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2인 3각’으로 극한에 도전한다 - 진정한 스포츠대회의 가치

‘2인 3각’으로 극한에 도전한다 - 진정한 스포츠대회의 가치

유지은 기자





손에는 물갈퀴를 끼고, 보온용 수트를 입고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CNN이 세계에서 가장 힘든 경기(the World’s toughest endurance)중 하나라고 말했던 스윔런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모습이다.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 종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극한을 체험하기 위해 달리고 또 헤엄치는 사람들의 대회, 스윔런(Swim Run)! 색다른 경기운영 및 규정을 갖는 ÖTILLÖ 스윔런 대회에 대해 알아본다.


스윔런이란?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스윔런은 말 그대로 수영과 달리기를 결합한 스포츠 대회이다. 그러나 수영과 달리기가 나뉘어 한 가지가 완전히 끝나면 다음 종목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수영과 달리기가 혼합된 수영, 달리기, 수영, 달리기 등의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섬과 섬 사이에서 주로 대회가 열리는 것과 관계가 있다. 대회 이름이기도 한 ‘ÖTILLÖ’는 스웨덴어로 ‘섬에서 섬으로’라는 뜻이다. 2006년 공식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한 스윔런 대회는 지난 2015년 10주년을 맞으며 큰 폭으로 성장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스웨덴에 국한 되었던 개최지는 2014년 4개국(이탈리아, 스위스, 노르웨이), 2015년 12개국( 독일, 영국,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러시아, 프랑스), 2016년 17개국(미국, 스페인, 캐나다, 아르메니아, 아일랜드)에 이를 정도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에 개최 되었거나 개최 예정인 약 99개의 대회 중 2006년 최초로 개최되어 지금까지 탄탄한 입지를 보유한 ÖTILLÖ 스윔런 대회는 아래 표와 같이 2016년에 개최될 예정이다.





▲ 2016년 개최 ÖTILLÖ 스윔런 대회 목록




▲ 2016 World Championship ÖTILLÖ Swimrun 대회 코스





ÖTILLÖ 스윔런 대회의 독특한 규정을 살펴보자.

규칙 1) 선수 간의 간격은 10m 이상 벌어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스윔런 경기는 팀 경기를 표방한다. 남남, 여여, 혹은 남여가 짝이 되어 2명이 한 팀으로 대회에 출전한다. 재미있는 것은 한 팀의 두 선수가 10m 이상 서로 떨어질 수 없고, 이를 위해 마치 2인 3각 경기처럼 끈으로 서로의 몸을 묶는다는 것이다.





▲ 2016 ÖTILLÖ UTÖ 스윔런 대회 (출처 : http://otilloswimrun.com)



혼자 잘해서는 결코 우승할 수 없는 대회가 바로 스윔런 대회이다. 몇 km를 헤엄쳐서 건너고 또 10 km가 넘는 거리를 달리다보면 힘이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입고 있는 수트가 물에 젖어 무겁기도, 차가운 수온 탓에 추위를 느끼기도 하며 짜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힘듦 그리고 불편함을 내색하기 보다는 자신의 파트너를 살피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 남 보다는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규칙 2) 쓰레기를 버리는 즉시, 실격!


ÖTILLÖ 스윔런은 지속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경기를 표방한다. 이를 위해 지역환경단체에 기부를 한다. 환경을 아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또한 경기 중에 선수가 쓰레기를 버리는 즉시 실격 조치를 취하는 강도 높은 규정을 적용한다. 쓰레기뿐만 아니라 경기를 위해 준비한 장비를 버리는 것 또한 금지한다. 이는 출발할 때 몸에 지녔던 모든 장비를 가지고 피니시에 도착해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라톤이건 도로 자전거 대회이건 특히 장시간 지속되는 스포츠경기에서는 선수가 물통을 길에 버리거나 날씨가 더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져버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관중이나 심판은 선수의 경기력을 위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선수의 경기력이 우선인지 혹은 그러한 행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 우선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ÖTILLÖ 스윔런 대회는 참가 선수들에게는 갑갑할 수 있는 규정일지라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선수 본인, 관중, 무엇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바람직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스포츠 대회의 가치

세상에는 수도 없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 대회가 있고 각기 종목의 역사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우열을 따지는 것만큼 의미 없는 일도 없다. 하지만 스포츠=경기력=승리라는 공식에서 잠시 떨어져 스포츠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배려심, 환경 보호 등을 생각할 수 있게 하는 ÖTILLÖ 스윔런 대회!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대회가 개최된 적도,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도 많지 않다. 비단 섬과 섬 사이에서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하는 해당 종목의 대회가 아니더라도 환경을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스포츠 대회가 생기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