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강은(한양대학교)
<상대 선수의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때리는 시뮬레이션 액션을 펼치는 선수>
지난 9월, AFC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전북현대와 세레소 오사카와의 경기에서 일본 선수가 한국 선수에게 반칙을 저질러 넘어뜨린 후, 마치 한국 선수가 발길질을 했다는 듯이 갑자기 정강이를 잡고 나뒹구는 연기를 펼쳤다. 이 장면은 유투브를 통해 순식간에 수십만 명에게 전해져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통해 허탈감과 분노를 표출했다.
반칙 판정을 유도하여 페널티킥 및 프리킥을 얻어내기 위해 선수가 심판을 속이는 동작을 흔히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정확한 명칭은 ‘시뮬레이션 액션’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서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심판이 선수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사태가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따라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는 150만원에 상당하는 벌금과 함께 옐로카드 및 정도에 따라 레드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대방의 반칙을 통해 얻게 되는 페널티킥이나 프리킥이 큰 변수로 작용하는 축구에서 할리우드 배우를 뺨치는 연기력을 가진 선수들이 나타나는 것은 필연인지도 모른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통계에 따르면 상대팀의 반칙을 통해 페널티 킥을 얻어낼 경우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18% 증가한다고 한다. 이만하면 누구나 한번쯤 스치기만 해도 다리를 부여잡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싶어지지 않을까.
중동 일부 국가 대표팀이 ‘침대 축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경기 진행 방식을 바꾸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잉글랜드 포츠머스대 폴 모리스 심리학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축구선수들이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할리우드 액션은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1. 상대방에게 부딪히지 않았지만 특정 부위를 부여잡고 쓰러지거나, 2. 그라운드에서 구를 때 한 바퀴를 더 구르거나, 3. 한두 발자국 중심을 잃은 듯 행동하다가 넘어지는 동작, 그리고 4. 다리를 굽힌 양 팔을 벌리고 넘어지는 등의 동작이 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넘어지는 사람은 팔이 땅으로 향하기 때문에 마지막 동작은 의도하지 않고서 절대 나올 수 없는 자세라고 한다. 모리스 교수는 심판들이 이런 동작들을 공부하면 할리우드 액션을 구별하여 오심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판에게 들킬 경우 잃는 것에 비해 성공했을 때 얻는 것이 많은 이상 선수들은 계속해서 골 찬스를 따내기 위한 열연을 펼칠 것이다. 심판이 모든 경우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축구에도 영상 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역대 최악의 ‘오심 월드컵’ 이라는 비난을 받은 후 FIFA 회장 제프 블레터는 '판정은 인간의 영역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임기 중에 영상 판독이 도입될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허나 시뮬레이션 액션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이후로도 심판이 가진 판단력의 한계를 이용한 일부 선수들의 만행이 경기의 공정성과 스포츠맨십을 저해한다면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축구처럼 흐름이 중요한 스포츠에는 영상 판독이 경기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다 해도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말로는 할리우드 액션으로 얻어낸 페널티 킥에서 나온 역전골 때문에 억울하게 결승에서 패배하는 팀의 팬과 선수들을 위로할 수 없을 것이다. 경기의 흐름을 끊지 않고 사후에 영상판독을 실시한 후 선수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엄중한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한다면 좀 더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에 귀가 솔깃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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