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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월드투어를 향한 힘찬 발걸음! 부산오픈

월드투어를 향한 힘찬 발걸음! 부산오픈

허규 기자







2016 부산오픈 챌린저투어 테니스대회가 4월30일부터 5월8일까지 9일간의 축제를 마쳤다.

32개국 123명 참가한 올해 부산오픈의 단식 우승자는 콘스탄틴 크라브척(러시아)선수로 노련한 경기운영과 공격적인 플레이를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하였다. 복식에서는 반가운 손님이 부산을 찾았다. 전 세계복식 1위인 파에스가 서브 속도 최고 기록(263km)을 보유한 사무엘 그로스 선수와 페어로 부산오픈에 참가하여 우승을 차지하였다.


파에스 선수를 알아본 많은 테니스인들이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으며 우승을 축하해주었다. 반면 부산오픈 디펜딩 챔피언인 정현선수는 본선 1회전에서 우승자 크라브척 선수에게 1시간 10여분만에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부산의 자랑 남지성 선수 또한 단식 3번 시드를 받고 출전한 사무엘 그로스 선수에게 승리를 거두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준우승을 차지한 에반스 선수에게 패배하여 내년을 기약하게 되었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부산오픈. 그런데 부산오픈을 주최·주관하는 단체가 생소하다. ‘테사모’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동호인 단체지만 부산오픈 1회부터 주관과 주최를 함께 하고 있다. 심지어 ‘월드투어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자‘를 당당하게 경기장에 내걸어둔 이 단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월드투어를 향한 힘찬 발검을을 하고 있는 테사모와 부산오픈에 대해 알아보았다.




 순수 동호인의 작품 ‘부산오픈’


1996년, 국내 유일한 ATP 토너먼트였던 ‘KAL컵’이 관중미달과 상금액 등의 문제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에 100위권이내 선수들의 정상급 플레이를 볼 수 없게 되었고 한국 선수들은 랭킹 포인트를 따기 더욱 어려워졌다.


더불어 테니스 실업팀의 무더기 해체, 1997년 외환위기 등에 의해 한국 테니스계는 침체에 빠졌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부산의 순수 테니스 동호인들은 한국 테니스의 활성화를 위해 1998년에 ‘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을 결성하였고 십시일반하여 1300만원의 총상금(당시 ‘경기력 향상기금’)으로 1999년 제1회 부산오픈을 개최하였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ATP와 아시아테니스연맹에게 국제대회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인정받은 부산오픈과 테사모는 2003년부터 공식적인 국제대회로 새롭게 출발하였다. 대기업도 쉽게 하기 힘든 국제대회 유치를 순수 동호인들이 이루어낸 것이다. 2004년부터 연간 1억에 달하는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점차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대회로 발전하였고 2005년에는 전 세계 수많은 챌린저급대회 중 공동선정하는 ‘올해의 챌린저 대회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다. 


2만5천달러의 상금으로 시작한 대회는 현재 10만달러(+호텔지원)로 올랐고 올해 부산오픈에 100위 이내의 선수가 4명이 참가하고 생애최고랭킹이 50위 이내인 선수가 5명이나 참가할 정도로 선수 수준 또한 오르는 추세이다.




▲ 1999년 부산오픈과 현재의 부산오픈 출처:부산오픈 공식 홈페이지




 부산오픈의 존재 이유


국내 최고의 남자 테니스 대회 부산오픈이 매년 개최되어야 하는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한국 테니스 선수들의 경험 향상이다. 주니어마스터스 우승자 홍성찬 선수는 450위권의 세계랭킹을 가지고 있지만 부산오픈에서 랭킹 112위인 루카스 라코 선수와 경기를 할 수 있었다. 라코 선수는 작년 부산오픈 준우승자이자 생애 최고랭킹 44위를 보유하고 있는 선수로, 홍성찬 선수에게 값진 경험을 제공했다. 유망주 오찬영 선수 또한 세계랭킹이 1858위이지만 134위인 마르코 쿠디넬리 선수와 경기를 하며 성인무대의 경험을 쌓았다.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자국에서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신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선수들과 경기할 수 있는 것은 흔치않은 기회이다. 조금 더 높은 랭킹을 가진 한국 선수들 또한 챌린저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투어급 대회로의 진출에 탄력을 얻을 수 있다. 또한 투어급의 남자 테니스 대회가 없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봤을 때, 부산오픈의 높은 선수 수준은 테니스 프로선수를 꿈꾸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배움의 장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관람스포츠로서의 테니스 발전을 위해서이다. 스포츠 종목의 발전은 참여스포츠와 관람스포츠가 함께 성장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참여스포츠로서 테니스 동호인 수는 15만명으로 국내 최다 동호인 수 종목 Top10중 6위에 랭크되어있다. 하지만 관람스포츠로서의 테니스는 그야말로 비인기 종목이다. 부산오픈의 존재도 알지 못하는동호인들이 많이 있고 테니스인구의 7~80%를 차지하는 중 · 장년층 대부분의 관람수준은 과거 이형택 선수가 부산오픈에서 우승하던 시절(2006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도중 자리이동을 하고 벨소리를 울리고 양산을 펴 시야를 방해하는 등 테니스 관람에 대한 상식과 예절이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대회를 개최하여 관람문화에 대해 널리 알리고 관중들이 익숙해지게 만들어야 대회의 질이 높아지고 미성숙한 관람문화에 인상을 찌푸리고 돌아섰던 관중들을 돌아오게 만들 수 있다.




▲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회인 상하이 오픈




세 번째는 더 높은 등급으로 발전하기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부산오픈은 크게 5등급으로 나누어지는 남자테니스 대회 중 그랜드슬램, 월드투어(250,500,1000시리즈) 등급에 이은 3번째 등급의 챌린저 대회이다. 가까운 중국에 ATP 250시리즈(Shenzen Open)와 500시리즈(China Open)가 각 1개씩, 1000시리즈(Shanghai Rolexmasters)도 1개 개최되고 있다. 일본도 500시리즈(Rakuten Open)를 도쿄에서 개최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250시리즈 조차 찾을 수 없다.

중국의 여자 테니스선수 리나(최고랭킹 2위) 또는 일본의 니시코리 케이(최고랭킹 4위) 같은 스타가 배출되기 위해서는 투어급 대회가 존재하여 국민들은 스타 플레이어를 보러 오고, 선수는 자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좋은 성적을 내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한다. 


아직 투어대회를 유치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이 있지만 부산오픈이 챌린저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테니스인들이 관심과 열정을 보여준다면 이미 대회 운영면에서 합격점을 받은 부산오픈과 테사모의 투어 유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기자가 진행요원으로 대회에 참석하다보니 동분서주하며 몸이 한 개로는 모자라 보이는 분이 계셨다.

류호재 사무국장은 부산오픈을 위해 테사모 사무국에 상주하며 부산오픈 대회운영의 최일선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선수관리, 테사모 회원관리를 위해 뛰어다녔다. 9일간의 대회가 끝난 후 테사모와 부산오픈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 ‘테니스를 사랑하는 모임’ 류호재 사무국장




Q. 먼저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 단식 복식 결승전에서 한국선수를 볼 수 없었는데 테사모 입장에서도 아쉬운 결과인 것 같습니다.


A. 아무래도 작년에 최고로 잘 됐었는데 올해 큰 기대를 했던 한국선수들이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쉽네요. 작년에 정현선수가 우승할 때 센터코트 3천석이 거의 다 찼어요. 남지성선수도 복식 결승까지 뛰었고요.


Q. 대회가 끝난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잘된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


A. 잘된 점은 큰 탈 없이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친것과 기업들의 후원으로 예산을 잘 마련해서 사용했다는게 잘 된거같고 아쉬운거는 우리 선수들 성적이랑 스케쥴 관리입니다. 결승전 시간이 변경된걸 대대적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전달을 잘 못했습니다.

(부산오픈 결승전은 매년 2시에 시작했고, 티켓에도 2시로 명시되어있었지만 올해 방송사 스케쥴로 인해 10시에 시작하여 관중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Q. 말씀하신 예산에 대해서, 매년 이렇게 대회가 개최되는데 비용은 얼마나 들고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매년 5억에서 6억이 듭니다. 올해 부산시에서 3억 가까이 지원해줬고 부산의 기업들에게서 후원받은게 2억 5천정도. 우리는 후원사가 많습니다. 30개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 그해 그해 여력이 되는 기업들이 후원을 해줍니다.


Q. 테사모에서도 자비로 꽤 많이 지원한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얼마나 되나요?


A. 테사모 정회원과 준회원 등이 매달 일정금액을 모금하여 부산오픈을 위해 4~5천만원정도 마련합니다. 경기장 보수라던지 기타비용도 테사모 사비로 많이 씁니다.


Q. 테사모가 월드투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어느정도까지 진행되고 있을까요?


A. 투어대회가 가장 작은 250시리즈도 상금이 50만불 정도 됩니다. 부산오픈이 10만불이지요.

250시리즈 부터는 정말 투어로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합니다.

그러면 상금 뿐만 아니라 인프라 구축도 되야하는데 챌린저급보다 10배정도는 더 자원이 투입된다고 보면 되지요.


Q. 한 등급 차이지만 대회 규모가 급격히 커지니까 쉽게 유치할 수 있는게 아니네요.


A. 거기다가 투어대회를 유치하고 싶어도 포화상태라서 대회를 창설할 수도 없고 유치할려면 개최권을 사와야하는데 이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꿈입니다.


Q. 그러면 투어 유치를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 중에 가장 먼저 해결되야할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아무래도 대기업의 후원이 가장 먼저 이루어지면 좋겠지요. 5억정도 지원받는다고 하면 기존의 후원사들과 

부산시에서 지원해주는 금액, 테사모에서 모금한 금액을 합쳐서 투어 대회 준비를 시작할 수 있겠지요.


Q. 마지막으로 바라는점이 있다면요?


A. 부산오픈이 빨리 시민들의 축제로 자리잡길 바랍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대회 하겠구나~하고

경기장에 찾아오고 언론에 노출되고 이러면 자연히 후원사도 붙을거고요. 국민들이 부산의 순수 동호인들이 만든 국제대회라는걸 알게되어 자부심도 가지면서 부산시, 테사모, 후원사 등이 진정으로 발전을 바란다면 투어유치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오픈의 남은 과제


가장 먼저 부산을 연고로 하는 대기업의 후원이 필요하다. 예산이 충분해야 신경쓰지 못한 부분들을

챙길 수 있고 대회의 격과 질을 높일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후원이 없는 투어대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대회들이 그러하듯(BMW오픈, 상하이 롤렉스 마스터즈 등) 네이밍 스폰서 같은 방안을 고려해보는 것도 기업의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부산오픈을 찾은 관중들이 보고 즐길만한 아이템들이 필요하다. 부산오픈은 스포원 파크에서 진행되어 가족단위로 편하게 찾아와서 자전거도 타고 도시락도 먹는 가족 나들이 공간이  제공되고 있지만 부산오픈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홍보부스나 테니스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용품샵 등 볼거리가 부족하였다. 테니스인들이 테니스 대회의 분위기를 흠뻑 느끼고 테니스를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구경을 올 만큼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선수들의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부산오픈을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성숙한 관람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경기흐름을 끊어버리는 행동들이 종종 발생하였다. 대회가 아무리 훌륭하게 운영되더라도 관람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다된밥에 재뿌리기가 될 수 있다.  관람 에티켓을 잘 모르는 관중들을 위해 경기시작 전 짧은 안내방송이나 소책자 등을 배포하는 방법이 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4대 메이저 대회(윔블던, 호주오픈, US오픈, 롤랑가로스)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그랜드슬램 대회로, 흰색 유니폼만 입고 경기를 해야하는 독특한 복장규정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윔블던과 부산오픈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윔블던 역시 ‘올 잉글랜드 크로켓 클럽’이라는 사설 클럽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진행요원 첫날, 경기장에 걸려진 ‘월드투어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자’를 보고 반신반의 했었다.

그리고 부산오픈 현장에서 테사모와 부산오픈 관계자들의 열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오픈이 끝난 후 확신할 수 있었다. 분명히 된다.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  월드투어를 향한 힘찬 발걸음 중인 부산오픈 출처:부산오픈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