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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여중·여고 운동장에는 풀이 자라고 있다? - 뉴스포츠와 함께하는 즐거운 체육수업




                                                                                         글/김윤환(고려대학교)



필자는 작년 이 맘 때에 여중·여고 운동장에는 풀이 자라고 있다?’라는 기사를 썼다. 조회수가 4천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었다.(물론 개인적인 평가다.) 필자를 2010년 최우수 기자로 만들어준 고마운 기사였는데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했다. 많은 학생들이 풀이 자라고 있는 운동장을 보았고 그렇기에 공감을 느껴 글을 조회한 것이 아니었을까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신체활동을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몇몇 학생을 제외하곤 체육 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나 신체활동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학생들의 건강과 학업에 많은 도움을 주기에 체육 수업 시간만이라도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여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기피하는 원인은 다양한데 대표적인 이유는 체육 수업에서 배우는 운동 종목이 재미가 없고 몸싸움의 위험 또한 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운동을 잘하는 학생만 체육 수업에서 주목받고 못하는 학생은 자신이 팀에 피해를 입힌다는 죄책감이 들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기피했다고 한다. 지금껏 체육 수업에서 배웠던 대표적인 운동 종목이 축구·농구·배구인데 축구와 농구는 침범형 게임이다. 따라서 상대방과의 몸싸움이 불가피하고 부상 발생도 빈번하다. 배구는 축구와 농구에 비해 몸싸움의 위험이 적은 네트형 게임이지만 경기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꽤나 지루한 기초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한다. 종전의 배구 수행 평가가 오버패스, 언더패스의 성공 횟수만을 평가하는 체육 수업이 많았기에 학생들은 배구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싫증을 내버리고 마는 형편이었다.

몸싸움의 위험이 적고, 기초운동능력이 운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잘하든 못하든 똑같이 팀에 기여하는 운동이 있다면, 거기다가 재미까지 있는 운동이라면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뉴스포츠가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뉴스포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쉽게 얘기하면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서 행해지고 있는 메이져스포츠(축구, 야구 등)가 아닌 모든 국민이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참가자 중심의 체험형 스포츠를 대표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쉽고, 재미있고, 그렇다고 운동량이 적은 것도 아닌 그야말로 New 스포츠인 것이다. 매년 천 가지의 뉴스포츠가 생겨나고 천 가지의 뉴스포츠가 사라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종류 또한 엄청나게 다양해서 몇 가지 종목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다.

뉴스포츠를 도입한 체육 수업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많은 일선 교사들이 수업에 뉴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다. 체육 수업에서의 뉴스포츠 활용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신 분이 광양 중마고등학교 정기채 선생님이다. 정기채 선생님은 학교 체육 수업에 뉴스포츠를 도입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학생들의 참여와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필자가 접했던 수업 영상에서도 정말로 한 명의 학생도 빠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여학생이 남학생만큼이나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은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뉴스포츠 '태극유력구'로 몸을 풀고 있는 학생들>

여학생들 같은 경우에 체육 활동을 꺼려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신체접촉입니다. 그런데 츄크볼(핸드볼과 비슷한 형태의 몸동작을 필요로 하는 스포츠로 사방 1m 넓이의 네트에 볼을 던져 튀어오르게 하여 공이 상대방에게 잡히지 않도록 플레이하는 스포츠)같은 뉴스포츠는 신체 접촉을 전혀 허용하지 않으면서도 재미는 다른 스포츠 종목 못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학생들이 좋아합니다.”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직접 실천해보는 성격의 정기채생님은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면서 몇 가지 종목에 편재되어 있는 학교체육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하여 외국의 뉴스포츠를 하나씩 섭렵해가면서 다양하게 수업에 적용시키는 일을 계속해왔다. 기존의 체육 수업에 익숙해 있던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지금은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다고.

예전 교과서는 기초 기능, 운동 기능, 그리고 경기를 익혀가는 순서로 가르쳐왔습니다. 그런데 기초 기능 습득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시간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경기 한번도 제대로 못해보고 수업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체육 수업에 흥미를 갖기가 쉽지가 않았죠. 그러나 참여자 중심의 뉴스포츠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광양 중마고등학교 1학년 킨볼 국가대표 선수들과 정기채 선생님(가장 왼쪽)>

참여자 중심의 뉴스포츠가 학교 체육을 되살리는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을까? 정기채 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부분으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지만 뉴스포츠를 잘 활용하면 전일성, 획일성을 강조한 기존의 스포츠 종목들 보다는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뉴스포츠는 참여자를 놓고 종목을 운영하고 다양성에 기초하여 참여자의 신체적 능력과 환경에 맞게 변형시킨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종전에 배웠던 근대스포츠는 종목 운영만을 목표로 수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학생들의 신체 활동 욕구와 재미를 충족시켜주지 못했죠. 뉴스포츠는 참여와 즐거움, 남성 중심의 스포츠에서 양성 중심, 복잡하지 않고 쉽고 단순함 등 참가자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 특징이므로 기존 체육수업의 아쉬움을 보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근대스포츠와 뉴스포츠를 반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셨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교사의 지도 능력입니다. 아무리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운동 종목이라도 교사의 지도 능력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반대로 아주 어려운 종목이라도 교사의 지도 능력에 따라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죠. 결국 수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포츠의 종목도, 학생의 성향도 아닌 교사라고 볼 수 있죠.”

내년이면 33년째 학생들을 가르치신 정기채 선생님은 아직도 수업이 어렵다고 하신다. “교육에서는 명인, 달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 시간 매 수업마다 상황은 변화무쌍하고 학생들은 다르므로 늘 고민하고 생각해야하며 훈련해야 합니다. 수업의 달인, 명인은 결코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 경지에는 누구도 다다를 수 없습니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보완하고 그런 노력이 결국은 좋은 체육수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중·여고 운동장에서 자라고 있는 풀을 자르는 것도,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즐겁고 행복한 시간으로 느끼게 하는 것도, 적극적인 체육 수업을 가능하게하는 것도 결국은 선생님들의 노력에 의해 가능하다는 기본적이면서도 확실한 진리를 다시금 느끼게 됐다. 그리고 뉴스포츠가 즐거운 체육 수업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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