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스포츠인재가 되겠습니다
조승오 기자, 우진경 기자
‘주경야독’이라는 말이 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한다는 뜻이다. 낮에는 운동선수나 스포츠행정가로서 일을 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국제스포츠인재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해당하는 사자성어에 아닌가 싶다.
2016년 6월 1일 국제스포츠인재양성 국내연수(초급) 개강식이 올림픽 파크텔 2층 런던홀에서 열렸다. 영어를 배워서 자신들의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히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인들이 참석했다. 이번 초급 과정의 참가자는 36명. 평균나이는 38세였다. 선수경력자(전현직 선수) 및 심판 30명, 체육행정가 5명, 기타 1명으로 구성됐다. 전공했던 스포츠 종목도 탁구 7명, 배구 6명, 태권도 4명, 농구/수영/축구 각 2명, 근대5종/레슬링/유도/육상/장애인수영/조정/핸드볼 각 1명으로 매우 다양했다. 참석자들의 직업과 출신은 각기 달랐지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 36명의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체육인재육성단 담당 직원들
국제스포츠인재양성 프로그램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인재육성단에서 8년째 시행되고 있는 스포츠인들을 위한 영어공부 과정이다. 2008년 스포츠계 인재를 해외로 연수 보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나 당시에 해외에서 교육받을만한 수준의 인재가 몇 없었다고 한다.
“스포츠인들은 중학교 때부터 운동을 한다고 수업에 결석하고 공부와는 담을 쌓다보니 영어 등의 공부에는 소홀했죠. 해외연수 단계까지 실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으로 중급 교육과정을 만들었고, 중급 교육과정을 듣기 위한 기초 과정으로 초급 교육과정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국제스포츠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담당, 운영하는 국민체육공단 체육인재육성단 장형겸 대리의 말이다.
이와 같이 초급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선수들의 얘기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알 수 있었는데,육상 단거리 선수생활을 7년간 해온 김성덕 교육생(29)은
“다른 사설에서 운영하는 영어를 배우러 갔는데, 초급이지만 평소 기본기가 있던 다른 일반인 학생들과 저는 수준이 달랐기에 힘들었다. 선생님이 혼자서라도 부족한 공부를 할 수 있게 따로 숙제를 내주고 배려해 주셨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배우는 양이 배가 되다보니 수업을 쫓아가기만 급급해졌다. 결국 두 달 동안 수업을 모두 수료는 했지만, 정말 딱 수료만 했다는 느낌만 들고 내 스스로의 배움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
고 선수출신으로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영어를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부산에서 올라온, 태권도 심판생활을 29년간 해 온 나진아 교육생(49)은
“국제대회 내에서 기본적인 소통이 전혀 되지 않아 대회에서 실격되거나 불이익을 많이 받은 경우가 많았고, 한국이 태권도의 종주국이기에 국제대회에서 한국 심판을 코트 안에 배치하지 않거나 따로 배정하는 상황에도 소통이 안 되어서 대회장 내에서는 항의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심판이나 코치 모두 영어가 필수적인 것 같고, 이런 상황들 속에서 영어를 더욱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이런 국제무대를 대비하여 이런 프로그램이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고 생각을 전했다.
‘체육인재 외국어교육을 통한 경력개발 및 직무능력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의 영어이름은 STEP(Sports Talent English education Program). 2016년 6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6개월 동안 주 2회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이 직장인임을 고려하여 저녁시간에 수업이 진행되고, 스포츠분야 종사자임을 반영하여 여름방학과 전국체전 기간에는 휴강한다. TOEIC 응시를 통해 교육 전(6월)과 교육 후(12월) 교육성과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20년간 유도를 해온 정다운 교육생(28)은
“부상에 의해 운동을 그만두었다. 갑자기 다시 진로를 생각하게 되어 뭐부터 해야 할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는데, 같은 계열의 사람들과 함께 꼭 필요한 영어를 수강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며 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감사를 전하였고,
배구를 13년간 해온 선수출신 이정호 교육생(25) 또한
“은퇴하고 나오니 공부를 많이 못 한 게 후회가 되어 신청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나아가 내가 원하는 곳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 하겠다”
며 포부를 밝혔다.
황용필 체육인재육성단장은
“6개월동안 집중해서 각자 원하는 수준까지 영어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운동을 할 때 쏟았던 노력을 공부에 쏟는다면 안 될 것은 없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공부지만 노력하면 할 수 있다. 2016년 남은 6개월 동안 진행되는 이번 교육과정이 여러분의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6개월이길 바란다”
고 인사말을 전했다.
또한 초급 교육과정을 담당하게 된 릴리 영어강사는
“일반인 학생들과 운동을 하셨던 교육생 분들을 가르치면서 몇 가지 차이를 느끼는데,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정말 열심히 한다’는 점이다. 일단 동기가 좋고, 또 시작은 느릴 수 있지만 방향만 잘 잡아드리면 후반부에는 결과는 더 좋게 나타났다. 또 다른 차이는 선생님을 굉장히 존경해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코치나 감독, 그리고 선배들에게 예의를 더 중요시 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이 역시 일반인 학생들과는 큰 차이점으로 느껴진다. ”며 수강생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서 드라마틱하게 느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영어에 대해 '해 볼만 하다'라는 정도의 자신감과 즐거움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이 기회를 통해서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초급을 이겨내지 못하면 영원히 초급이다. 중-후반부 때 출석률이 심하게 줄어드는데, 어떻게든 잘 해내셔서 이 단계를 넘어 중급까지 가셨으면 좋겠다”
고 걱정과 바람을 표현했다.
체육인재육성단 신용호 국재인재팀장은
“내가 아는 운동선수 이야기에요. 은퇴 이후 직장을 구하려는데 영어점수가 필요하다고 해서 사설 영어학원을 등록했답니다. 제일 낮은 수준의 기초반을 들어갔는데 수업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해요. 정말 기본적인 주어, 동사같은 개념이나 ‘I am a boy’ 같은 문장은 기초반 학생들도 안다고 전제하고 수업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공부에는 신경을 별로 쓰지 못했어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기는 어려웠으니까요. 본인은 얼마나 갑갑했을까요? 선생님을 붙잡고 계속 질문을 하니 일주일도 안돼서 수강료를 환불해줄테니 다른 학원을 알아보라고 했더랍니다”
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선수들이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스포츠계 인재들의 능력을 계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체육인재육성단의 역할이라고 했다.
실제로 체육인재육성단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스포츠계 인물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핸드볼 메달리스트였던 홍정호 선수를 꼽을 수 있다. 그녀는 국제스포츠인재양성 중급과정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이를 계기로 현재는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서 기술위원으로서 근무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거북이는 느리다. 걸음속도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으로 결승점에 먼저 도달한다. 조금 늦은 나이에 기초 영어를 배운다고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이번 교육과정 참가자들이 속도는 조금 늦을지라도 꾸준히 노력하여 각자의 목표에 도달하길 바란다.
7기 스포츠둥지기자단 조승오 jsohard0615@naver.com
7기 스포츠둥지기자단 우진경 wz114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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