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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영어체육수업을 통해 나타나는 나의 변화

  

 

   

 

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영어체육수업을 시작한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부담스러웠습니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안되서 포기하면 안함만 못한데...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같은 학년을 지도하는 후배체육교사는 다른 것 보다 저의 용기가 존경스럽다고 하더라구요.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용기가 필요했거든요. 제 영어실력을 진실로 아니까요.

 

 

 

 

 

‘수업준비’

시작한지 2달이 되어가는데, 저도 예상치 못한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수업준비와 관련된 것입니다. 전 13차 체육교사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좀(?) 노하우가 있는 교사라고 생각하고 수업준비도 슬슬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어체육수업을 진행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업내용에 대한 영어표현을 찾아보고 공부를 해야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수업내용에 대한 준비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니 전체 단원계획을 확정하고 그에 맞는 수업계획을 미리 세우게 되었습니다. 전에도 이렇게 하기는 했으나, 영어체육수업을 진행하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영어표현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었기에 수업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지만, 수업운영에 더욱 세심해지고 수업에 자신감이 더욱 커졌으며, 수업운영도 더욱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참 예상치 않은 변화였습니다.

 

‘미소짓는 나’

지금은 체육부에서 운동부지도, 학교스포츠클럽 등의 업무를 맡고 있지만, 교직 생활의 절반은 학생부에서 보냈습니다. 학교폭력, 흡연 문제 등의 일을 처리하면서 얼굴에서 웃음은 진작에 사라졌습니다. 간혹 학교폭력 문제 등의 일을 처리할려면, 수업은 뒷전으로 하고 학생부에서 학생과 부모님들의 상담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새로운 학교에서 체육부에 배정되었고, 영어체육수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제 영어수준이 중학교 수준이라고 항상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강조합니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심도 깊은 이야기는 학생들과 잘 나누지 못합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혼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연히 제가 답답해집니다. 구체적으로 표현해서 혼내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들키지 않아야 했기에, 어쩔수없이, 눈으로 광선을 발사한다는 생각으로 자주 응시하고 지속적으로 쳐다보고 눈이 마주치면 미소를 짓기도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소리지르거나 잔소리하는 횟수가 줄고, 학생들을 응시하고, 눈을 마주치고 미소짓는 횟수가 무척 증가했습니다.

 

점점 제 얼굴에 미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 저의 변화는 학생들과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불러왔습니다. 전과 달리 점점 학생들과 저의 상호관계가 긍정적인 것을 제가 감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시간 초반에 준비운동으로 학생들은 운동장을 뜁니다. 그전에는 안 했는데, 지금은 학생들과 제가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그리고 전 연신 외쳐댑니다. Good Job! 영어체육수업이 저에게 미소를 되찾아주었습니다.

 

‘생존을 위해 합니다’

우리학교는 교사식당이 따로 있습니다. 교사들끼리 식사를 하지요. 식사를 하는데 한 선생님이 물어봅니다. “선생님 영어로 수업해요?”, “왜 하는거예요?” 이렇게 질문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 그들에게 좀 독특한(!) 체육교사일지 모르겠습니다. 대개는 식사중에 질문이라 가볍게 웃으면서 물어보는데, 저의 대답이 너무 무겁습니다. “전 생존을 위해 해요”. 이렇게 대답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 집니다. 그리고 이어서 대답하지요.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살아남을려고 합니다”이렇게 이야기하면 국, 영, 수, 사, 과 이외의 선생님들은 쉽게 공감을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한문, 미술, 음악 선생님들이 가장 크게 공감을 해 주시더라구요.

 

이러한 대화를 하다보면, 선배 선생님들은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요즘 젊은 체육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라니까”. 전 갑자기 열심히 수업하는 교사가 됩니다. (^^ㅋㅋ) 분명한 것은 제가 우수한 체육교사는 아닐지언정 무언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 교사인 것은 분명한 듯이 저를 대해 주시는 겁니다.

 

체육교사에 대한 상이 교직에서 어떤지는 학교마다 다를지는 모르겠습니다. 학교마다 운동부 감독을 맡고, 학생생활지도를 책임지고,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교직원 친목회에서도 회장, 총무를 맡기도 합니다. 그러나 옮기는 학교마다 가장 먼저 수업을 잘하는 교사들로 그 평을 듣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록 생존을 위해 한다고 하지만, 체육교사에 대한 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 제가 경험하는 영어체육수업의 효과이고, 이러한 변화들이 저를 체육교사로서 행복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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