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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국제체육 ]

월드컵사상 최초 남북한 본선 동반진출, 2010남아공월드컵

                                                                              글 / 김동선 (경기대학교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월드컵사상 최초 남북한이 동시에 본선무대를 밟게 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지역예선에서 한국은 가장 먼저 7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고, 북한도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꺾고 8강까지 진출하는 이변을 일으킨 적이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북한의 본선진출이 더 반가운 것은 남북관계에 활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
많은 사람의 바람이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개성공단의 현대아산 유모씨가 억류되었고(8월 13일 137일 만에 석방되었지만),
북핵문제와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Weapons of Mass Destruction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참여 등으로 경색되어 있던 때에 남북한이 월드컵에
동반 진출한 것은 국내외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컸다.

 
정부도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사업인 남북교류협력기금 35억 여원을 지원하기로
지난 8월 3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8월 25일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미뤄왔던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의 회의를 다음 주 중에 열기로 했다면서 10여개의
대북 지원 단체의 남북교류협력기금 지원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즉, 남북한 관계와 민간단체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진행한다는 것이다.


1991년 제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제6회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남북단일팀 구성,
1999년 통일농구대회와 남북노동자축구대회,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동시입장,
2002년 남북통일축구대회, 유럽-코리아재단이 주최한 남북통일축구대회, 부산아시안게임
남북한 공동응원 등이 있었고, 그리고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2004년 아테네올림픽,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의 남북한 공동입장 등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교류를 통해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을 타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남북한 공동입장의 전통이 깨진 뒤,
서울과 평양으로 예정된 월드컵 예선 두 경기가 남북관계 경색의 여파 때문에
경기장소를 제3국으로 옮기는 파행이 일어나기도 했다. 스포츠경기 개최지에
정치가 개입된 현실이 한탄스럽기만 했다.

남북한 스포츠교류를 둘러 싼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은 한국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북한의 체육정책과 남북관계가 종속변수라고 보면 미래의 남북관계 변화를
유도할 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일부분으로서의 스포츠교류 정책을 독립변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종속변수가 불변인데 반하여 독립변수가 가변적이라는 점에
대해 정부와 국민 양자가 인식을 같이하는가에 달려있다.

남북한 스포츠교류 증대가 통일 기반 조성에 도움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포츠교류의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과 체육계의 노력, 그리고 북한 당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실정이다.

정부가 남북한 스포츠교류를 중점 지원해야 하는 것은 접촉의 규모와 내용면에서
다른 어느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보다도 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즉, 영상물을 통한
교류와 함께 스포츠교류는 대다수 국민들이 즐거운 심정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된다.
이처럼 남북한 스포츠 선수 및 관중들이 양국 주민들의 접촉 확대에 일익을 담당하게
될 때 우리 체육계가 민족통일 과정에서 중차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된다.

이제 우리는 남북한이 나란히 남아공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만큼 월드컵 무대를
공동응원 등을 통해 좋은 성적을 올려 궁극적으로는 화해와 평화의 기반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모쪼록 대결로 치닫는 남북한 정부 당국자들도 스포츠 선수들의
정신을 본받아 상생과 번영의 길로 정책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 남북 관계에
있어 화해의 물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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