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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용어의 역사학: 영국은 풋볼 미국은 사커

글/하남길(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교수)


세계적인 스포츠의 명칭이나 용어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담겨있다. 예를 들면 배구가 처음 창안되었을 때 처음으로 붙여진 명칭은 민토네트(Mintonette: Minonette)였다. 초기 배구가 인도의 민턴게임(Minton Game)과 유사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었다. 훗날 배구 창안 시연회에서 스프링필드 YMCA의 홀스테드박사(Dr. Alfred Halsted)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치는 것은 발리(volley)이므로 명칭을 '발리 볼(volley ball)'로 하자는 의견이 받아들여져 발리볼(volleyball)로 되었다. 농구(basketball)는 농구 창안자 네이스미스가 스프링필드 YMCA 홀(hall) 관리인에게 나무 상자를 부탁했지만 복숭아 바구니(basket)밖에 없어 그것을 전했기 때문에 바구니에 공을 던져 넣는 게임을 하게 되어 바스켓볼(basketball)이란 명칭이 붙게 되었다. 축구란 의미의 사커(soccer)란 용어의 탄생과정도 흥미롭다.

풋볼(football)이란 명칭은 중세 군중 축구(mob football)에서 나온 말이다. 긴 세월 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그러한 군중축구는 19세기 럭비리그 풋볼(Rugby league football), 럭비유니언 풋볼(Rugby union football),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 등으로 분화되었다. 그 외에도 미국의 아메리칸 풋볼(American football), 호주의 오스트랄리언 풋볼(Australian rules football), 캐나다의 캐나디언 풋볼(Canadian football), 갤릭 풋볼(Gaelic football) 등으로 분화되었다. 종목이 다양해지다가 보니 엄격히 구분하여 칭해야 함이 옳겠지만 영국은 우리가 말하는 축구를 그냥 풋볼(football)이라고 칭해왔고, 올림픽에서도 공식적인 명칭으로 풋볼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하여 남아공, 호주, 뉴질랜드, 일본, 한국 등에서 영어로 표현할 때는 풋볼(football)이 아닌 사커(soccer)라는 명칭을 쓰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은 미국 중심의 영어 표현을 하고, 영국은 영국 중심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예는 다른 종목에서도 볼 수 있다. 예컨대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영국오픈골프대회를 자존심을 내세워 그냥 "디 오픈(The Open)"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영어권에서는 이 대회를 "브리티시 오픈(British Open)"이라고 표기 한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자국의 챔피언십 매치인데도 불구하고 "월드 시리즈(world Series)"라는 명칭을 쓰는 것과 같다.

사커(soccer)라는 명칭은 1863년 잉글랜드 축구 협회(The Football Association)가 창설된 이후 럭비풋볼(rugby football)과 구분하기 어소세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고 명명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단어는 발음하기에 너무 길었고, 잉글랜드의 학생들은 '아침식사(Breakfast)'를 '브레커스(brekkers)'라고 하듯이 했듯이 '럭비풋볼(Rugby Football)'을 러거(rugger)로, '어소시에이션(Association)'을 '어소커(Assoc)'라는 단축형으로 사용하다가 다시 '소커(soc)'라는 약어로 사용한 것이 발음상 자연스럽게 'er'이 붙여져 '사커(soccer)'란 속어가 생겨났던 것이다.

공식 용어로 축구를 사커(soccer)로 표기하는 나라는 자국 방식의 축구가 있는 미국, 호주 등이며, 우리나라나 일본이 축구를 영어로 표기할 때 풋볼이라기보다 사커라고 하게 된 것은 미국식 영어를 사용하는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hng5713@g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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