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은 단시일내에 어떻게 최고 감독에 올랐나
유지은기자
감독으로 부임한 지 채 5개월도 되지 않은 레알 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레알 마드리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 챔피언스리그 우승 직후, 레알마드리드의 지네딘 지단 감독(출처: 유럽축구연맹 웹사이트)
주목할 만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 팀의 월별 승률 차이이다. 아래 표를 보면 레알 마드리드 팀의 승률은 8월에서 12월까지 61%에서 1월부터 5월까지 85%로 수직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 2015-16시즌 월별 승률
성적이 급상승한 데는 감독의 교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2016년 1월 4일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경질되고 지네딘 지단이 부임한 이후, 차이가 극명하게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 시기와 지네딘 지단 부임 이후의 레알 마드리드를 비교하여 어떻게 5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 변화를 만들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
경기 뿐 아니라 팀 운영에도 책임을 지는 자리가 바로 감독이다. 전임자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소속 선수를 부적합하게 경기에 출전시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이번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데니스 체리셰프(러시아· 24)는 카디즈와의 1차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여 경기 시작 3분 만에 팀의 첫 골을 기록했고 이 기세를 몰아 레알 마드리드는 3대 1로 경기를 이기고 있었다. 그러나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데니스 체리셰프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데니스는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비야레알의 임대 선수였던 그가 지난 시즌, 경고 누적으로 경기 출장금지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로 인해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 32강전에서 실격을 당해 토너먼트 탈락에 이르고 만다.
▲ 퇴장당하는 레알마드리드의 데니스 체리셰프(좌)와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우)
(출처 : 텔레그레프 웹사이트)
문제는 라파엘 감독에게 이와 같은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01년 그가 발렌시아를 이끌 당시 그는 유럽 선수가 아닌 선수를 3명까지만 한 경기에 출전시킬 수 있는 규정을 어기고 네 번째 유럽 선수가 아닌 선수를 추가 시간에 출전시켰다. 발렌시아는 1차전을 이겼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상대팀 노벨다의 항의를 통해 코파 델 레이 탈락을 하게 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당시 출전하지 않았어야 했던 선수의 이름 역시 데니스란 것이다.) 이러한 규정을 몰랐든 혹은 선수의 국적을 몰랐든 이는 모두 팀을 진두지휘하는 감독이 미리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팀 운영에서 미숙하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감독을 신뢰하지 못하는 선수들 그리고 감독을 존경하지 않는 팬들의 경기 결과는 뻔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팀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월 4일 감독으로 부임한 지단은 5개월만에 팀을 정상에 올렸다. 1910년부터 총 50명이 넘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중 지단은 27경기를 치룬 현재 77.78%의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1996년 단 한 경기를 치루었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제외).
감독으로서 지단의 성공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과의 친밀감 그리고 승리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었다. 소리를 지르며 선수들을 다그치기 보다는 자신있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조용히 지도함으로써 선수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베니테즈 감독 시절 소통의 부재를 호소했던 선수들의 불만이 지단의 부임 이후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것을 증명한다.
여기에 화려했던 선수시절은 덤으로 작용했다. 흔히들 스타 선수는 훌륭한 감독으로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도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결론일 것이다. 그러나 선수로써 그리고 감독 보조로써 큰 경기를 많이 치러 본 경험에,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스타 선수가 훌륭한 감독이 될 가능성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고 본다. 이제 시작이겠지만 지단은 그 예외가 될 가능성을 이미 보여주고 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 역시 루이스 판 할에서 조세 무리뉴로 변경되었다. 1986년부터 2013년까지 28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했던 알렉스 퍼거슨이 떠난 이후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몇 년간 그 이름에 걸맞지 않는 순위를 보이고 있었다. 비단 축구에 국한되지 않는 감독의 전략 및 전술을 떠나 팀 운영 및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선수 관리가 매우 중요해지는 현대 스포츠에서 감독의 변화를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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