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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장애인체육 ]

무한도전 의지 스프린터 피스토리우스



                                                                                       / 안동영 (서울보훈병원 보장구센터)



지난 7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대한민국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 발표되었다. 여러 대중매체는 대한민국이 스포츠 그랜드슬램(하계올림픽, 월드컵,세계육상선수권대회,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이런 큰 대회를 유치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며, 이런 엄청난 스포츠 이벤트를 국내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들 대회 중 이번 827일에 대구에서 열렸던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우사인 볼트 같은 세계적인 단거리 육상선수의 경기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그보다는 양쪽 종아리 의지()를 착용하고 이 대회에 참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Pistorious) 때문이다. 그는 지난 대구 대회에 출전함으로써 메이저 육상대회 단거리에서 비장애인들과 경쟁하는 최초의 장애인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또한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경쟁하여 처음으로 시상대(남자 1,600계주 은메달)에 오르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의지를 착용하고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 100m, 200m, 400m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 200m 우승을 포함하여 30차례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함으로써 가장 빠른 절단장애인 육상선수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또한,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피스토리우스가 사용하는 의지발은 미국 오써사에서 제작한 J자 모양의 플렉스 풋 치타(Flex-Foot Cheetah)로 달리기 전용 발이다. 치타의 뒷다리의 형태와 유사한 발은 매우 강한 탄소합성 제품으로 해부학적인 다리의 기능과 같은 방법으로 뛰는 동안 발생한 에너지를 축적했다가 발산하면서 강한 추진력을 얻도록 고안되었다.

과거에 의지발에 사용되는 재질은 대부분 고무종류를 사용하여 고무발이라고도 했지만, 요즘 출시되는 의지발은 탄소합성 제품들이 대부분으로 정상적인 발의구조와 보행 메커니즘을 기본으로 제작한다. 그러므로 입각 초기 지면을 디디면서 발생하는 충격을 흡수하고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축적한 후 입각 말기 발산시켜 추진력을 얻음으로써 에너지 소모를 적게 하면서 자연스러운 보행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시중에는 다양한 종류의 의지발이 출시되고 있는데 하지 절단장애인이 자신에게 적합한 의지발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신체활동수준, 체중, 경제적 능력 등을 고려하여 의지제작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 절단장애인이 인공발을 착용하고 모든 스포츠의 시작이자 기본이며 인간 능력의 한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육상경기에서 비장애인과 경쟁했다는 것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 모두에게 커다란 관심거리요, 논란거리였다.

피스토리우스는 대구 국제육상연맹(IAAF)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선수로 400m1600m 계주에 출전해서 남자 1,600계주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가 장애인 단거리 육상을 석권하고 비장애인과 경쟁에 도전 의사를 표명하자, 육상계에서는 다른 선수와의 공정성 문제와 의지발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었었다.


공정성 문제의 경우 국제육상연맹은 매우 가볍고 달리는 동안 강한 탄성을 이용하여 추진력을 얻는 의지 발은 일반선수에 비해 약25%의 에너지 효과를 얻어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여 그를 메이저 국제육상대회에 출전은 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나 20084월 스포츠 국제 재판소(CAS)는 의지로 인하여 피스토리우스가 부당한 이득을 얻지 않았다고 해석함으로써 불공정 논란을 잠재우면서 출전에 문제가 없음을 발표했다. 실제로 그와 경쟁하는 일부 비장애인 육상선수들도 그의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다. 1600m 계주에 출전하는 그는 바톤터치 과정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국제육상연맹의 우려에 대하여 자국 대표 팀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는 과정에서 의지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하면서 계주 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엄정한 규칙, 공정성을 바탕으로 인간 능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현장에서 기록경신이나 메달획득은 출전선수의 엄청난 고통과 인내는 물론 주위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피스토리우스와 같은 종아리 절단장애인 선수가 세계적인 대회에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말 할 수 없는 각고의 노력과 정신력이 요구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뭉클하게 할 것이다.

의지 제작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로서는 피스토리우스가 역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 달구벌의 육상경기장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벽을 무너뜨리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다. 더불어 이번 계기를 통하여 대한민국 모든 장애인들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어 스포츠에서 건강과 즐거움 얻고 행복을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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