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승연(문정중학교 교사)
학교에서 ‘체육’이라는 과목에 가장 큰 특징은 운동장에서 신체를 움직이는 실기수업이라는 것이다. 음악이나 미술도 실기 중심의 수업인 것은 체육과 공통점이지만 체육에 비해 실내에서 작은 움직임을 위주로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요즘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아니면 그나마 신체활동을 할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체육교사들은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한다.
이러한 실기 중심의 수업을 하다 보니 학생들에게 체육의 이론적인 지식을 전달할 시간이 부족하다. 학교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대부분 매 학기말 고사에만 이론점수가 반영되기 때문에 기말시험 직전에 문제 중심으로 빠듯하게 이론 수업을 끝내곤 했다.
이렇게 수업을 해보니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많고 관련 규칙이나 상식을 많이 아는 학생들은 급한(?) 이론 수업을 따라올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수업시간 중 졸거나 무조건 암기식으로 시험에 대비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체육이라는 과목은 신체를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실기수업과 각 운동종목에 대한 과학적인 원리와 규칙, 더 넓게 나아가서는 건강․ 보건지식, 인성까지 함께 다룰 수 있는 종합적인 학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모두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고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도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몇 가지 이론수업 경험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사진출처: 2010.10.12 뉴시스 뉴스
첫째, 교과서부터 시작하라.
체육수업을 하다 보면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수업이 교실 밖에서 이루어 지다 보니 학생들이나 교사가 교과서를 소지하기가 어렵고 불편해서가 가장 큰 이유이다. 또한 교과서는 지루하고 딱딱한 내용일 것이라는 선입견도 작용한다.
올해부터 사용한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기존 교과서보다 삽화나 사진이 많고 내용도 재미있고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예전 교과서를 쓰는 2,3학년 내용도 자세히 읽다 보면 학생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이 실려 있다.
문제는 이것을 언제, 어떻게 학생들에게 전달하느냐에 있다.
우선 실기종목을 시작할 때 첫 시간을 교실에서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설명해 주었다. 처음에는 교실에서 설명하는 것이 교사 스스로도 어색하고 재미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 번 수업하다 보면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고 말솜씨도 늘게 된다. 운동장에서 설명할 때 보다 학생들의 집중력도 올라간다. 또한 설명할 때 교사의 학창시절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주거나 유명선수들의 이야기, 경기규칙 등을 곁들이면 더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이 될 수 있다.
둘째, 인터넷과 영상물을 확보하라.
체육은 학생들이 직접 몸으로 체험해야 하므로 아무리 교과서와 설명이 훌륭했다고 해도 좋은 시범을 보며 학생들이 온 몸으로 체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터넷과 방송 동영상을 찾아보면 학생들이 배우는 단원과 종목에 대한 자료가 풍부하다. 얼마 전 1학년 멀리뛰기 수업을 위해 영상을 찾다가 올해 전국체전에서 여자 멀리뛰기 부문 10연패를 차지했다는 정순옥 선수의 영상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학생들과 이 선수의 경기를 보며 멀리뛰기 첫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얼마 전 끝난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순옥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학생들과 이야기하며 반가워했던 적이 있다. 사소한 동영상 하나가 멀리뛰기의 자세도 보여주고 가장 이슈가 되는 스포츠 뉴스까지 학생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영상 자료를 확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교사 스스로 필요한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서 만드는 방법이다. 인터넷이나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시범은 학생들이 따라서 하기 어려운 동작도 많다.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이 좋은 시범을 보이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여건상 쉽지 않으므로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수업준비를 하는 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또한 예전 자료라고 쓰임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최신자료에서 얻을 수 없는 좋은 내용이 담겨 있을 때도 있다. 1989년 가을에 서울올림픽 1주년 기념으로 한 방송사에서 약 3시간 가까운 분량으로 서울올림픽의 유치과정부터 마지막 폐막식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연히 집에서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를 해 두었는데 유용한 교육 자료로 요즘도 활용하고 있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우리나라 체육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 서울올림픽에 대한 자료로 이만한 것은 아직 찾지 못했다.
예전자료, 최신자료로 너무 구분 짓지 말고 모두 확보해 두었다가 적재적소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출처: 2007.11.27 다음 백과사전
셋째, 신문자료를 활용하자.
요즘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에 맞고 실기종목의 정확한 신체의 움직임을 잘 보여주기에는 영상자료가 유용하다. 하지만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스포츠 관련 기사를 모아두면 의외로 활용도가 높다.
신문에 “투핸드 슛을 잘 던지는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여자 프로농구 선수를 등장시켜 슛을 연습하는 방법과 보조동작까지 기사가 나온 적이 있었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교과서나 인터넷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귀한 기사였다. 농구 단원을 가르칠 때 남학생보다 여학생들이 슛이나 드리블 등 농구 기능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신문기사를 복사해서 활용했더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남학생들은 원핸드로 주로 슛을 배우지만 투핸드로 기초기능과 감각을 키워주며 원핸드 슛을 함께 연습했더니 원핸드 슛만 연습할 때보다 성과가 더 좋았다.
이와 같이 농구 뿐 아니라 허들이나 테니스와 같은 다른 운동에서도 특정기능에 대해 분석하고 연습할 수 있는 기사가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는데 이를 모아두었다가 유용한 학습자료로 쓸 수 있다.
넷째, 인성를 함양할 수 있는 자료도 모아두자
수업을 하다 보면 미리 계획된 일정으로만 항상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운동장에서 수업하는 경우가 많은 체육교과에서는 날씨 영향도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3월말에 함박눈이 펑펑 온다든지, 갑자기 태풍이 온다든지 하는 예상할 수 없는 날씨로 수업하는데 애를 먹은 적이 많다.
항상 교과관련 내용만 수업하다 보면 학생들이 지루해 하거나 딱딱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학생들과 함께 즐기며 인성도 함양할 수 있는 자료도 확보해 두면 좋다.
다큐멘터리나 시사관련 보도 프로그램,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는 사람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유용하며 영상 자료와 함께 신문이나 잡지도 함께 활용하면 교육효과가 두 배가 된다.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자료를 다른 선생님께 받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후 안 교수의 신문 인터뷰 기사가 났길래 스크랩 해 두었다. 그 때 제목이 ‘하기 싫은 일도 최선을 다하라’ 라는 것이었는데 자기주장과 고집이 강하고 하고 싶은 일만 골라하고 싶어 하는 사춘기 학생들에게 두 가지 모두 매우 유익한 자료로 쓸 수 있었다.
이러한 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교사의 준비성이다. 디지털 자료는 지난 것도 찾기가 쉽지만 신문이나 잡지 기사는 바로 스크랩 해두지 않으면 다시 확보하기가 어렵다. 좋은 수업자료를 발견했을 때는 디지털자료든, 아날로그 자료든 바로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유익한 자료를 혼자만 독점하지 말고 동료교사(타 과목 교사와도)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좋은 자료를 탐색할 수 있을 때 더 재미있고 유익한 체육수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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