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임성철(원종고등학교 교사)
아래의 내용은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필자의 아들과의 대화이다. 나는 고등학교 체육교사로서 필자의 장남인 찬민이가 어떻게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 지 궁금했다.
나 : 찬민아! 체육수업은 1주일에 몇 시간이냐?
찬민 : 1주일에 한 시간이요.
나 : 1주일에 한 시간밖에 않된다고?
찬민 : 네!
나 : 그렇다면 2학년, 3학년 선배들의 체육수업은?
찬민 : 선배들도 일주일에 한 시간 체육수업을 해요.
나 : 체육수업 시간이 적어서 좀 답답하지 않니?
찬민 : 그렇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나 : 그러면 점심시간에는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운동이라도 하니?
찬민 : 아니요. 우리 반 아이들은 30분 안에 점심식사를 빠르게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서 공부를 해야 해요. 담임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점심시간 자율학습을 직접 감독하세요.
일주일에 한 시간에 불과한 체육수업시간에 대해서 독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체육수업을 집중이수로 이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체육수업의 축소이수이다. 그나마 체육수업을 집중이수라도 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아들 찬민이가 다니는 고등학교 1, 2, 3학년 학생들은 체육수업을 모든 학년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지만 수업시수가 한 시간에 불과하다. 이러 고등학교가 찬민이가 다니는 학교뿐이 아니다.
체육수업시간에 축구경기를 하는 원종고 학생들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시행중인 학교 자율화조치로 단위학교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이 주어지면서 일선학교는 초중고 교육과정 20% 범위 안에서 특정 교과목을 늘리거나 줄여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권은 예술체육교육 확대를 통해서 창의인성교육을 강화하는 학교도 있지만, 많은 학교에서 입시에 핵심적인 교과인 국영수교과목의 교육과정 확대 운영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필자의 아들도 국영수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편성한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적극적으로 시키는 것에 대해서 어느 학부모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학업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성장기의 청소년들에게 안정적인 체육수업 시수 확보를 통해서 건강증진과 인성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청소년을 때려야만 폭력일까? 그들에게 소중한 체육수업을 빼앗아가는 것도 일종의 보이지 않는 폭력이다! 고등학교의 관리자와 교사들이 입시결과에만 집중해서 체육수업을 집중이수 또는 축소이수로 운영하는 것은 체육활동을 통해서 학업 스트레스를 풀고 또래의 친구들과 함께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이것은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심각한 무형의 폭력이다!
입시결과로 학교간의 경쟁이 치열한 잘못된 경쟁적인 교육문화 속에서 체육수업이 학교의 재량으로 운영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하루라도 빨리 고등학교 체육수업이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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