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포츠둥지 기자단

“축구 자체가 너무 좋아요. 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울이니까요.”

 

 

 

 

 

 

글/김수은

 

 

 

 

출처- 다음 웹툰

 

 3년 전 흥행한 스포츠웹툰 ‘모든 걸 걸었어’는 신장이식 수술을 받고도 꿈을 포기하지 않는 축구 선수의 드라마 같은 스토리를 잘 풀어냈다. 독자들이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까닭이다. 축구에 관심이 있거나 ‘모든걸 걸었어’의 웹툰독자라면 차기석 전 축구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차기석 선수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모든 걸 걸었어’ 中 (출처 : 다음 웹툰)

 

 

  현재 차기석 전 축구 선수는 연세대학교 축구부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그간 언론에서 잠적하였고, 그를 봤다는 팬들의 제보가 SNS에 가끔씩 올라 올 뿐 그의 정확한 소식과 정보를 구하기 어렵다. 때문에 그의 근황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스포츠둥지가 그를 만나러 간다.

 

  연세대 앞 카페, 두근거리는 기다림 끝에 그를 만났다. 첫 인사를 나눌 때 그의 표정에서 약간의 긴장감이 전해졌다. 그가 오랜 기간 인터뷰를 원하지 않아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인터뷰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차기석(29)

 


-먼저 자기소개와 근황에 대해 말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연세대에서 축구 골키퍼 지도자를 맡고 있는 차기석입니다. 지도자 교육을 5년째 받고 있고 작년부터 연세대에서 코치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서 가치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모든걸 걸었어’라는 웹툰을 혹시 보셨나요? 많은 분들이 그 웹툰을 보고 차기석 선수를 통해 희망을 얻고 응원했다고 해요.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할 따름이죠……. 웹툰은 한 번 봤어요. 웹툰의 전반적인 내용이 상당 부분 제가 겪었던 일들이어서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웹툰을 통해 희망이 전해졌다면 작가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그동안 인터뷰를 원하지 않으셨다고 들었어요.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요?

 

  “인터뷰 제의가 들어올 때 마다 저는 한 번씩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요. 아직 신참 지도자이고 지도자로서 이루어낸 성과가 없는데, 단지 과거의 선수경력으로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부담스럽지는 않지만 내가 과연 주목 받을 만한 사람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했었어요.”

 

  -수술 이후의 심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저는 정말 행복했던 순간과 불행했던 순간, 극과 극을 경험했었죠. 수술할 당시에는 정말 힘들고 괴로웠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돌이킬 수 없는 일(에인트호벤 팀 활동 중지)에 대해 미련을 갖지 않게 되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기 보다는 혼자 방 안에서 내가 앞으로 뭘 해야 되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했어요. 하나둘씩 조언을 듣다보면, 흔들리고 설득될 것만 같았거든요.악몽 같은 시간 속에서 다행히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었던 것 같네요.” 이어서 그는 자신이 배운 점을 말하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제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참 많은 걸 배운 것 같아요. 첫째로, 옳고 그름을 알게 된 것이죠. 어렸을 때는 엘리트코스로 항상 잘한다~ 잘한다~라는 칭찬만 받아와 옳고 그름에 무뎠는데 지금은 아니거든요. 그때가 참 행복했네요. (웃음) 둘째는 제게 소중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많이 느꼈어요.

 

 정말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은 제가 다시 잔디를 밟았을 때 반대했었어요.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제가 다시 운동하기를 원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요.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니 알겠더라고요. 차기석이라는 사람을 능력 위주로만 보았기에 ‘축구를 앞으로 더 해도 되지 않아? 괜찮을 것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요.”

 

  8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피부로 느껴질 만큼 그는 농담도 할 만큼 덤덤해 보였다. 그의 표정과 대답에는 보통 사람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초연함이 있었다. 괴로운 날들에 맞서고 마침내 극복한 사람이 얻은 값진 배움 아닐까.

 

  -차기석에게 ‘축구’란?

 

  “축구는 나이고, 나는 축구이다. 사실 제가 선수시절에 사람들이 ‘너 정말 축구가 좋아서 하냐’고 물었을 때 바로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도리어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는 좋았지만, 선수생활을 하면서 축구를 계속 해 와서 하는 거지,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알아요. 다른 일들을 했을 때는 제 마음 깊숙한 곳까지 충족되지 않는 것을요. 공허하고 허전했죠. 축구만이 저를 채워줄 수 있어요. 그래서 수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부천FC에서의 활동을 시작했었고 현재는 지도자이지만 축구 경기가 잡혔을 때 다른 일은 다 제치고 축구 경기에만 몰두해요. 축구 경기를 하면서 그 속에서 힘들고 불만이 있을지는 몰라도 축구 자체가 너무 좋아요. 제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는 거울이니까요.”
  그의 축구 사랑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 어떤 방해도. 그것이 목숨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라도.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해드리고 싶네요. 제가 지도자로서 성공하고 잘되기를 지켜봐주시는 것보다 지금

 제가 맡은 선수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이 일을 즐기면서 열정 있게 하는 모습을 지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운의 축구 선수’, ‘최악의 유망주’라는 형용사는 그에게 따라붙을 수 없다. 이제는 축구 선수가 아닌 축구 지도자로서의 인생을 개막했기 때문이다. 그는 선택 되어지는 인생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인생을 살았다. 불우하고 안 하고도 스스로의 생각에 의해 결정되어 지는 것 아닐까. 그의 뜨거운 의지로 새롭게 열린 인생 제 2막. 앞으로도 축구 지도자로서 그가 가진 축구를 향한 열정과 사랑만큼 원하는 목표를 이루길 진심을 담아 응원한다. 차기석 코치 파이팅!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