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영어체육수업을 시작한지 2달이 넘어선 5월, 체육 교생선생님이 학교에 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도교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삶이 바쁜지라, 교생선생님의 지도교사가 되었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첫 시간에 교생선생님을 소개하고, 같이 수업을 한 달을 해야 했습니다. 우선 교생선생님의 영어 표현을 사전에서 찾아봐야 했습니다. student-teacher이 교생선생님이었습니다.
“저도 영어로 해야 하나요?”
교생선생님과 서로 인사를 하고, 제가 실행하고 있는 체육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수업을 모두 영어로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생선생님이 무척 놀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교생선생님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다행이도 교생선생님이 오신 첫날은 해당 학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가서, 수업이 없었습니다. 저도 교생선생님의 지도교사가 된 것이 처음이라 무엇부터 그 분께 말씀을 해 드려야 할지 몰라 난감했습니다. 오전은 그렇게 지나가고 오후 시간에, 교생선생님이 갑자기 전에게 질문했습니다. “저도 영어로 해야 하냐요?”, 제가 처음에 수업에 들어가면 선생님을 소개하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물어본 것입니다. 아마도 오전부터 내내 자신도 영어로 해야 되는지 고민을 한 것 같았습니다. 저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라, 우물쭈물하다가 말했습니다. “소개하는 것 만 하세요.” 교생선생님께 학교의 원어민 영어선생님을 만나게 해 드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교생선생님이 원어민 영어선생님께 자기소개 방법을 물어보고,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교생선생님은 아마 속으로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운(?)이 없게도 저 같은 교사를 만났다고요. 영어로 자기 소개를 연습하는 것이 체육 교생선생님이 자신의 모교로 교생실습을 와서 한 첫 번째 일이였습니다. 아마도 교생 실습을 나간 동기들 중에 유일하지 않을 까 생각해 봅니다.
“왜 영어로 체육수업을 하세요?”
교생선생님은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졸업생입니다. 자신이 학교를 다닐때와 지금은 매우 학교가 달라졌다고 합니다. 시설도 좋아지고, 물론 공립학교라 선생님들은 모두 달라졌구요. 교생선생님도 질문하시더군요. “왜 영어로 체육수업을 하세요?” 전 학교 현장에서 체육교과의 위치를 설명했습니다. 집중이수로 고등학교 6학기 동안 체육을 전혀 안하는 학교도 있고, 제가 근무하는 학교도 집중이수로 인해 학생들이 4학기만을 체육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입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과목이기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는 완전히 주변교과라고 말입니다.
제가 영어체육수업을 하는 이유는 집중이수를 풀어, 고등학교 6학기 동안 학생들이 체육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아주 어린아이의 치기어린 주장일지 모릅니다. 학교폭력의 해결책으로 스포츠클럽 활동이 강조되면서 학교 교육에서 체육 활동이 전체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집중이수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예체능 과목을 집중이수를 풀어야 한다고 여러 곳에서 주장은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그 영향이 아주 미미해 보입니다.
교생선생님도 집중이수 이야기가 나오니까, 얼굴이 불거집니다.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에는 체육을 고3 때까지 하였는데, 그리고 유독 체육 시간 때만이라도 교실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시간이여서 입시공부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는데, 정말 집중이수제도는 이해가 안 된다고 합니다. 아마 자신이 경험한 고3 때와 지금의 고3을 비교해서 그런 생각이 드나봅니다.
‘노력하는 선배교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저는 교생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생선생님은 한 달 후에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여러 가지 생각 끝에, 노력하는 선배교사로 기억되고 싶은 것이 저의 대답이였습니다. 무엇이 좋은 체육수업일까를 생각하고, 그것에 따라 수업을 미리 계획하고, 그러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적용하고, 그리고 수업을 실천하고, 반성하는 나. 내가 살아가는 방식, 좁게는 내가 수업하는 방식이 매번 옳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매번 새로운 학생들에 다라 새롭게 수업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사는 선배의 모습을 후배에게 보이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 그리고 교생선생님도 후에 그런 교사가 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물론 한 달 후에 이 교생선생님이 이렇게 저를 생각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사실 자신도 없고요.
제가 교직에 들어오면서 주위에서 자주 들었던 체육교사에 대한 상은 주로 ‘마당쇠’이미지였습니다. 선배 선생님들은 항상 체육은 ‘마당쇠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체육교사하면 떠오르는 의미지로, 수업 잘하는 교사라는 것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생활지도 잘하고, 친목회장하고, 교사들의 인화단결에 기여하는 교사들이 체육교사들입니다. 물론 이러한 인들이 학교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인들임에는 틑림없습니다. 그렇지만,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입니다. 교사하면 수업이 먼저 떠올라야 합니다. 그것이 교사의 첫 번째 정체성입니다.
제가 박사과정을 하면서 전공이 스포츠 교육학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교사 직전교육이나, 교사 재교육과 관련된 논문들을 보게 됩니다. 교생선생님께 이런 저런 논문들도 드려볼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한 달 동안 이 분이 현장 실습을 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숭고하고, 어린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깨닫는다면, 교생 실습 기간이 이분의 인생에서 좋은 기간이 되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교육 실습을 거친 교생선생님들은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과, 교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 두 부류입니다. 전 제가 만난 교생선생님이 한 달 후에 정말 교사가 되고 싶은 열정으로 넘지는 사람이 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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