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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아시아 5개국 럭비대회 한일전

 

 

 

글 / 강동균 (스포츠둥지 기자)

    

 

       2008년 시작된 아시아 5개국 대회는 총 24개국이 참가해 톱5, 디비전 1~5로 나뉘어 Up & Down 제로 치러진다. 그룹마다 꼴찌 팀은 강등, 우승팀은 승격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종목뿐만 아니라 대회 자체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하다. 럭비가 역사적으로 프로화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보수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아마추어 리그를 지향하고 최근 스포츠의 트렌드인 상업화에 따르지 않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어쩔 수 없이 상업화를 따라가기 위해 IRFB(International Rugby Football Board)에서 프로화를 선언하며 탄생한 대회이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10년 대회에서 5위에 그치며 디비전 1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디비전 1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다시 톱5에 올라왔다. 2경기를 치른 가운데 1승 1패의 성적을 안고 있다. 향후 일정은 19일 카자흐스탄과의 원정 경기와 26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의 홈경기가 남아 있다.

 

2012 HSBC 아시아 5개국 럭비대회 ©강동균

 

 

우리나라 럭비의 현실
우리나라의 대부분 엘리트 체육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가 럭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고, 운동을 그만두면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지극히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선수로 뛰고 싶어하던 많은 선수들이 너무나도 좁은 선수의 길을 포기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애초에 럭비 선수를 하려는 사람 자체가 적다.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경기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물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따는 등 국제대회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마치 ‘우생순’의 핸드볼 대표팀이나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대표팀처럼 관심은 그때뿐이었다. 비인기 종목이라는 설움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경기장 역시 열악했다. 이번 대회 역시 축구장으로 쓰고 있던 성남 종합 운동장을 개조한 경기장에서 시합이 개최 되었다. 또한 일본은 실업 팀만 3000개에 이르는 저변과 풍부한 대회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는 ‘럭비 불모지’인 한국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IRFB측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고, 2016 올림픽부터는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2019년에는 일본에서 아시아 최초의 럭비 월드컵이 개최된다. 이러한 부분들은 럭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한국 럭비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인기가 있는 만큼 생활체육 등 그 저변도 넓은 편이다. 앞으로 자주 접하면서 럭비에 대한 생소함을 떨쳐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것이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의 모습 ©강동균

 

 

뜨거웠던 한일전
이날 경기에는 1800여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무료 입장이었지만 평소보다도 많은 관중이 온 것이라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많은 외국인 관람객과 학생들이었다. 가족과 함께 온 한 외국인 관람객은 “자신도 대학을 다니던 시절 럭비를 했는데 한국에 온 뒤로는 럭비를 실제로 볼 기회가 적었다. (물론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다시 럭비를 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라고 밝혔다. 대부분 맥주와 다양한 주전부리를 함께 먹으며 자유롭게 경기를 관전하는 분위기였다.

 

특이한 헤어스타일의 외국인 관중 ©강동균

 

 

경기 막판 한국의 터치 시도 장면 ©강동균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투혼’이다. 이번 경기 역시 한국 선수들의 부상 투혼이 빛났던 경기다. 하지만 일본의 우월한 체격과 운동신경은 한국 대표팀 경기력의 열세로 이어져 패배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럭비 대표팀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월드컵 경기장에서나 나올 법한 “짝짝짝짝짝 대~한민국”을 외치며 환호했다. 일본의 공세 속 간간이 이어지는 한국의 역습에서는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나오며 경기장 분위기를 한껏 뜨겁게 했다.


 경기 막판 일본의 진영에 터치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심판은 노 터치를 선언했다. 한국 선수들은 아쉬움에 소리를 질렀지만 번복되지 않았다. 이미 경기의 승패는 결정 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에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만은 잃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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