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올림픽 종목 연구 : 7. 전쟁에서 유래한 군인들의 놀이(2)

 

글/ 윤동일 (국방부)

 

 

나. 군사적 관점에서 본 스포츠(5-1)
스포츠의 전투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관점을 약간 조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전장에서 요구되는 전투 기술과 능력을 나름의 정의대로 아래와 같이 다섯 국면으로 구분했다. 먼저 개인과 집단에 필요한 전투기술로 구분하고, 일반적인 전투의 전개순서에 따라 다섯 국면별로 요구되는 전투기술을 연마하는 스포츠 종목을 설명하고자 한다.

<1>개인_개전∼접적전진(接敵前進) : 적과 접촉을 위해 적 방향으로 실시하는 전장이동기술
<2>개인_원거리·공성전투 : 가급적 편제무기에 의한 원거리 전투로 적의 기도를 와해시키고, 전투력을 감소시키되, 통상 방자의 성을 포함한 각종 장애물을 두고 벌이는 공방의 전투기술
※적과 접촉한 후, 직접적인 교전 이전 단계에 벌어지는 전투로 편의상 둘을 하나로 통합했음.
<3>개인_근접전투 : 원거리·공성전투에서 살아남은 양방이 최후의 승리를 위해 무기를 들고 또는 무기 없이 하는 백병전을 포함한 직접적인 교전기술
<4>개인_종합전투 : 개별적으로 연마한 각 전투기술(∼)을 종합적으로 구사하는 능력과 기술로 통상 전사나 전령의 자격조건을 구비했는지 여부를 평가하는데 활용된다.
<5>집단_조직전투 : 전투조직을 구성했을 때 분담된 역할에 충실하고, 팀웍으로 조직화된 기술

 

구분	개인					조직
전투국면	개전∼접적전진	초기전투		최종전투	전 단계	전 단계
전투기술	<1>전장이동기술	<2>원거리·공성전투기술		<3>근접전투기술	<4>개인종합기술	<5>조직전투기술
비고	달리기또는교통 수단(배,말,스키)에 탑승이동	직사/곡사회기에 의한사거리전투 (활,창,포등)	자연/인공장애물 극복(凹凸또는 해자,성벽등)	맨손의격술이나 봉·검등을활용 하는무술	전사/전령자격 평가,특정 상황 대처(<1>+<3>)	조직의전투수행 능력과 기술

<표> 전투의 진행국면별 요구되는 전투기술

 

 

여기서는 전장이동기술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개인_전장이동 기술
첫 번째 소개할 전장기능은 ‘전장이동’기술이다. 전장에서 정해진 거리를 적보다 ‘빨리’ 그리고 제한된 여건에서 적보다 ‘멀리’ 또는 ‘높이’ 도약하는 신체능력에 따라 육상이나 해상 또는 설상(雪上) 이동기술을 겨루는 가장 기본적인 종목들이다.

 

전장에서 적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은 전장에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적보다 먼저 도착하여 전략·전술적 이점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전투의 기본인 상대적 고지(高地)를 점령하는 등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 전략·전술적 기습하기에 매우 긴요하였다. 이 전투기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종목들은 대부분의 육상의 트랙종목과 장비를 이용해 일정 구간에서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종목에는 아테네와 페르시아 간의 전투에서 유래한 마라톤(이와 관련해서는 달린 거리와 이유 등 대한 다양한 주장과 이견이 있음.)을 포함해 거리별 속도경기가 해당되고, 이동 간에 만나게 되는 자연적 또는 인공적인 요철(凹凸)을 극복해야 할 상황을 가정한 허들이나 장애물경기나 수영 종목 등이 있고, 말의 힘과 스피드를 이용하거나 배 또는 스키 등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마장마술(馬場馬術), 조정, 카누, 요트, 스키 등도 있다.

 

이 가운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종목들은 제외하고, 마장마술과 스키에 대안 설명을 부연하고자 한다.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약 1,300년 아시리아군(軍)에 처음으로 등장한 기병은 인류 전쟁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를 제공했다. 조상들은 말을 전쟁에 활용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전시 야지이동 속도를 배가시키고, 신속한 작전의 변경이나 원활한 보급 유지 등 전반의 작전능력과 범위(작전반경)를 보다 확대할 수 있었으므로 기병을 보유한 자체가 커다란 위협으로 작용했었다. 때문에 예로부터 혈통이 좋은 군마(軍馬)를 보유하고, 강한 훈련(조련)을 통해 기수와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요구되는 행동을 펼치는 기마술은 전승을 좌우하는 핵심요인이 되었다. 이런 전쟁의 습관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유럽의 각지는 세계적인 명마(名馬)들의 고향(스페인의 안달루시아, 독일의 슈튜트가르트 등과 같은 지역)이 되었다.^[각주:1]

 

스칸디나비아어로 ‘널빤지’를 의미하는 ‘스키(Ski)’는 가장 오랜 기록은 노르웨이에서 발견된 약 4,500년 전으로 추정되는 바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며 겨울이 길고 눈이 많은 북유럽의 전통적인 교통수단이었다. 이를 스포츠로 확산시킨 것은 1904∼5년까지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 스키 클럽이 생기면서부터이며 이후 본격적으로 스키가 발달한 배경에 노르웨이 육군의 공헌을 뺄 수가 없다. 동계 설상이동을 위해 스키의 중요성을 인식한 군 수뇌부에서 1720년대에 접어들면서 군대에 스키보급을 위해 공장을 만들어 양산했고, 1742년에 이르러 스키부대를 창설해 군사 교육과목으로서 본격적인 연구와 훈련체계를 정립했으며 특히, 스키와 사격을 혼합한 새로운 종목의 탄생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아래의 표(<표-1>)는 전장이동기술을 4개 유형으로 구분해 정리한 것이다.

 

전쟁기술	유형#1	유형#2	유형#3	유형#4
고대스포츠	달리기	원반던지기	경마	전차경주
현대스포츠	마라톤, 육상트랙경기	원반던지기, 수영	마장마술, 경마	조정,스키,

<표-1> 전장이동에 유용한 스포츠 종목

 

 교통수단(말, 스키)을 이용한 전장이동기술의 우열을 가늠하는 종목(경마, 스키)

말을 조련하는 기술을 겨루는 마장마술의 경기 장면과 군 특수부대에서 스키를 훈련하는 장면

 

 

위의 표는 필자가 전쟁의 관점에서 편의상 분류한 것으로 독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을 미리 언급해 둔다. 도약종목인 멀리뛰기는 현대의 육상 트랙종목으로 적과 접촉을 위한 이동기술로 볼 수 있으나 자연적인 것 말고도 상대적으로 인위적인 장애물과 같은 요철이 많은 지역 즉, 주로 적과 접촉 이후부터 펼쳐지는 전장에 유용하다는 점에서 원거리·공성전투기술로 분류했고, 고대의 무장달리기는 비교적 후기에 등장한 이동하면서 검투를 병행했던 경기방식에 주목하여 단순한 이동기술 이상의 종목으로 간주하였다.

 

따라서 동계 스포츠 종목 가운데 육상의 크로스컨트리와 유사한 노르딕 스키와 사격을 혼합한 바이애슬론(Biathlon)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종합전투기술’ 종목으로 분류했다. 또한 그리스나 로마시대에는 전차가 전투에 쓰인 것은 사실이나 전투 보다는 오히려 교통수단의 가치가 더 컸다는 점(기록에 의하면 그리스나 로마 모두 중장보병을 주력으로 활용했기 때문에 전차를 타고 직접 전투행위를 했다 보기는 어렵고, 다만 격전장까지 이동하는 수단이나 출정식 또는 개선행사를 위해 필수적이었다.)에서 조종이나 스키와 같은 범주(전장이동기술)에 포함시켰다.

 

 

 

ⓒ 스포츠둥지

 

 

1. 유럽의 고대전쟁사를 보면, 기병 보다는 보병을 주력으로 운용해 기병의 발달이 늦었다고 언급했는데 이와는 달리 세계적인 명마들의 고향이 유럽이라니 혼란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사실 유럽에서 좋은 말이 필요했던 시기는 전신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들을 고용했던 중세였다. 영주와 계약으로 돈과 충성의무를 교환했던 기사들은 무거운 전신갑옷을 착용했고, 심지어 말에게도 갑주를 입혔기 때문에 이들을 태우는 말의 조건은 우선적으로 건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다시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기로 하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