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종산 (캐나다 탁구협회)
49위, 48위 2010년 세계탁구대회에서 캐나다의 성적이다. 남자팀은 49위, 여자팀은 48위를 했다. 물론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결과에 캐나다 탁구협회가 실망이 큰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8년까지는 20위 후반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왜 캐나다가 세계 탁구에서 약자로 분류 되는 것 일까?
첫째, 훌륭한 코치가 없어 캐나다의 수준이 낮다?
납득하기 힘들다. 지금 내셔날 코치를 하고 있는 Li Juan은 월드챔피언 출신이다. 중국에서 캐나다로 귀화 했으며, 수년간 세계 최강 중국의 국가대표로 활동 했다. 그런 사람이 실력이 없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그녀가 추구하는 코칭 방식은 중국의 코칭 방식과 거의 다를 게 없다. 좋은 코치가 없어 캐나다가 세계 탁구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 한다는 논리는 성립 할 수 없다.
둘째, 훈련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훈련 환경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말 연습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것은 아니다. 세계탁구협회가 있는 캐나다 오타와에 내셔날 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내셔날 센터는 선수들이 언제든지 원할 때 연습 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 물론, 웨이트 시설이 없어 선수들이 체력 훈련을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지만, 연습을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다.
셋째,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캐나다의 선수층이 얇은 것은 사실이다. 많지 않는 사람들이 탁구를 즐기고 선수들도 많지 않다. 이번 2010 내셔날 챔피언십에 약 150여명의 선수들만이 참가 했다. 하지만 이게 적은 숫자일까? 우리나라와 비교해 봐도 적은 숫자는 아니다. 캐나다는 지리적 이유로 각종 대회에 캐나다 전체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작기 때문에 각종 대회에 거의 모든 선수들이 참가한다. 그렇다면 참가하는 선수규모는 어떨까? 선수규모는 비슷하다. 우리나라도 시합을 하면 150에서 200여명의 정도의 선수들이 참가를 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전체선수가 2,000명 정도이며, 캐나다도 비슷한 규모의 선수인원을 가지고 있다. 선수층이 얇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넷째, 협회 지원이 열악하기 때문에?
캐나다 탁구협회 예산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고 연습을 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아낌없이 지원 해 주며,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에게는 국가와 협회 차원에서 지원하는 장학금 및 지원금이 풍족하다. 모든 사항은 고려해 볼 때 협회의 지원이 열악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캐나다 온타리오 청소년 팀, Lijuangeng(가운데)은 세계 챔피언 출신이며, 그녀의 남편(왼쪽 세 번째)은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이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왼쪽 첫 번째)은 15세로 미래의 올림피언을 꿈꾸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캐나다의 운동 환경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세계 탁구에서 만년 약자로 분류된다. 필자가 캐나다 탁구협회에서 인턴을 하며 느낀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시스템(하루 2시간 연습) 및 문화(공부를 더 중요시 여기는 운동선수)이다.
캐나다 선수들에게 연습이란 하루에 2시간이다. 여러 가지 상황(학업, 직업) 때문에 연습량을 늘리기 어렵다. 그리고 캐나다 선수들에게는 공부가 연습보다 중요하다. 선수들은 시험이 있거나, 발표가 있으면 연습을 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가지 연습장을 찾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연습량은 줄어들고 목표도 상당히 낮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목표가 올림픽 금메달이라면 여기 선수들은 올림픽 금메달은 생각지도 않으며 영연방대회인 Commonwealth 대회에서 입상하기만을 기대한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캐나다와 같은 상황(공부를 더 중요시 하는 풍토)이 조성된다면 어떻게 될까? 경기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운동보다 공부가 우선이기 때문에 연습량이 적어지고 연습량이 적어지면 경기력이 낮아진다. 경기력이 낮아지면 국제대회(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입상하기가 힘들어지고 입상을 하지 못하면 언론에 노출되는 숫자가 적어지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러면 선수층이 자연스럽게 얇아지고 탁구라는 종목은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된다. 물론 중국처럼 등록선수가 20,000,000명이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등록선수는 2,000여명뿐이다. 그리고 탁구는 신체적, 유전적 요인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종목 중 하나다.
우리나라 스포츠 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선진국 시스템을 따라 하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운동이 1순위고 공부가 2순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멀지 않아 우리나라 탁구도 캐나다 탁구처럼 세계 탁구의 약자로 분류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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