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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데이터야구 파헤치기! ①알고보면 더 재밌는 기록의 스포츠

 

 

 

 

 

글 / 문영광 (스포츠둥지 기자)

 

      프로야구의 ‘만년 꼴찌’ SK 와이번스는 2007년을 기점으로 완벽하게 환골탈태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첫 해 우승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김성근 감독이 표방했던 이른바 벌떼야구는 말 그대로 선수를 ‘벌떼’처럼 고루 기용한다는 데서 나온 말이다. 김 감독은 매 경기 매 상황에 적절한 계투진을 이용해 점수를 지켜냈다. 비록 경기시간이 길어지고 재미가 없다는 일각의 비난이 있었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대표적으로 2007년 SK와 두산의 한국시리즈에 전 경기 출장한 가득염 선수의 예를 들 수 있다. 그는 롯데에서 방출되어 온 투수였지만 김성근 감독의 벌떼야구에서는 결코 쓸모없는 노장 선수가 아니었다. 가득염은 한국시리즈 모든 경기에 출장하며 두산의 발야구를 이끌던 좌타자 이종욱과 김현수 만을 상대, 12타수 1안타로 꽁꽁 묶어내 SK의 창단 첫 우승에 톡톡히 기여했다.

 

중요한 사실은 김성근 감독이 이러한 벌떼야구를 함에 있어 결코 감(感)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기반에는 철저한 사전 데이터 분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선수기용이 있었다. 김성근 감독의 야구를 ‘데이터 야구’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주전과 비주전, 노장과 신인의 차별을 없애고 최근 성적, 훈련 성적만으로 선수를 기용했다. 고액 연봉의 선수들도 매 경기 교체아웃 당하기 일쑤였고, 무명에 가까웠던 신인 선수들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기록의 스포츠, 야구!
데이터 야구의 원천은 바로 ‘기록’이다.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기록들이 존재한다. KBO 공식 기록원들에 의해 경기장에서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이 기록들은 원석 같은 존재이다. 이 기록들을 가지고 수많은 종류의 데이터로 가공하여 이곳저곳에 활용할 수 있다.

 

공식 기록원이 기록해야 하는 타자와 야수, 투수와 관련된 기록은 타자가 16개, 야수가 5개, 투수가 15개로 총 36가지이다. 이러한 기록 외에도 각종 기록에 관여한 선수의 이름이나 심판의 이름, 경기 시간이나 득점 등 수많은 사항과 관련된 것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야구 공식기록 항목 ⓒ 문영광 (자료출처 : 한국야구위원회)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공식 기록원
공식 기록원은 말 그대로 야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한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는 이 일은 알고 보면 결코 녹록치 않다. 야구에는 딱 “이거다”라고 기록하기에는 너무도 애매한 상황이 무수히 많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면, 타자가 내야 땅볼을 친 후에 1루에서 세이프가 됐다면 이것을 타자에게 내야안타로 줄 것인지, 야수에게 실책으로 줄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기록원의 몫이자 고유권한이다. 이런 애매한 상황을 판단하여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선수들의 원성을 듣기도 한다.

 

프로야구 1군 경기에는 매 경기마다 2명의 공식 기록원이 배정된다. 한 명은 공식 기록지에 수기로 작성하는 역할이고 다른 한 명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을 입력한다. 컴퓨터로 입력되는 기록은 KBO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의해 실시간으로 각종 포털 혹은 그 외 계약된 업체에 제공되어 팬들에게는 문자 중계 등의 서비스로 제공된다.

 

 

수기 기록지(좌)와 전산입력 시스템(우) (자료제공 : 한국야구위원회, 스포츠투아이)

 

 

공식 기록원은 경기 기록 이외에도 경기 전에는 날씨체크나 전산입력 장비 점검을, 경기 중에는 주심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하며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고 경기에 몰입하는 등 그야말로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자리이다. 프로야구의 많은 숨은 공신 중 감히 으뜸이라 할 수 있겠다.

 

 

기록은 통계를 낳고...
야구의 기록이 단지 기록원에 의해 작성되는 것에서 그친다면 기록의 스포츠라는 칭호를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록들은 다양한 목적에 맞게 계산되고 환산되어 여러 가지 유용한 통계가 생산되는데 그 종류는 수십 가지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선수의 순위를 매기는 데 가장 우선순위가 되는 통계로써 타자의 타율(AVG)과 투수의 평균자책점(ERA)이 있다. 타자의 타율은 타자의 안타 수를 타수로 나누어 나온 수를 반올림하여 소수점 셋째자리까지 표시한 수치로써, 타율이 높을수록 타격을 잘하는 좋은 타자로 평가한다. 방어율이라고도 불리는 평균자책점은 투수가 기록한 총 자책점에 한 경기의 평균 이닝수인 9를 곱한 후 선수가 등판해서 던진 총 이닝수로 나누는 것으로 계산한다. 이 평균자책점은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표시하며 타율과는 달리 낮을수록 좋은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율 외에도 타자의 척도를 알아볼 수 있는 통계가 많이 있는데, 장타율(SLG)과 출루율(OBP)이 그것들이다. 말 그대로 타자가 큰 타구를 얼마나 많이 쳐내는지, 팀에 보탬이 되는 출루를 얼마나 많이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들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장타율과 출루율을 더하여 나오는 'OPS'라는 수치를 많이 활용한다. 개인적인 평가 기준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보통 OPS가 8할을 넘으면 준수한 타자로 여겨지며, 10할이 넘으면 프로야구에서 손가락에 꼽는 타자로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OPS는 단타로 출루한 후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를 휘젓는 유형의 선수들에게는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주로 팀의 중신 타선을 평가하는 척도로 많이 쓰인다.

 

최근에 중요시되고 있는 투수 관련 통계는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다. 주자가 적으면 실점할 가능성도 작아지므로 투수의 안정도를 측정하고자 이용되는 통계이다. WHIP는 피안타와 사사구수를 이닝수로 나눈 수치이다. 높을수록 주자를 많이 내보낸 것이기 때문에 낮을수록 좋은 투수로 평가되며, 1.0 이하는 최상위권 투수들이라 할 수 있다.

 

중간 계투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시되고 있는 최근의 야구에서는 IRS, 즉, 승계주자 실점률도 중요한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 이른바 ‘분식율’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수치는 자신이 등판할 때 루상에 진출해 있던 주자들을 얼마나 잘 막아내는지 나타내주는 것이다. 만약 A라는 투수가 만루 상황을 만들어 놓고 B라는 투수와 교체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때, B라는 투수가 루상에 있던 3명의 주자에게 모두 득점을 허용한다면 A의 평균자책점만 나빠질 뿐, B의 평균자책점은 변함이 없다. 이렇듯 투수의 평균자책점 만으로는 투수의 역량 평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승계주자 실점률이 중요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 구단에서는 상황에 따라 득점권 안타율이나 득점권 피안타율도 중요하게 활용하고 있으며 전력 분석팀에 의해 상대 선수에 따른 방대한 개인별 데이터들도 일일이 계산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미 야구에서는 “기록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그 누군가의 말을 신뢰를 넘어 신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알고 보는 재미, 팬들은 원한다
위에 나열한 통계는 극히 일부분일 정도로 야구에서 기록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데이터는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점은 단지 구단에서의 전력 분석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반 야구팬들에게도 색다른 즐거움을 얻게 해준다. 야구에서 ‘알고 보는 재미’란 여간 쏠쏠한 일이 아니다.

 

현재 프로야구 기록과 통계 관련 서비스는 KBO 홈페이지와 각종 포털 싸이트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하지만 그 서비스의 질적, 양적인 면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많은 팬들은 30년의 역사와 거대해진 프로야구 시장에 걸맞은 통계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좋은 소식이 있다면 최근에 오픈한 넷마블의 ‘마구스탯(http://ma9stat.netmarble.net)’이라는 웹싸이트에서 스포츠투아이와 계약을 체결하고 많은 기록과 통계, 항목 간 비교 등을 일반인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것으로 인해 많은 야구팬들이 데이터에 대한 갈증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쪼록 야구를 기록과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야구팬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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