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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학생선수의 학습권 보장 법정소송을 통해 본 미국대학스포츠

 

 

 

글/ 김학수(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공부를 하고 싶다’


 ‘운동의 천국’ 미국 대학 스포츠 선수들이 공부를 더 시켜달라고 들고 일어섰다. 미국 대학스포츠가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는 학생선수들의 법정 투쟁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스포츠 명문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일부 학생선수가 법정 소송을 제기했다. 평범한 대학 선수들이 아닌, 마이클 조던과 같은 최고 농구 선수들을 배출한 대학에 재학중인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 요구에 학교 당국은 크게 당황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 여자농구 선수 라산다 맥켄츠와 미식축구선수 데본 램세이 등 2명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운동부가 선수들의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주법원에 정식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선수들은 ‘종이수업’을 받으며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경기력향상을 위한 훈련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종이수업’은 교수들의 수업 지도를 받지 않고 학기말 레포트로 대체하는 것을 일컫는다. ‘종이수업’은 정상 학생의 경우 거의 인정되지 않으며 학생 선수가 대부분 이수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정상 수업이 아닌 불충실한 ‘그림자 커리큘럼’ 때문에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규정이 정한 교육프로그램혜택을 받지 못해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수년전 대학선수들의 초상권 사용료를 NCAA에 요구한 오배넌 소송의 변론을 맡은 마이클 하우스펠드를 변호사를 선정한 이들은 NCAA도 회원 대학들의 관리 감독에 소홀했다며 함께 제소를 했다. 이들의 변론을 맡은 변호인측은 둘의 소속학과인 아프로-아메리칸 연구학과의 다른 동료 운동선수출신들의 증언 등을 확보, 재판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 NCAA측은 학생 선수들의 주장에 대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 팽팽히 맞서 있다.


다른 대학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1부 디비전 선수들이 이들의 법정 투쟁에 동참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미국 전역 350여개 대학에서 수 만명의 선수들이 일제히 연대해 투쟁에 나서면 미국 대학스포츠는 종잡을 수 없는 혼돈으로 빠져들 우려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클 하우스펠드 변호사는 오배넌 소송처럼 이번 사건이 미국 대학스포츠에 새로운 역사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대학교의 파행적인 학사운영을 감시하기 위한 별도의 독립위원회 설치를 강력히 요구한다. 독립위원회선 학생선수들이 부당한 커리큘럼 강요로 인해 희생양이 되지 않게하고, NCAA가 대학졸업후의 취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광고문구처럼 대학 졸업후의 취업률을 중점적으로 관리해 나가는 것을 주요 활동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제대로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한 전·현 학생선수들은 적절한 손해배상을 통해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도록 한다는게 그의 계획이다.


 지금까지 미국대학스포츠는 학생선수들이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대학과 NCAA를 위해 경제적 착취를 당하며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남자대학농구와 미식축구에서 방송 중계권료로 막대한 돈을 챙긴 미국 대학과 NCAA는 아마추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실제적으로 돈을 벌게하는 주역으로 뛰는 선수들에게 일부 장학금을 지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별도의 연봉이나 봉급은 주지 않는다. 따라서 외면적으로는 대학스포츠의 청결성과 순수성을 지킨다는 대의명분 속에서 프로스포츠팀 못지않은 엄청난 돈을 챙긴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수년전 대학농구 스타플레이어로 활동했던 오배넌 소송은  학생선수들의 불만이 표면화된 대표적인 예이다.

금년 말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루어진 오배넌 사건은 대학과 NCAA 등이 선수 이름, 이미지, 상표권 등을 임의로 사용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선수들에게는 별도의 금액을 지급하지 않는 현 NCAA 규정에 이의를 제기, 법정 소송으로 문제 해결을 의뢰했다. 이 사건은 대학과 NCAA의 압도적인 권위와 명예 앞에 독자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고 소외됐던 대학 학생 선수들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처음으로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미국 대학스포츠는 우리나라 대학 스포츠와 운영과 환경 등에서 많이 다르지만 공부하는 공간이라는 대학의 공통된 사명을 생각해본다면 학생 선수들의 요구 사항들은 시사하는바가 적지않다. 우리 대학생 선수들도 함께 겪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학 스포츠팀들은 수년전부터 선수들의 학습활동을 확대하기위해 축구, 농구, 배구 등에서 토너먼트 방식이 아닌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리그전으로 대회를 치르며 학원스포츠의 정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주중에는 오후 3시이후에 경기를 펼치고, 주말이나 방학 때를 활용해 대회를 갖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수들은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변화된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업에 참여하는 시간이 주어져도 그 시간을 운동하는데 쓰거나 개인적으로 피로를 푸는 시간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홈앤드 어웨이 대회의 행정·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학생 선수상이 정립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은 운동만을 우선시 하는 대학스포츠의 오래된 관행들이 남아있다”며 말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부르니는 지난 2월 ‘대학의 귀중한 가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다닐 때, 자신의 스승인 영문학 교수가 “ 대학을 가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데 있다. 테니스를 하든, 어떤 운동을 하든 근육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듯이 대학에서 학생들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대학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운동과 비교해 설명한 내용이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대학생 운동 선수의 밝은 미래를 위해 좀 더 안정된 학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주역으로서 소중하게 가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