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야별 체육이야기/[ 생활체육 ]

전세계 갖가지 걷기 열풍! -걷기운동 예찬론, 두 번째


                                                                       글 / 이병진 (국민생활체육회 정보미디어부장)

 
‘건강’이라는 단어가 고래로 이어져 온 인류의 영원한 화두라면, ‘운동’은 동서를 막론하고
적용되는 건강의 Key Word. 사람마다 즐기는 운동은 각양각색이다. 국내에 200개 종목 이상
있다고 하니 운동은 이제 또 하나의 친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걷기 운동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며 돈 안들이고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종목. 그 걷기운동을
하면 건강증진 이상의 그 무엇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 걷기 랑도네(randonn) 즐겨

프랑스는 ‘걷기 랑도네(randonn)’를 즐기는 사람들이 1,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걷기
랑도네란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산책하듯이 걷는 운동을 말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연을 벗 삼아 걷다보면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건강해 진다며 자연
속으로 걷기 여행을 즐기는 것.

걷기 랑도네 협회에 소속된 클럽만도 프랑스 전역에 3천개 가까이 되며, 파리 인근 지역에
랑도네 코스가 2천개 넘는다고 한다. 랑도네 전문코스도 따로 만들어져 있고 동반자라고
불리는 전문가이드도 있다.

벨기에는 걷기 운동 프로그램을 통해 비행 청소년을 교화시키고 있다. 소년원 재소자들과
어른들이 함께 걸으면서 세상을 다시 보고 인생을 새롭게 생각하는 것. 벨기에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의 60%가 사회복귀에 성공했다고 한다.


일본엔 걷기대회가 일 년에 2,500여회 열려

장수국가로 알려진 일본은 약 4천만 명이 평소에 걷기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하루에 걷는 양도 평균 6㎞나 된다. 그리고 각종 걷기대회가 일 년에 2,500회나 열린다.

일본인들은 단순히 건강만을 위해서 걷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걷기는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고 사람들과 교제하는 삶의 한 방식이라는 것. 이런 열풍으로 인해,
전국 어느 서점에 가더라도 걷기전용 안내서들이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걷기 운동 붐은 정부정책도 바꾸었다. 일본에서는 이미 자동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도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전국 각지에 ‘걷고 싶은 거리 500’을
지정하고, 정부예산 지원으로 도로를 정비하고 이정표도 만들었다.

독일의 걷기 열풍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발전

독일에서 이제 걷기는 열풍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신 걷기를 확산함으로써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 환경을 살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카를 카르스텐스 전 독일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이 걷기 운동에 앞장섰다. 걷기 운동가들은
특히 자신이 사는 동네, 인근 지역과 고향 마을을 걸으면서 스스로 뿌리와 정체성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았다. 국토와 고향을 직접 걸으면서 공동체를 생각하는 봉사정신을 기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걷기는 축구 못지않은 인기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됐다.

1985년 설립돼 전국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독일걷기협회는 2004년 9월부터  '걸어서 학교에
가자'는 운동을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를 자동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지 말고, 학생들이 직접 걸어서 집에서 학교까지 오가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걸어 다니니
운동도 되고, 친구끼리 말동무도 하고, 동네 사람들과 인사도 할 수 있어 공동체 정신
함양에도 좋다는 취지다.

미국에선 걷기를 통해 소외․사회문제 해결

땅이 넓어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도 걷기 운동은 활발하다. 미국 걷기 운동의
본산은 텍사스주에 본부를 둔 미국시민체육연맹(AVA). 미 전역에 ESCV와 같은 350여 개
클럽을 산하단체로 두고 있다.

미국의 걷기문화는 단순한 스포츠․레저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비만과 질병은 물론 소외 등
사회적 병리를 고치는 특효약으로 대접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인의 최대 사망원인으로
꼽히는 심장질환을 막기 위해 미 심장병학회는 ‘스타트, 워킹’이라는 걷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학회는 웹사이트에 ‘미국 내 걷기 좋은 곳 350선’이라는 안내 자료를 수록해 두고 심장병
환자들에게 걷기 운동을 독려하고 있다.

 소아비만을 줄이기 위해 각 학교도 걸어서 등교하는 것을 권장한다. 각 지역 교육위원회에서는
일 년 중 한주를 ‘도보 등․하교 주간’으로 정해 학생들에게 걷기를 독려한다. 걷기는 소외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준다. 온 종일 한마디도 못하는 독거 노인들에게는 함께 걸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걷기 운동은 때론 자선모금 수단으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미 전역에서는 ‘암 퇴치기금 마련’ ‘빈민구호기금 마련’ 등 수많은 걷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걷기 7330 하는 사람들 200만 명 넘어

대한민국도 걷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유력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걷기 운동을 하고 있으며 두 명 이상은 일주일에 '6회 이상'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십만 명의 걷기 애호가가 한강 둔치, 남산 순환로 등 집 주변의
걷기 명소를 찾아 나서고 있다.

올 한 해에만 전국 각지에서 300여 개의 걷기 대회가 열렸다. 서점가엔 매달 수십 권의 관련
서적이 쏟아지고 있다. 걷기 운동과 문화 답사를 결합한 ‘도보 여행’은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스포츠․의학 교수 100여명이 활동 중인 한국걷기과학회에 따르면, 운동을
목적으로 매주 세 번 이상, 하루 30번 넘게 걷는 성인은 200여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걷기 관련 동호회도 크게 늘었다. 네이버․다음 등 대형 포털에서 ‘걷기’ ‘도보여행’ 등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모임은 500여 개에 이른다. 1만 명을 넘는 초대형 동호회로부터 10여
명의 소모임까지 다양하다. 이렇듯 걷기 운동은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되고 있다. 트렌드라면
기어이 동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사람들. 머지않아 ‘걷기 7330’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할 것 같다.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