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고은하 (체육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지난 10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121차 IOC 총회에서 브라질의
리우 데 자네이루가 미국 시카고, 일본 동경, 스페인 마드리드를 차례로 제치고
201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어 남미 대륙 최초로 올림픽 개최 도시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였다.
“승리”한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대에 이르는 반면
“패배”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국내외 문제를 뒤로 하고 정치적 고향
시카고를 위해 코펜하겐으로 날아갔으나 올림픽 유치에도 실패하여 이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는 신세가 되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스포츠와 정치, 그리고 올림픽 달러
1956년 당시 IOC 회장이었던 에이버리 브런디지가 “스포츠와 정치는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선언한 이래 수없이 되풀이되어 온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더욱이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올림픽에 정치가 무관할 수 있을까. 최종 후보 4개 도시를 선전하기 위하여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가 IOC 총회에 참석하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기까지
한 것을 보면 올림픽이 정치가들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분명하다.
올림픽과 정치의 결합 역사는 소위 나치 올림픽으로 불리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냉전 시기에 이르러 보다 본격적, 지속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국가의 정치적 목적이 개입하게 된다. 올림픽은 체제 우월성의 과시와 자국의
위상 선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동서 양 진영이
각각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LA 올림픽의 보이콧한 사건은
너무도 유명한 일이다.
탈냉전 시기에 접어들면서 올림픽 유치 경쟁의 이면에는 올림픽 달러에
대한 기대가 크게 자리 잡게 된다. 영국의 UK Sport는 런던올림픽 개최에
따른 순경제적 효과, 즉 GDP 증가분이 2005년에서 2016년까지 런던을 제외한
영국 전체에서 19억 3,700만 파운드(한화 약 3조 6,068억원), 런던의 경우
59억 파운드(한화 약 10조 9,861억원)라는 예상치를 내놓았다.
미국의 유타 주에서는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 효과를
산업분야별 생산영향과 고용효과 면에서 산출한 결과, 유타주의 생산 증가분은
1996부터 2003년까지 총 44.8억 달러(한화 약 5조 21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가 과장되었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올림픽 개최 도시
및 국가는 대회 개최로 인한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한다.
올림픽은 국가경쟁력 상승의 기회?
정치적 선전 효과에 경제적 이윤, 거기에 개최 도시와 국가의 발전적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적” 역할을 더한다면 올림픽 개최가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가설도 가능하다. 물론 국가경쟁력을 산출하는 데는 사회 인프라, 경제효율성,
정부효율성, 교육수준, 보건의료체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가 국가경쟁력 변화에 반드시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올림픽 개최 이후 국가경쟁력이 도리어 하락한 경우도 찾아볼 수 있어
올림픽 개최 = 국가 발전이라는 가설을 주장하기는 조심스럽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 International Management Development)와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각각 발간하는 국제경쟁력보고서를
살펴보면,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치르면서 국가경쟁력이 크게 상승한 반면,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오히려 올림픽 개최 이후 국가경쟁력이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호주의 경우 IMD는 올림픽 개최 직후 4위까지 상승했던 국가경쟁력이 10위권 밖으로
하락하였다가 다시 7위까지 회복된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세계경제포럼은
여전히 10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결과는 올림픽 개최는
곧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회가 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무색하게 한다.
평창올림픽 3수와 부산의 새로운 도전,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인가?
올림픽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되고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올림픽 유치 열기는 뜨겁다. 국내에서도 동·하계올림픽을 비롯한
메가이벤트 유치 경쟁이 열기를 넘어서 과열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벤트를
유치한 이후는 생각하고 있는가?
남보다 앞서 도전하기 이전에 시설과 재원, 스포츠 저변 등 이벤트를 개최할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이벤트 개최가 지역 및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지 또는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인지에 대한 냉정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미 시작한 발걸음이라면 어떻게 해야 경제적·문화적으로
실패하지 않는 이벤트가 될 것인가, 그리고 성공의 효과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유지하여 나갈 것인가를 고심하여야 한다. 올림픽 효과는 준비된 도시,
준비된 국가만이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수 회 올림픽 개최지의
오늘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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