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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중국 대항마‘노장 3인방’의 빛나는 퇴장과 한국탁구의 미래

 

 

 

 

글 / 이철원 (스포츠둥지 기자)

 

Ⓒ 미국 NBC 올림픽사이트 www.nbcolympics.com

 

 

지난 8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남자탁구 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이 한국을 3-0으로 완파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의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은 '맏형' 오상은(35.KDB대우증권)과 주세혁(32.삼성생명), 유승민(30.삼성생명)등 베터랑 3인방을 내세워 중국의 독주를 제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지막이 될 올림픽에서의 완패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퇴장은 빛났다. 이들 3인방이 10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을 비롯, 전 세계를 대표해 중국과 힘겹게 싸워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탁구는 1988 서울올림픽에서 정식종목에 채택된 이후 중국 외의 나라에게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1988 서울대회부터 2012 런던대회까지 중국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는 한국과(1988년 2개, 2004년 1개) 스웨덴(1992년 1개)이 전부일 정도이다. 특히,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스웨덴의 전설적인 탁구선수 발트너가 남자 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로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20년의 세월동안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한국의 유승민(2004 아테네올림픽 단식)이 유일할 정도이다.

 

 

▶ 한국 탁구의 전성기와 침체기
 한국 탁구는 1988 서울올림픽에서 남자 단식(유남규)과 여자 복식(현정화, 양영자)을 휩쓸며 세계적인 탁구 강국으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전 세계에서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떠올랐다.

 

유승민이 2004 아테네올림픽 단식 금메달을 따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던 한국 탁구는 2006 도하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부터 2002 부산대회까지 이어오던 '금빛 스매싱'을 놓친 것이다. 이어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중국에 8전 8패를 당하며 또 다시 '노골드'의 수모를 겪게 됐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상은과 주세혁, 유승민은 고군분투(孤軍奮鬪)하며 2000년대 중국탁구에 일격을 날리는 역할을 해왔지만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한계에 부딪힌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전력 노출이 덜 된 젊은 선수를 육성해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과 2016년 리우올림픽을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 한국탁구의 미래
 한국 탁구가 침체기로 들어선 원인으로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한쪽으로 쏠린' 선수육성이다. 한국은 중국에 대적하기 위해 다양한 공격기술을 흡수하는데 전력을 다했고, 그 결과 수비전형 선수를 육성시키지 못했다. 현재 남자팀의 '수비 달인' 주세혁과 여자팀 김경아(35.대한항공)를 제외하면 두각을 나타내는 수비형 선수가 없다. 이번 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봤듯이 주세혁만이 중국 선수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완벽한 수비 후 역습을 노리는 것이 중국을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이 입증됐지만 한국에는 아직 이들의 뒤를 이을 세계정상급 수비형 선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두 번째는 '세대교체' 실패다. 지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선발전을 통해 남자부 김민석(20, KGC인삼공사)과 여자부 양하은(18, 대한항공)등 신예선수들이 발굴됐지만 광저우대회를 비롯해 이번 올림픽에서도 여전히 주력 선수는 30대 선수들 이었다. 두꺼운 선수층을 바탕으로 매년 신예선수들이 치고 올라오는 중국과는 달리 한국은 일정 선수가 장기간 국제대회에 출전하다 보니 알몸에 가깝게 전력노출이 돼있다. 지난 8일 단체전 결승을 마친 후 류궈량 중국 감독이 "한국 선수에 대한 모든 파악이 다 돼있었다"라고 할 만큼 장시간 국제무대에 나선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은 모두 노출되어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한국탁구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정영식(20. KDB대우증권)과 김민석, 양하은 등을 필두로 한 젊은 국가대표들이 올해 열린 국제대회에서 런던올림픽에 선발된 중국 선수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재 탁구 세계랭킹을 살펴보면 1위부터 10위 사이에 중국 선수가 과반수(남자 6, 여자5)를 차지하고 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우리의 젊은 국가대표선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며 선배들의 영광을 이어가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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