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매니저’, 보이지 않는 언론 도움이 ..
한광진 기자
2014년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렸다. 아시안게임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공인의 아시아 지역 종합 경기 대회이다. 대회에 앞서 조직위원회는 프레스 매니저를 모집했다. 프레스 매니저는 각 경기장에 배치되어 미디어에 관한 총괄 업무를 하는 직책이다. 서브프레스센터 운영, 보도석 관리, 포토포지션 관리, 기자회견 진행 및 통역이 그 역할이다. 필자는 선학 복싱 경기장에서 프레스 매니저로 근무했다. 프레스 매니저의 업무를 통해 당시의 현장감을 알리고자 한다.
▲ 송도 컨벤시아 메인프레스센터(MPC)의 모습
개회 3일전인 9월 16일 프레스 매니저들은 송도 컨벤시아에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로 집결했다. 도착하자마자 교육을 시작했다. 종목 특성상 대회보다 일찍 시작하는 축구 경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북측 관계자들이 기자회견 중 통역사(프레스 매니저)의 단어 선택에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조직위에서는 다시 한 번 북측에 관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각 경기장마다 필요한 물자들을 배급 받았다. 프레스 매니저들은 경기 3일전부터 경기장으로 출근해 경기를 준비했다. 개회식날 경기가 시작하는 프레스 매니저들은 각자의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나머지 인원들은 개회식 준비를 위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으로 이동했다.
▲ 개회식 준비 중인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모습
필자를 포함한 프레스 매니저들은 담당관들과 함께 개회식을 준비했다. 보도석 청소, 모니터 연결, 랜선 연결 등 취재에 최적화된 환경을 구축했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최대수용인원이 8만5천명인 엄청난 크기의 다목적경기장이다. 그만큼 동선도 길어 물자를 나르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3일간의 고생 끝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 인천아시안게임 개회식 모습
2014 9월 19일, 드디어 인천아시안게임의 개회식이 열렸다. 인천아시아드송 ‘Only One'을 부른 JYJ부터 조수미, 차지연을 포함한 뮤지컬배우들, EXO 등이 공연했다. 이후, 45개국의 선수단이 입장하고 탤런트 이영애씨의 성화 점화로 인천아시안게임이 시작됐다.
개막식 다음날 역도 경기장으로 지원을 갔다. 복싱경기는 대회 중반부터 시작해 다른 종목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 역도 경기장 담당 프레스 매니저였던 장씨(25)를 도와 당일 있을 시상식과 기자 회견을 준비했다. 첫날부터 큰일이 터졌다. 북측 선수가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모든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북측 선수단은 그날의 기자회견을 거부하고 도핑테스트만 마친 뒤 숙소로 돌아갔다.
기자들은 난리가 났다. 기자회견을 거부한 북측 선수에 대한 아쉬움과 노여움의 화살이 프레스 매니저들에게 돌아섰다. MPC 공식 기자회견 신청 방법을 질문하는 침착한 기자부터 욕설을 하며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 기자까지 있었다. 다행히도 그 다음 기자회견들은 순탄대로 진행됐고 드디어 첫날이 마무리됐다. 장씨는 웃으며 지원 나온 것에 감사를 표했고, 기자들의 돌발적인 행동에 당황했을 장씨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선학 복싱 경기장 기사 작성실
드디어 복싱 경기 시작 3일전이 됐다. 선학 경기장에 도착하니 앞으로 약 2주간 같이 일하게 될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다. 교육 받은 내용과 역도 경기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를 시작했다. 복싱종목은 8일 동안 체급별 예선전이 진행되고 마지막 이틀에 결승전이 진행되는 총 10일의 일정이었다. 기사 작성실, 보도석, 믹스드존 설치와 자원봉사자들 기초 교육을 실시했다. 도핑 관리부와 시상식 이후에 동선에 대해 협의했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도핑테스트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경기 운영부와 링 바로 옆 포토포지션인 FOP(Field Of Play) 수용 인원까지 협의 한 뒤 비로써 대회준비가 끝이 났다.
▲ 공동취재구역 믹스드존(Mixed Zone), 경기 직후 간단한 인터뷰가 이루어진다.
8일간의 예선전이 끝나고 9일차 드디어 여자부 결승전이 시작됐다. 여자부는 총 플라이, 라이트, 미들급 총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처음 기자회견이 열리는 날이었고,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만 지나가자 하는 찰나에 일이 터졌다. 시상식 도중 라이트급 은메달을 획득한 박진아 선수에게 준결승에서 패한 사리타 데비(32·인도)가 자신의 동메달을 걸어준 것이다. 박진아 선수는 동메달을 다시 돌려주려 했지만 데비는 메달을 링에 내팽개치고 내려갔다. 자신의 패배가 편파에 의한 합당치 않은 패배라고 생각 한 것이다. 복싱 종목은 3,4위전이 진행되지 않고 공동 동메달 수상이었다. 데비와 박진아 선수가 들어오자 기자 회견장은 쑥대밭이 됐다.
흥분한 인도 기자들은 절차를 무시하고 무작정 앞으로 달려 나와 질문공세를 했다. 기자회견이 아니었다.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질문 3개만 받고 강제로 기자회견을 종료시켰고 이후의 질문은 MPC 공식기자회견에서 하라고 전달하며 마무리했다. 편파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는 인도 기자의 질문에 박진아 선수는 심판의 판정에 존중한다는 답변을 한 뒤 눈물을 훔치며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다사다난한 하루가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은 메달이 10개 걸려있는 남자부였다. 걱정에 잠도 오질 않았다.
▲ 인터뷰중인 신종훈(26ㆍ인천시청)선수
대망의 마지막 날, 남자부 10개의 금메달 중 7개를 카자흐스탄 선수들이 수상했다.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영어를 쓰지 않기 때문에 통역을 구해야 했다. 우연히 대회 중 친해진 카자흐스탄 사진 기자가 선수단 영어통역사를 소개해줬다. 덕분에 기자회견은 전날의 걱정과는 달리 무사히 진행됐다. 우리 선수들도 두 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라이트 플라이급 신종훈(26·인천시청) 선수와 밴텀급 함상명(21,용인대) 선수가 그 주인공이었다. 신종훈 선수는 원래는 자신의 개인 방도 없었는데 복싱을 하면서 집도 생기고 부모님께 차도 사드렸다며 솔직하고 훈훈한 수상 소감을 했다. 함상명 선수는 조용히 나에게 자신의 결승전 상대였던 장 지아웨이(27·중국)의 실력에 감탄했다며 꼭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종목은 끝이 났다.
▲ 밴텀급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모습
스포츠 경기는 TV중계나 사진, 기사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다. 프레스 매니저는 각 경기장에서 최고의 사진과 생동감 있는 기사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다. 본인이 맡은 종목, 개최국이라는 책임감 아래 각자의 업무를 수행한다. 프레스 매니저로 일하면서 스포츠 경기가 열리는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겉으로 비춰지지 않지만 수많은 인원들이 각자의 역할을 함으로써 성공적인 대회가 된 것이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숨은 조력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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