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양소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들장미 소녀 캔디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항상 캔디의 곁을 지키며 힘을 보태준 것은 테리우스와 안소니였다. 이들은 캔디가 힘겨운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주고 독려하며 캔디가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테리우스와 안소니 같은 이들을 우리나라 스포츠 팀 감독들 중에서 찾을 수 있을까?
바로 답을 말하자면 있다. 우리나라에도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위기에서 하나의 빛줄기가 된 감독들이 있다. 바로 전창진 KT 농구단 감독과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이다. 그들은 KT 농구단과 SK와이번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테리우스와 안소니처럼 나타나 그들의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그들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들을 테리우스와 안소니가 되게 했을까??
필자는 여기서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가 보고자 한다.
· 안소니의 차가운 카리스마를 가진 김성근 감독.
1999년도 모기업의 경영난으로 인하여 해체하게 된 쌍방울 레이더스의 소속 선수들은 2000년도 3월에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SK 와이번스에 영입되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2000년도 4월 5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정규시즌에 참여하게 된 SK 와이번스는 그러나 그 해 정규시즌 44승 86패로
리그 최하위에 기록된다. 2001년에는 60승 71패로 리그 7위, 2002년에는 61승 69패로 리그 6위, 2003년에는 66승 64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창단 이래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준우승을 차지하였다. 2004년도에는 61승 64패로 리그 5위를 했고 2005년도에는 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였지만 패하였고 2006년도에는 리그 6위에 머물려야 했다. 지금의 SK 와이번스를 생각하면 과거의 기록들은 모두 거짓말 같다고 느끼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록들은 거짓이 아닌 100%사실이다.
하지만 2007년을 기준으로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과 이만수 코치 영입을 시작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알고 있듯 김성근 감독은 시즌 중일 때나 비시즌 중일 때나 상관하지 않고 죽음의 지옥훈련을 강행하기로 유명하다. 다른 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은 sk선수들이 소화해 내는 훈련량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훈련량 덕분일까. SK와이번스는 점차 변화하기 시작해 김성근 감독이 취임한 2007년 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고 그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SK 와이번스 입장에서는 정말 황금알을 낳는 감독을 모셔왔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겠다. 그 이후로 김성근 감독의 행보는 더욱더 거침이 없어지는데 다음해인 2008년에 역시 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역시 우승을 거머쥐게 되고 2009년엔 박경완, 김광현, 송은범 등 SK와이번스의 주축선수들이 빠지게 된 가운데 치러진 한국시리즈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2010년도엔 팀의 에이스들이 돌아와 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SK와이번스의 역사는 김성근 감독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무방할 정도이다. 하지만 많은
야구관계자들은 이렇게 성장하기까지는 엄청난 연습량 말고도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하곤 한다. 아무리 팀의 상황이 좋지 않아도 안달하지 않고 선수들이 해야 할 몫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지난 5월 SK와이번스의 3루수를 보고 있는 최정 선수가 타격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을 때 김성근 감독과의 1시간 30분에 이르는 면담시간을 갖은 다음 날 바로 류현진을 상대로 홈런을 친 일화일 것이다. 김성근 감독은 이렇게 타격이나 투수 밸런스가 무너진 선수들을 독려하며 하나의 완성된 선수를 만드는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이것이 바로 김성근 감독의 힘이 아닐까.
· 테리우스의 부드러운 카리스마, 전창진 감독.
부산 KT소닉붐 팬들은 2007~2008년도 시즌과 2008~2009년도 시즌을 비운의 시즌이라고 부른다. 부산 KTF란 팀명으로 시작한 KT소닉붐 농구단은 창단 첫 시즌부터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과 세대
교체를 통해 새바람을 불며 2006~2007년도 시즌에는 3년 연속 6강 진출, 첫 플레이오프 진출, 첫 결승전 진출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했던 kt 농구단은 그러나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인하여 리그 8위에 머물게 되고 2008~2009년도 시즌엔 리그 꼴찌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2009년도 동부 프로미에서 감독을 맡고 있었던 전창진 감독이 kt농구단으로 옮겼고 팀명도 그해에 부산 KT 소닉붐으로 바꾸게 된다. 그 때부터 전 시즌 꼴찌 팀이었던 KT농구단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2009~2010년도 시즌에는 40승 41패로 리그 1위였지만 득실차에 밀려 리그 준우승을 하게 된다. 스타가 없는 부산 KT 소닉붐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아니 기대할 수 없었던 성적이다. 그리고 그 다음 시즌인 2010~2011년도 시즌에는 역시 많은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리그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였고 결국 창단 이래 첫 리그 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이것은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팀들 중 14년만에 우승이기도 하다. 비록 플레이오프에서 동부 프로미에 패를 하긴 했지만 KT 농구단의 상승세에 많은 팬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한 카드섹션 응원을 하였고 이로 인해 KT 농구단은 새로운 농구 문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 테리우스와 안소니에게 캔디가 있었듯이 그들에겐 팀과 선수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항상 리그 밑바닥에서 전전하던 팀을 감독 취임과 동시에 순식간에 리그 상위권으로 이끌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한 감독으로써 인정 받는 것에는 물론 팀을 상향조정했다는 점도 있지만 그들은 무리하게 선수들을 영입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그들에게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소속팀 선수들을 발굴하여 그들을 일약 스타로 만드는 재주를 지닌 듯하다.
김성근 감독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가 바로 재생공장 공장장이다. 그 뜻은 만약 선수들 중 부상을 당한 선수가 있거나 아님 제 몫을 못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면 그들을 내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선수가 될 때까지 훈련을 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길고 긴, 선수도 코치도 감독도 지칠 수 있는 과정이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밑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자기 자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그들을 지도하는 것이다. 그래서 SK와이번스는 새로운 선수들을 새롭게 영입하는 것이 아닌 2군 선수들을 1군 선수들이 하는 것처럼 훈련을 시켜 1군 선수들 중 부상이 다른 이유로 엔트리에서 빠지게 될 경우 언제라도 백업요원으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서 SK와이번스의 경우 다른 팀에 비해 1군과 2군의 차이가 크지 않다.
전창진 감독의 경우 감독 부임 당시 부산 KT 소닉붐에는 특정 스타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전 감독의 KT 농구단 감독 부임 당시 언론들은 스타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전 감독을 향하여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과 오히려 전 감독의 전술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두 가지 평을 내놓았다. 하지만 2009~2010년도 시즌을 보면 우려의 목소리를 낸 이들이 부끄러워 할 정도다. 창단 이래 첫 우승. 하지만 여전히 전창진 사단에 스타 플레이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외국인 용병과 원래 팀에 있던 선수들의 능력을 한층 끌어올렸을 뿐이다. 10년 동안 쌍둥이 형에게 가려져 있었던 조동현과 농구 인생에서 많은 굴곡이 있었던 박상오를 일약 스타로 만든 것은 전창진 매직으로 불리는 것들 중 하나이다.
김성근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다른 감독들이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려 안간힘을 쓸 때 흙속의 진주들을 발굴해 내 그들을 스타로 만들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 하지만 결코 같지 않은 테리우스와 안소니.
전창진 감독의 경우 치악산 호랑이라 불릴 정도로 경기 중 가장 열정적인 감독으로 손꼽히고 있다. 경기 중 선수들을 향해 침을 튀기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농구를 자주 보는 팬들이라면 심심치 않게 보는 장면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경기장 안에서 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경기장 밖으로 나가 사석에서 만나는 전창진 감독의 모습은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다정다감한 옆집 형의 모습이다.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고 사석에서는 형님이라 부르라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세간에서는 이것을 전창진식 소통이라고 한다. 전창진 감독의 이 이중성(?)은 부산 KT 소닉붐을 나타내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전창진 감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을 훈련시킬 때 빼고는 항상 혼자이기 때문이다. 밥 먹을 때도 다른 지방으로 이동할 때도 전지훈련을 하러 비행기를 갈 때도 그는 항상 혼자이다. 그 이유는 코치나 선수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김성근 감독은 외롭지만 그는 선수들이나 코치들이 그런 느낌을 받지 않게 하려 노력한다. 세밀하고 조그만 부분에서 선수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수들하고 단 둘이 있는 시간은 선수들을 훈련시킬 때와 페이스가 떨어진 선수들과의 일대 일 면담을 할 때뿐이다.
이들 중 누가 더 뛰어난 감독인지 아닌지를 가려낼 수는 없다. 단지 우리는 그들이 팀을 위해 어떤 일들을 했는지를 볼 뿐이다. 그들을 평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건방진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은 SK와이번스와 부산 KT 소닉붐에게 안소니였으며 테리우스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두 감독 덕분에 두 팀은 위기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 사진출처 - 뉴시스
- 연합뉴스
- 조이뉴스
- 스포츠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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