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조남기 (숙명여자대학교 체육교육학과 교수)
아마도 한두 달 전 고등학교에 계신 체육 선생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혹은 학부모님들께 “학교체육은 정규 교과과정이며, 체육을 선택한 학생들 모두는 운동장이나 체육관에서의 체육수업에 필히 참석해야 한다”는 말을 하거나 공문을 발송했다면, 그들의 상당한 반발을 감수했어야 할것입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 수시/정시전형으로 이어지는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반발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위 주지교과라 불리는 국어나 영어, 혹은 수학이나 과학 보충수업을 한다고 했다면 어떨까요? 물론 당연한 것으로 여겼었겠죠. 아마도 “체육은 소위 신체활동을 통해 노는 과목이고 상기한 타과목은 주요한 인지과목이자 입시 과목”이라고 생각하시기 때문일 겁니다. 뭐, 언뜻 보기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군요.
이제 주제를 좀 바꾸어 보죠. 얼마 전 하버드 의대의 존 레이티 교수가 Spark라는 책을 발간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어 번역으로는 ‘운동화 신은 뇌’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이 됐었습니다. 그의 서술에 의하면 미국의 모 고등학교에서 매일 방과 전 30분 정도의 신체활동 시간을 모든 학습자에게 제공했더니 약 20% 정도의 학업성취 향상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요즘 너무도 다양한 연구와 그에 따른 결과들의 발표로 인해 여기까진 “뭐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설문이나 관찰을 통한 연구의 특성 상 “또 다른 무언가가 이 연구의 결과에 영향을 주었을 거야!”라고 얼버무리고 말 수도 있겠군요. 이러한 연구 결과로 인해 학부모들을 공부의 집념으로부터 탈피하도록 설득하기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그의 책에는 쥐와 관련된 실험과 그에 대한 결과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물론 그가 한 실험도 있고 다른 연구자들이 한 실험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특성 상, 해부는 매우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쥐를 통한 실험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가 없겠죠? fMRI(기능성자기공명영상)요? 이 기계는 뇌의 영역이나 단면에 대한 정보는 제공해 줄지언정 세포에 대한 정보는 해부를 통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쨌거나 쥐의 뇌 해부 실험을 통해 들어난 사실에 대한 그의 소개는 운동의 놀라운 기능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신체활동에 대한 원초적 지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왜 공부를 잘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공해 줍니다.
한 그룹의 쥐들은 음식 섭취만, 그리고 다른 그룹의 쥐들은 식후 운동을 하게 했답니다. 이러한 두 그룹의 쥐에 대한 실험과 뇌의 해부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운동하는 그룹의 쥐가 운동을 하지 않는 쥐에 비해 최대 2배가량 많은 뉴런(Neuron-뇌세포)이 생성되었다는 겁니다. 뉴런이 많다는 말은 정보를 저장할 공간이 많다는 말이지요. 컴퓨터에 비교하면 소위 용량이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용량이 커야 입력되는 정보(공부)를 위한 공간의 넉넉함으로 인해 저장이 잘 될 수 있다는 추론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실험도 있습니다. 운동하는 쥐들과 운동하지 않는 쥐들에게 미로를 기억하게 해서 먹이를 찾게 했답니다. 물론 실험의 결과는 운동을 통해 뉴런이 많아진 쥐들이 먹이를 훨씬 빨리 찾았습니다. 물론 인간에겐 단순한 미로 찾기이지만, 쥐들에게 음식 찾기 미로 게임은 고차원적 뇌의 활동이 필요한 경기이지요. 이 실험이 뭘 의미하냐고요? 운동에 참여하면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하지요. 그 이유는, 운동이 뇌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Neural circuit)을 돕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운동을 하게 되면 뉴런의 연결선(Myelin sheath)들이 튼튼해져서 정보 처리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답니다.
얼마 전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실험을 했답니다. 먼저 두 그룹 모두에게 기억력 테스트를 한 후, 한 그룹은 영화를 보게 했고 다른 그룹은 운동을 하게 했답니다. 그리곤 다시 기억력 테스트를 했지요. 그 잠시 잠깐의 시간 소비의 차이를 통해서도 두 그룹 사이에 현저한 기억력 차이가 나타났다면 믿어지시나요? 소위 추억과 기억의 소실이라는 치매라 불리는 알츠하이머 환자들과의 실험에서도 운동은 놀라운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군요.
요즈음 수능시험의 출제경향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들 말합니다. 실생활에 접목되어 복합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가 대세라고 합니다. 10년 전 혹은 20년 전처럼 이론적인 숫자놀음식의 문제는 거의 없다고들 말합니다. 이러한 사실이 뭘 의미하는지 아세요? 운동하셔야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운동은 저장 공간(뉴런)만 확충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장 공간들을 연결하는 데에도 그리고 연결망 사이의 정보호환 속도 향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건강뿐만 아니라 공부도 잘 하고 싶다면 운동하세요! ⓒ 스포츠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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