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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2020년 도쿄올림픽- 한국에 약인가, 독인가

 

 

글/ 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지난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20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일본 도쿄가 선정됐을 때, 북한이 도쿄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놀랄만한 일이었다. IOC 위원들의 비밀투표로 진행된 개최지 선정에서 도쿄가 1,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경쟁 끝에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을 제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지지표가 큰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도쿄를 지지한 것은 일본의 지지통신이 한 북한 관계 소식통이 IOC 총회에서 북한 장웅 IOC 위원이 도쿄에 투표했으며 복수의 아프리카 국가도 북한의 주선으로 도쿄에 표를 던졌다고 밝히면서 드러났다.

내부적으로 핵개발을 추진하며 대외적으론 일본에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던 북한이 도쿄를 지지한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국제스포츠 행사 문제를 정치적인 복선을 깔고 결정한 것인지 대단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도 도쿄 올림픽 개최와 관련해 일본에 적극 협력함으로써 양국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겠는가 추측을 해볼 뿐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도쿄 지지여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야당인 민주당 박병석 의원 과 일부 시민단체 등이 “일본이 방사능 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도쿄 올림픽 유치를 반대해야한다”는 성명서와 주장들을 내놓았으나 한국 표의 향방이 찬, 반 어디로 갔을지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IOC 위원들이 철저히 비밀을 지키고 있는데다 국가적으로 노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한의 정치적, 외교적 분위기가 미묘한 상황에서 치러진 올림픽 개최지 투표였던 만큼 양측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론을 할 뿐이다. 

 

 

 

한국과 일본은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수십 년 동안 보기 힘든 냉랭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고질적인 독도 영유권 문제와 방사능 유출문제까지 겹쳐 반한 감정이 크게 고조되고 있고 일본서도 일부 배타적 국수주의자들이 ‘혐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일본을 통해 신기술을 전수받고 스포츠 부분서도 활발한 교류를 통해 서로 필요한 이웃으로 여겼던 시절이 언제 있었느냐는 듯, 서로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도쿄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만큼 한국으로서는 도쿄 올림픽이 가져올 득실을 차분하게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적으로 기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론해본다면 올림픽 성적과 경제적인 이익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1984년 LA 올림픽이후 세계 10강의 위치를 확실하게 굳힌 한국은 도쿄 올림픽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경기력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없고 훈련 환경적응에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도쿄는 거리상 유럽과 미주지역보다 훨씬 유리한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한국 선수들이 컨디션 조절이 용이하다. 도쿄에는 많은 한국음식점들이 있어 선수들이 먹는 문제도 큰 불편함이 없다. 경제적으로도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 선수단의 훈련장소로도 활용될 수 있어 지자체에게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 20여 곳의 지자체들이 외국 대표팀의 전지훈련장으로 장소를 제공해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린 적이 있다. 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올림픽 특수 관광을 활용할 수 잇다는 이점도 있다. 2002 한일월드컵 때 많은 외국인 응원단이 한국과 일본을 도시에 방문해 메가이벤트를 즐겼던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도쿄 올림픽은 평창 동계올림픽에도 호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좋은 약도 과다복용하면 독약이 될 수 있는 법.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수 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바 있는 일본은 오랫동안의 경제침체를 딛고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세계 경제대국의 면모를  꿈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이 경제적으로 재기에 성공하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국가로 성장한 중국과 일본의 침체로 반사이익을 챙긴 한국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아베 수상은 도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삼아 15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을 불식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럴 경우 삼성전자, 포스코 등 한국의 대표적인 회사들이 일본의 전통적인 전자 및 철강회사들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 특히 일본은 애국주의를 확산시켜 재무장화한 군국주의로 치달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스포츠적인 측면서도 일본은 개최국의 위세를 떨치기 위해 경기력 향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도, 수영, 체조 등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은 한국의 금메달 전략에 위협을 가하며 스포츠 전력 판도를 뒤바꿀 공산이 있다. 유치전부터 우려한 방사능 문제도 악재이다. 오랫동안 몸에 누적돼 암과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한국민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감정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 도쿄 올림픽 유치는 방사능 문제를 표면적으로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한국은 도쿄 올림픽 유치를 긍정적, 부정적인 양 측면에서 주시해 바라보고 만반의 대책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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