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강덕모(세종대학교 강사)
대학입학전형은 시대를 초월한 사회적 최대 이슈(issue)가 되어 왔다. 그 이유는 대학입학전형에는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진학을 위한 입학전형은 모든 사람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공정한 절차에 의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빛(긍정적 요소)이 존재하는 반면, 입학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과 그로인해 파생되는 사회적 문제들이 그림자(부정적 요소)로 존재하게 된다.
빛과 그림자는 얼핏 보아서 각기 다른 의미의 존재 성향을 띤 독립적 존재로 보일 수 있지만, 빛이 있음에 그림자가 존재하며, 그림자가 있음에 빛의 존재가 의미를 갖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생각해볼 때, 대학입학전형에 있어서 빛과 함께 공존하게 되는 그림자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거나 빛의 존재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행 입시제도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림자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그림자가 지나치게 크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으로 일축될 수 있다.
실제로, 오래전부터 대리시험 행위 및 cheating 등의 시험에 대한 공정성 위반은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어 왔으며, 2004년에는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휴대폰 단말기를 이용한 수험생들의 조직적인 부정행위가 범죄로 일단락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신체를 통한 체력 및 운동기능의 우열을 가리는 체육관련학과의 실기고사는 이와 같은 시험 자체의 형평성 및 공정성 측면에서 자유로운 것일까. 또한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 과정에 비윤리적인 요소가 팽배해 있는 것은 아닐까. 이와 같은 의문으로 수행한 본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하여 본다면, 입시체육의 문화에는 다음과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입시체육의 문화에는 신체적 과훈련과 체벌의 습관화로 인한 ‘몸 학대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하겠다. 입학실기고사라는 제도적 장치에 귀속된 수험생들은 도구화된 몸을 찬양하고 동경할 뿐, 몸에 대한 주체성 확보와는 요원한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체육관련학과에 입학하기 전부터, 다시 말해 체육 전공자로서의 면모를 갖추기도 전에 몸의 지위 타락과 상실을 경험하게 되는 상황은 체육과 스포츠 현장을 어둡게 하는 그림자가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체적 훈련 과정에서 지속되는 체벌 또한 문제의 중심에 있다. 체벌의 효과에 대한 맹신과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인 체벌 행위는 체육관련학과의 고질적인 체벌ㆍ폭력 문화를 견고히 지탱해주는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는 체육인으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개인의 모든 역량과 가치를 투자하는 유의미한 행위에 신체적ㆍ정신적 학대를 가함으로서, 체육 및 스포츠 현장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가 되고 있다.
둘째, 입시체육의 문화에는 약물복용과 관련된 ‘공정성의 문제와 윤리의식 부재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하겠다. 신체적 기능과 체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약물은 단기간에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부정적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즉 체육관련학과의 실기고사가 도덕 불감증에 심취된 사회 성원을 육성하는 타락된 입시제도가 되어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건강상의 문제를 야기하면서까지 신체적 완전함과 건강함의 학문을 탐구하려는 전공 분야에 입문하려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이율배반적이며, 목표의식이 부재된 현실 도피적 진학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셋째, 입시체육의 문화에는 체육의 가치가 파괴된 ‘가치적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하겠다. 체육의 가치로 분류되는 생리적 가치와 심리적 가치 측면에서 그 그림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생리적 가치의 왜곡 현상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실기고사 종목이 체력적 요인에 편중됨에 따라,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체력의 극한 상태에 도달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실시하게 되고, 이와 같은 과정의 연속은 건강상에 문제를 유발함으로서 종국에는 체육의 생리적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이다. 다음은 심리적 가치의 파괴로서, 신체적 활동의 향유를 통해 보상받는 심리적 쾌감, 즉 즐거움의 결여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입시체육의 문화에 존재하는 수험생들의 모습은 신체활동으로 주어지는 즐거움의 추구와 심리적 안정을 꾀하기 보다는, 오히려 억지스런 신체활동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그 가치를 전락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대학 입학을 위해 실기고사를 준비하는 운동현장에 위와 같은 그림자가 형성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본인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선행연구와의 고찰을 실시한 결과,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각 대학에서 실시되고 있는 ‘실기고사 자체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실기고사는 운동기능보다는 체력 위주의 항목을 평가 요소로 지정하고 있으며, 체력적인 요인 또한 한 쪽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 운동기능이란 운동의 소질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선천적 영향과 장기간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실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 체력 요인에 집중 평가되는 실기고사는 체육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원인이 된다.
둘째, 입시체육의 그림자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학교 체육교육의 부실화’와 ‘체육관련학과 진학에 대한 공교육의 무관심’을 들 수 있다. 12년이라는 시간동안 받아온 공교육에서 체육교육의 비중은 매우 적으며, 그 실상은 더욱 참혹하다. 학교 정규 교과목으로서 자생력을 상실한 채, 파행적으로 진행되는 체육 수업은 심동적 영역의 체육 목표마저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모든 학생들에게 체육의 의미 및 가치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체육관련학과의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손해를 가하게 된다. 즉 체계화된 체육 교육을 이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육이 단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함으로 인해 체육의 몰가치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공교육으로서의 체육교육 부실화는 학내에서 체육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게 되어 수험생들을 사설 입시기관으로 내몰고 있다.
셋째, 공교육의 체육교육 부실화로 인해 파생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서 ‘체육입시전문학원의 상업화’를 들 수 있다. 시대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체육계열 전공자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체육관련학과로의 입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도 증가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경향은 전문성이 결여된 입시체육전문학원의 난립을 유도 하였으며, 학원 간의 과도한 경쟁체제를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쟁체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수험들의 합격률을 높게 유지시키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즉 학원의 경제적 이득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험생들을 볼모로 하여 비윤리적이며 몰가치적인 신체적 훈련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그림자를 빛으로 대체시킬 수 있는, 즉 그림자의 원인을 제거하고 입시체육의 운동문화에 밝은 빛을 비추게 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이에 대한 실마리를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체육관련학과 실기고사 종목의 대폭적인 재편성이 실시되어야 한다. 거의 모든 대학에 있어서 입학전형 요소 중 실기고사의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서서 지적한 바와 같이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일부 체력요인에 집중된 실기고사는 체육관련학과의 입학 전형으로서 무의미하다. 따라서 체력의 다각적인 측정과 개인의 운동기능을 총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대학의 입학전형에 있어서 도핑 테스트에 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여 엄격한 고사 진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도핑 테스트가 실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물론 도핑에 대한 절대적인 부정에서 도핑의 반대론에 대한 정당성이 모호하다는 논박도 존재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도핑이 심신의 장애를 유발하고 공정성을 위배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즉 실기고사에 응시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최대한 동일한 조건하에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공교육으로서의 체육 교육의 정상화 및 학교 차원에서의 진학 지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주지의 사실이듯이 학교에서의 체육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 않고 있는 현상은 학생들의 체력 저하를 유발시키고 있다. 또한 공교육의 현장에서 학생들의 실기 및 진학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예체능계열의 경우, 거의 모든 학생들이 사설 교육기관을 통해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꿈꾼다.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하고 무책임한 공교육의 태도가 사교육의 활성화를 조장시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체육관련학과로의 진학을 위한 입시체육의 운동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공교육이 앞장서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넷째, 체육관련학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철학, 윤리학 및 인문학 등의 교육이 선행되어야 하며, 신체활동의 가치를 바로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 현재 체육계의 상황은 인문학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거나 더욱 악화된다면 체육 및 스포츠 현장에서 그 가치를 실현하기란 영원히 요원해질 것이며, 스포츠 윤리는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기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들 사이에 형성된 그릇된 운동문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의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한 철학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즉 이는 철학교육이 현재 체육관련학과의 재학생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실시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들이 지도 현장에 서게 될 때 비로소 그 교육적 효과가 빛을 발하게 되어 입시체육의 운동문화도 밝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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