기종목인 축구, 족구, 배드민턴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종목 선택이 제한적이다.
학교체육의 미래를 생각하며
학교스포츠클럽은 좋은 점도 많지만,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입시와 공부가 인생의 우선순위가 되어버린 학생들을 위한 현실적인 스포츠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또 학생들과 같이 호흡하는 선생님에 대한 지원과 스포츠강사에 대한 고용 안정성이 필요하다. 경기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는 학교스포츠클럽 전문 심판진 확대와 행정실무자의 전문성 확보도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지역과의 연계성이 가장 중요하다. 학생들이 연습할 수 있는 장소가 지역 체육회 또는 시설관리공단의 협조로 안정적으로 확보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공부만 하는 학생, 운동만 하는 학생이라는 건 없어질 것이다. 학교스포츠클럽을 통해 학생들은 본인들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찾게 되어 성인이 되어서도 건강한 스포츠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스포츠 종목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고 전문 선수로 활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학교스포츠클럽이 더 확대되고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건강한 학교와 사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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