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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체육이야기/[ 학교체육 ]

체육- 평가방법의 다양화를 통한 수업효과 높이기

                                                                                                                 글/마승연(문정중학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은 ‘평가’로 마무리 된다. 학생들이 수업목표를 달성하고 수업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와 학생, 교사 모두에게 피드백을 부여하는 평가는 다른 것으로 대신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성적’으로 상급학교 진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 교사까지 누구도 ‘점수, 평가, 성적.. ’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동등한 기회로 부여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교사가 의도하지 않은 평가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실기평가는 변수가 많기 때문에 교사의 예리하고 정확한 판단이 평가결과에 반영되어야 한다.

체육수업에서 보편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방법으로는 기록에 의한 양적인 평가이다. ‘배구 언더핸드 토스를 30개 이상이면 □점, 25개 이상 이면 □점 ’ 이런 식으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비교적 객관적이며 합리적인 평가방법으로 선호된다.

하지만 체육수업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종목이 이러한 양적인 평가로 학생의 실력을 판단하거나 측정할 수 없다. 기계체조의 여러 가지 동작이나 구기 종목에서의 슛 동작은 양적평가보다는 질적인 평가로 측정하는 것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육상의 허들동작처럼 질적인 평가와 양적인 평가가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는 종목도 있다.


 

                                                                                      사진출처; 2010.9.30 뉴시스 뉴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질적평가는 교사입장에서도 양적평가보다 좀 더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교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판단했다고 해도 성적에 불만이 생기는 학생은 조금씩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적평가를 좀 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사진출처: cafe.daum.net/sports-mook


기계체조의 구르기 동작, 뜀틀동작과 핸드볼에서의 드리블 점프슛, 배드민턴에서 하이클리어 평가에서 실행해 본 평가 방법이다. 수업자료를 모으다가 어느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보고 응용해 보았는데 학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앞서 이야기한 종목 외에도 질적평가가 가능한 종목이면 응용이 가능하다.

1학년 체조단원에서 ‘다리벌려 앞구르기’ 종목으로 질적평가를 실시하는 방법이다. 평가방법은 보통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동일하다. 단, 예비평가를 실시하여 학생들을 ‘A-E'까지로 구분해 둔다. 즉 최고점이 ’A'이고 최하점이 ‘E' 라는 평가라면 학생들을 비슷한 그룹으로 예비점수를 주어 구분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리벌려 앞구르기를 할 때 ’태환이는 오른쪽 무릎이 구부러져서 일어나고 미란이는 다리를 벌린 각도가 좁다‘ 라고 가정한다면 두 학생 모두 최고점인 ’A'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부족한 면을 설명해 주고 적합한 예비점수를 부여한다.

예비평가로 그룹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더 나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지적을 해 주면 학생들도 주어진 예비점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만일 예비평가 시에 정확한 자세가 나온 학생이 있다면 ‘A'인 최고점을 주어도 무방하다.

보통 남학생부터 예비평가를 하고 연습시간을 준다. 남학생 연습시간에 여학생 예비평가를 하고 여학생 연습시간에 남학생, 여학생 순서로 최종평가를 실시한다. 이때 남녀순서를 반대로 실시해도 된다.

최종점수는 피드백을 통해 전달한 것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한 것이다.
주어진 예비점수가 같은 그룹끼리 나와서 최종 평가를 본다. 즉 예비점수가 ‘E'는 ’E'끼리, ‘B'는 ’B' 끼리 순서대로 나와서 시험을 보는 것이다. 같은 그룹 내에서는 보통 번호 순서대로 평가를 실시하였다.

예를 들어 태환이가 예비점수를 ‘C'를 받았다면 최종시험에서의 결과를 보고 ’B'로 올라 갈 수도 있고 ‘C'에 그냥 머물 수도 있다. 만약 어떤 학생이 최종평가를 진지하게 임하지 않았거나 예비평가 때 보다 못했을 경우 점수를 예비평가 때 보다 더 낮게 줄 수도 있는데 이는 상황에 따라 교사가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다.

학생들이 연습하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정확한 자세를 위해 고쳐야 할 점이 비슷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이 평가는 바로 이런 점을 응용한 것인데 첫 번째 장점은 질적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질적평가를 앞 번호 학생부터 순차적으로 실시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측정하는 교사의 시각이 까다로워지거나 무뎌지기가 쉽다. 앞 번호 학생 중에 잘하는 학생이 많다면 뒤로 갈수록 까다로워질 것이고 그와 반대라면 점수가 예상보다 높게 측정되어 나갈 수 있다.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은 이러한 것들을 조정하기가 수월하지만 그렇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이 방법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평가의 두 번째 장점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교사나 학생 모두에게 보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 점수에 대해 갖는 불만이 적다는 점이다.

최종평가를 실시할 때 예비점수가 가장 낮은 그룹에서 높은 그룹순서로 실시하는데 이렇게 하면 교사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정확한 동작과 그렇지 않은 동작을 학생들이 스스로 알 수 있다.

이 평가의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예비시험-연습-최종시험으로 구성된 것을 한 교시 분량이 아니라 두 교시 분량으로 활용해도 된다. 처음에는 다소 혼란스러워 하던 학생들도 1학기에 한 번 실시해보고 2학기에 다른 종목을 평가할 때 이 방법을 활용하면 익숙해져서 좀 더 진행이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육상에서 할 수 있는 다른 평가방법도 이야기 해 보자.


                                                                                    사진출처: cafe.daum.net/knarea


많은 학교에서 50M 달리기 측정을 평가 종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보통 번호순서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연습하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방법은 달리기 기록이 비슷한 학생끼리 우연히 배정되지 않는 한 기록이 빠른 학생이나 느린 학생이나 둘 다 손해를 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기록이 빠른 학생은 경쟁상대가 너무 느리기 때문이고, 기록이 늦은 학생은 미리 포기하고 열심히 뛰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생각해 낸 방법이 연습기록 측정을 통해 기록이 최대한 비슷한 학생들끼리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50M 달리기는 짧은 시간 안에 기록 측정이 이루어지므로 학교에서의 연습만으로 기록이 단기간에 향상되기 어렵다. 아무래도 순발력이 뛰어난 학생이 유리한 것은 사실인데 운동신경이 조금 둔한 학생들도 비슷한 학생들끼리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록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효과적 연습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M 달리기 첫 수업 시간에 연습기록을 측정하여 기록 순으로 엑셀에 정리해 보면 가장 빠른 학생부터 가장 느린 학생까지 금방 파악할 수 있다. 만일 학생이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연습기록을 여러 번 측정하여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측정한 기록이 비슷한 학생끼리 두 명이나 세 명씩 짝을 지어 연습하고 평가를 실시했더니 연습을 할 때나 평가를 볼 때에도 학생들 사이에서 집중력과 경쟁심이 높아지고 기록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달리기 수업은 단조롭고 지루하기 쉬운데 연습기록 측정 후 기록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편을 지어 이어달리기 형식으로 연습을 하면 지루함도 덜고 학생들끼리 경쟁의식도 올라가서 달리기 연습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평가는 학생들에게 성적으로 제공될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수업을 제대로 실시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피드백 자료가 되기도 한다. 평가는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인 만큼 동학년을 수업하는 교사나 교과협의회를 통해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다양한 평가방법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점이라도 잘 주는 것이 학생을 위한 좋은 평가가 아니라 학생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펼치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고, 교사의 공정한 판단과 측정이 이루어질 때 진정 학생을 위하는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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