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권민혁 (단국대학교 체육교육과 교수)
다문화 사회로 급격히 변화하는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가 2007년을 기점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향후 외국인 수가 2020년에는 총인구의 5%까지 증가하며, 2050년에는 무려
9.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산업화에 따른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국제결혼이민자 및 자녀의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급속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문제는 우리 사회의 독특성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및 순수혈통을 무엇보다도 자랑으로
여겨왔으며 수많은 외세의 침입에도 꿋꿋이 버텨올 수 있었던 것은 단일민족을 지키려는
자존심 덕택이었다. 하지만 다문화 사회로의 변화는 사상 유래 없을 정도이니 우리가 앞으로
겪을 갈등이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우리의 과제는 다문화 사회로의 불가피한 변화 과정에서 겪는 크고 작은 갈등 및 혼란을
최소화시키면서, 다문화 사회로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다문화 정책의 초점은 사회통합
다문화 사회로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정부에서도 이를 본격적인 정책 의제로 다루기 시작하였다.
2006년 참여정부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사회통합을 통한 국익과 인권보장의 균형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정책을 발표하였으며, 이명박 정부 또한 ‘다문화 가족 포용’이나 ‘외국인과 함께하는
지역공동체 구현’ 등을 정책 과제에 포함시킴으로서 다문화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결혼이민자 대다수가 경제적으로 열악한 수준인데다 문화적 차별 및 소외로
인하여 우리 사회에서 원만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5년 10월 프랑스 사태는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둔 정책만으로는 이민자 문제의 해결이 불가능하며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이민자의 사회적응 지원과 통합정책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었다.
다문화 가정의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체육의 역할이 중요
이민자에 대한 사회 통합 정책 수단으로서 체육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체육은 세계 공용어로서
인종이나 종교, 계층, 연령, 성과 관련 없이 누구나가 쉽게 참여할 수 있어 타인과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특히, 체육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의 사회 적응에 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온 지 1년 밖에 안 되는 몽골 소년이 원활한 의사소통은 불가능하지만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또래들과 잘 적응하고 활발한 신체활동을 무기로 또래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보고 한 바 있다.
이는 다문화 가정 자녀의 한국 사회 적응 기제로서 체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은 왕따라고 할 수 있는 ‘거부아’에 속하는 비율이 매우 적다는 필자의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해외 선진국들도 체육의 사회 통합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독일은 체육을 통한 통합과 폭력 예방에
주요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 또한 체육이 사회경제적 기능, 사회 문제 예방 기능,
사회통합 기능, 준법정신 함양 기능 등의 사회적 가치를 함양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히스패닉계의 고립 및 소외감을 운동과 스포츠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미국사회에 편입시키고
서로간의 이해를 도와 각종 사회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려 하고 있으며, 호주는 지방정부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문화 간의 화합과 통합을 이끌어가는 도시를 선정하여 다문화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가정의 사회 통합을 위한 체육 정책을 적극 전개해야
우리나라에서 이민자의 통합을 목표로 한 체육 정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그나마, 정부에서는 최근 다문화 가정을 비롯한 소외 계층의 사회 통합 차원에서 체육 정책을
추진하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이민자에 대한 체육 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을 고려하여 전개되어야 한다.
첫째, 이민자의 생활체육 욕구 및 실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체육 정책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여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중앙과 지방자치단체의 상호보완적인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 이민자들이 지역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원만하게 적응하려면, 중앙 정부 중심이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가 요구된다.
셋째, 관련 부처와의 협력 체계를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 현재의 체육 예산만으로는 이민자를
위한 충분한 체육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노동부, 교육부 등 다양한 부처들과의 원활한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하여 관련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를 위하여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개발 및 보급해야 한다.
체육이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음은 분명하나, 체육 활동에 참여하기만 하면 저절로 사회 통합이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의 문제가 되었으며 그것도 고령화만큼이나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른 나라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경험했던 시행착오를
최소화시켜 이민자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떳떳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정책적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선의 정책적 수단의 중심에 바로 체육이 자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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