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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장애인체육 ]

장애인 스포츠의 진정한 승자

                                                                  글 / 노형규 (한국체육대학교 특수체육교육과 교수)
 

약간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는 장애인스포츠는 말 그대로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경기에 참여하여 서로간의 우열을 겨루는 경쟁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장애인스포츠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이어서
개최된 서울 장애인올림픽(paralympics)이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 국민들에게
장애인스포츠라는 것은 그저 올림픽을 치루기 위한 곁다리 행사 정도로만
인식되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 당시 우리나라는 올림픽에 참가할 장애인
선수들을 찾기가 어려워 여기저기 흩어져 운동을 하고 있던 건강한 장애인들을
급조하여 국가 대표팀을 만들고 국가차원의 집중 훈련을 통해 경기에 출전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On world one dream, 2009)


국제적으로도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이전까지는 장애인올림픽이 일반 올림픽과는
별개로 개최되었고 단순히 장애인들의 이벤트성 국제 행사 개념
이 강했다.
즉 최근의 장애인올림픽과 같이 조직화, 체계화되어 개인과 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의 개념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서울 장애인올림픽 직전 대회였던
제7회(1984) 영국 에일즈베리 장애인올림픽에서는 참가국과 참가인원이 41개국 2500여명
수준에서 2008년 열린 13회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는 148개국 7383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며 명실상부한 국제 올림픽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장애인올림픽의 변화는 단순히 외형적 규모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경기력에 대한 것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279개 장애인 세계기록과 339개 장애인올림픽 기록이 갱신되었다는 것은 최근
장애인스포츠의 급격한 질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경기의 방식은
다르지만 역도의 4개 종목에서는 일반 올림픽의 기록을 앞지르는 경우도 나타났다. 

 

 

                                                           (사진: 조세현, 2009)


이미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바 있는 남아공 출신의 육상선수 피스토리우스는
아테네 장애인올림픽에서 두 다리가 없는 상태로 10초 91을 기록하여 우사인
볼트가 2008년도에 베이징에 올림픽에서 세운 100m 세계 신기록 9초 69의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적지 않은 장애인올림픽의 종목 기록들은 이미 일반 올림픽의 기록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제대회가 거듭될 때마다 계속해서 신기록이 갱신되고 있다.


이제 장애인스포츠는 단순히 장애인들의 친목도모나 참가의 의미만 두던 시대는 지났다.
또한 장애인들의 스포츠 참여가 감성적 측면의 인간승리나 역경극복의 가십(gossip)
정로만 치부되던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장애인스포츠는 이제 엄연한 스포츠로서의
경기력을 겨루고 있으며, 우리 모두가 그러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선수들의
도전에 대해 진정한 승자로서의 박수
를 쳐야할 때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몇 년 간 장애인체육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행정적, 조직적 변화의
노력을 지속해 왔다. 국민체육진흥법을 통해 장애인체육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설립을 통해 장애인체육 지원에 기반을 마련한 것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국내 장애인스포츠는 최고의 경기력 향상이라는
당면과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가지는 못하고 있는 듯하다. 향후 국제 장애인스포츠에서의
국가적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이제 경기력 향상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On world one dream, 2009)


우리나라 장애인스포츠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적 접근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비장애인 스포츠 종목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과학적 훈련 방식과
기술을 획득하고 장애인스포츠에서 사용되는 스포츠 장비의 개발은 가장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기력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는 장애인생활체육 저변확대와 다양한 국제대회 참가 기회 확대도 장애인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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