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태구(부천 상동고등학교 교사)
‘2011부터 시작된 영어체육수업과 현재’
2011년부터 시작된 영어체육수업을 스포츠둥지를 통해 소개를 했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서의 생존(?)을 위해 시작했었다고 고백하였다. 그리고 현재 많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집중이수’로 인해 체육시간을 정규교과에서 빼앗기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체육교사로서의 조치가 필요했다. 모든 것이 학교장의 결정이었지만, 학부모님들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체육은 집중이수로 인하여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포츠 클럽으로인해 체육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기는 하나, 그것은 정규교과로서 체육교과의 위치를 살려주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부터는 고등학교 1학년을 지도하면서 주 3회 모든 체육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기 시작했다. 나 스스로의 긴장과 주변의 눈치 등 여러 가지 이유가 나를 머뭇거리게 했지만, 과감히 시작하였다. 2011년 EBS에서는 ‘당신이 영어를 진짜로 못하는 이유’라는 프로그램을 방송하였다. 결론은 ‘크게 말하고, 몸에서 익힐 때 까지 반복하라’는 것이 영어를 잘 하는 비결이였다. 그리고 그 방송에서는 미국의 한 언어학 박사가 나와서 언어습득을 위해서는 신체 활동과 같이 결합이 되면 더욱 효과적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학기 초에 이 동영상을 보여주고 영어체육수업의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학생들은 웃기도 하고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난 단순히 영어는 삶을 위한 수단임을 강조했고, 영어체육수업의 중심은 체육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강조가 실제로 체육수업을 통해 실천되려면 몇 가지 조치가 필요했다. 가장 먼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영어시간에 원어민 선생님이 영어체육수업이 영어교육에 왜 좋은지 강조를 부탁했고, 원어민 교사는 흔쾌히 응해 주었다.
‘체육수업을 위한 학생 조직’
운동을 좋아하는 우리 학교 학생들, 운동을 좋아할수록 많은 학생들이 영어를 잘 못했다. 물론 둘 다 잘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원활한 영어체육수업진행을 위해 조치가 필요했다. 몇몇의 수업 도우미들을 조직했다. 난 그들을 Staff라고 불렀고, 학기 초에 학생들의 자원을 받아 선발했다. 선발할 때마다 지원자가 넘쳐 항상 경쟁이 치열하였다.
기존에 있는 도우미들과 체육부장, 서기 등의 역할을 영어이름으로 만들고 역할내용을 부여하였다.
The Staffs | |
Name of The Staff |
The Role |
Interpreter |
교사가 수업 중에 설명하는 내용을 우리말로 동시통역을 한다. |
Helper |
수업준비에 필요한 장비 및 도구를 설치하고 해체한다. |
Time Keeper |
체육시간 시작 쉬는 시간에 학생들을 운동장으로 빨리 내보낸다. |
Mobile Maneger |
수업시간 전에 학생들의 핸드폰을 수거하여 핸드폰 가방에 넣는다. |
Recorder |
학생들의 기록을 기록하고 정리한다. |
PE Leader |
체육부장으로 이 조직을 관리·운영한다. |
PE Leader외에는 운동 능력이 특별히 좋은 학생들이 그 역할을 할 필요가 없었다. 특별히 Interpreter는 영어권에서 언어연수를 경험한 학생들이 그 역할을 맡았다. 대개 체육시간에 관심이 별로 없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인 점이 공통점이다. 또 대개 여학생들이 Interpreter를 맡았다. 중학교때와는 다르게 체육시간에 자신의 역할이 생겨서 좋아한다. 그리고 다른 역할을 맡은 학생들도 비슷하다.
‘영어체육수업의 원칙’
영어체육수업시간에는 모든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교사인 나에게 말을 할 때도 영어로 이야기 해야 한다. 보건실을 가고 싶어도,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기본적인 영어표현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난 내가 지도하는 1학년 학생들과는 어느 시간이건 영어로 대화를 한다. PE Leader가 체육시간 장소를 미리 알려고 체육실에 와서도 나에게 영어로 물어봐야 한다. 우리말로 하면 난 모른체(!) 한다. 지금은 모든 PE Leaders이 영어로 나에게 질문을 잘 한다. 간혹 자신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싶으면 영어로 축구하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기특하다. 대개 체육부장들은 운동능력은 좋지만 성적은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영어회화도 못하는 것이 실력때문이기보다는 자신감이 없어서 그런 것을 난 알기에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항상 노력한다.
최근에 한 반의 Interpreter가 상담을 요청해 왔다. 난 그녀에게 영어로 이야기 하라고 했다. Interpreter는 약간 당황했다. 체육시간에 관한 자신의 일을 나와 상담하는데 영어로 해야하다니..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영어로 술술 이야기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때 2년 동안 미국에 있다왔다. 나에게도 처음으로 하는 영어 상담이였다. 결론은 상담을 잘 했고, 그녀와는 더욱 친해졌다. 아무튼 영어체육수업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영어에 관심 없고 축구에만 관심 있는 남학생들도 Soccer와 Football의 차이를 물어보고 축구를 즐긴다.
나의 영어체육수업은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학생들은 내가 영어를 영어교사만큼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난 늘 영어공부를 한다. 모르는 것은 원어민 교사에게 물어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나의 영어는 영어문법은 무시다. 기본적인 것은 지키지만 말이다. 난 늘 학생들에게 나의 영어 수준은 중학교 수준이라고 말한다. 단지 난 학생들에게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한다. 나의 자신감 넘치는 영어체육수업은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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