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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전문체육 ]

나이키의 숨은 두 얼굴, 혁명과 착취

글/ 남상우 (충남대학교 스포츠사회학 연구실장
)

 
우리에겐 익숙한 브랜드, 바로 나이키.
나이키는 행운의 여신인 니케(Nike)의 이름을 본 딴 거라는 사실,
알고 있는가?

나이키는 상표 자체에서도 “나이키를 입어라, 그러면 승리할 것”이란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혁명, 경쟁, 혁신과 같은 진보적 색체를 유명 선수들과 함께 다양한 마케팅을
이용하여 표현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이러한 이미지는 ‘착취공장’의 허울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혁명의 아이콘, 나이키

나이키의 이미지는 파격적인 광고를 통해 만들어진 혁명, 경쟁, 승리, 해방과 같은 ‘진보적 가치’다.
가장 대표적인 「혁명(revolution)」광고는 그 중 백미다.

68년 비틀즈의 「Revolution」이 배경노래로 삽입된 이 광고는,
스포츠의 역동성, 승리, 패배가 생생하게 묘사되며 이 모든 것을 나이키와
함께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혁명의 아이콘으로서 나이키를 상징한 것이다.

비단 광고뿐 아니라 나이키는 마케팅에서도 혁명적이었다.
경쟁상대인 아디다스의 마케팅 방법, 즉 경기 자체를 후원하는 거시적 방식이 아닌,
유명 선수들과 해변에서 파티를 열며 스타 그 자체를 후원하는 ‘미시적 접근’을 추구했던 것이다.
이를 통해 탄생한 스타가 바로 마이클 조던(Michael Jordan)이다.

많은 스포츠 문화연구자들이 지적했듯이,
나이키는 조던을 무절제하고 부도덕한 ‘흑인’이 아닌 가족적이고 도덕적인 ‘미국인’의 이미지로
만들어 이를 자신의 상품 이미지와 결합하였다.
나아가 그의 이미지를 ‘흑인의 성공담론’으로 포장하면서 많은 흑인들에게
“열심히 노력(농구)하라. 그리하면 너희들도 마이클이 될 수 있으리라”는
담론을 유포하였다.
가히 혁명적인(?) 마케팅 방법이 아닐 수 없다.

열심히 공부하여 후기 자본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그들에게,

조던과 나이키는 ‘연필’이 아닌 ‘농구공’만을 잡게 만든 것이다.
흑인 청소년이 NBA에서 입성할 확률이 13만5800분의 1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조던은 ‘흑인이 아님’이란 정체성을 등에 업고, 이처럼 부조리한 사회현상에 눈감아 버렸다.

착취공장(Sweatshop), 나이키

이런 이미지와 달리 내부적으로 나이키는 비열한 짓을 하기도 하였다.
잘 알다시피 나이키는 자사의 상품을 외국에서 만들고 이를 외국 시장에 판다.
문제는, 물건을 만드는 외국의 노동조건이었다.
2005년 4월 13일 나이키사가 발간한 전 세계 703개의 하청공장 상황과 노동 환경에
관한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지난 96년 「라이프(Life)」지 6월호에 실린 한 사진과 그와 관련한
글로벌기업의 저발전 국가의 아동노동착취 기사로 시작된 시민운동단체의 압력에
나이키가 굴복하면서 발간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키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어린 소녀에게 시간 당 15센트 만 주고
하루 11시간의 노동을 시켰다고 한다.
베트남에서도 역시 8시간 노동에 1.6달러 만을 지급했는데, 하루 세끼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2달러가 있어야 하는 베트남에서 이는 착취 그 이상의 무엇이었던 것이다.

제 3세계의 ‘값 싼’ 노동력을 이용하면서 그러한 살인적인 착취를 소비자들이 모르게
하고자 광고는 ‘혁신적’ 인 내용으로 채웠던 나이키.
국제노동기구(ILO)는 2009년 현재까지도 전 세계 노동현장에서 혹사당하고 있는
아동의 숫자가 2억 명 이상일 것이라고 추산하였는데, 이러한 착취공장의 대표주자가
바로 나이키였으며, 이를 은폐시키려 기용된 자들은 다름 아닌 스포츠 스타들이었다.

나이키, 혁명과 해방의 상징으로

2005년 이후, 나이키의 최고경영자 필 나이트는
“나이키를 책임경영의 세계적인 선두 기업으로 만드는데 노력하겠다” 고 언급한 바 있다.
그 후 나이키 하청공장의 작업환경이 얼마나 나아졌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점은 나이키가 만들 수 있는 자신들의 세계가 단지 사회적 약자의 피와 땀을 착취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조금은’ 그들이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나이키는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처음 그들이 내세웠던 혁명의 기치는 나름의 생존코드였다.
난, 열성적으로 격투기를 하는 한 여성과의 대화에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나이키 광고에서 본 여자선수들의 모습은 항상 나에게 힘을 준다”는 말이다.
즉,
여성의 해방, 나아가 스포츠를 스포츠답게 만드는 역동성과 혁명적인 이미지가
앞으로 나이키가 전면에 내세워 발전시켜 가야 할 그 무엇
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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