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용배 (동명대 교수)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구단의 노력 그리고 KBO의 중재로 낙후된 프로야구 경기장 건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와 광주가 새로운 경기장 건설을 천명했고, 창원의 경우 프로야구 9구단 창설이 순조로울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하겠다고 한다. 민간기업인 프로야구 구단을 위해 사용될 야구장 건설에 주체는 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경기장의 소유 및 건설주체는 누구인가
우리나라의 경기장은 건설에서부터 유지관리까지 주로 시, 도 지방자치단체가 주관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는 2002년 월드컵개최로 첨단시설의 전용경기장이 만들어져 최소한의 인프라는 구축하고 있다. 야구, 특히 지방구단이 이용하는 구장은 너무 낙후되어 언급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은 농구나 아이스하키 팀이 이용하는 실내경기장이 약 2만 명을 수용하는 규모이니 우리나라와 단순비교가 어렵다. 미국 스포츠에서 경기장 소유의 경향을 보면 초창기 민간소유에서 현대에 이르러 지방정부 소유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1910-20년대에 건설된 경기장들은 대부분 야구팀의 구단주들이 직접 지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구단이 개별적으로 경기장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50년에는 메이저리그 경기장의 약 6%만이 지방정부 소유였으나 1991년에는 그 비율이 80%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러한 추세는 다른 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NBA에서는 1950년에 46%에서 1991년에 65%, NFL에서는 36%에서 93%, NHL에서는 0%에서 65%로 지방정부가 소유한 경기장의 비율이 높아졌다. 아직도 구단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장을 찾아보면, 다저스 스타디움, 미식축구에선 마이애미 돌핀스의 죠 로비(Joe Robbie) 스타디움, NBA에선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의 팰리스(Palace of Auburn Hills), 새크라멘토 킹스(Kings)의 타겟(Target) 센터 등 소수에 불과하다.
장기임대의 성행
1990년대 이후 경제적 마인드로 인해 미국 프로스포츠 구단주들은 자비를 들여가며 경기장을 건설하려 하지 않는 대신 지방정부가 건설하여 좋은 조건으로 임대하여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하였다. 특이한 현상은 구단의 ‘무리한’ 요구를 지방정부가 서로 앞을 다투어가며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클리블랜드에서 NFL팀을 빼앗아 오는 미끼로 볼티모어 시정부는 레븐스(Ravens) 팀에게 경기장 무료 임대조건을 제시했다. 메이저리그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사용 중인 코민스키 (Cominskey) 파크가 너무 노후화되었다고 시정부에 새로운 경기장을 건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시카고를 떠나 세인트 피터스버그로 구단이전을 선언했다. 시정부는 검토 끝에 코민스키 파크를 건설해 주었다. 연간 임대료는 단돈 1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NBA의 피닉스 선즈(Suns), 밀워키 벅스(Bucks)와 같은 팀은 경기장 내 매점수입, 주차장수입 등의 일정 지분을 받으면서 한 푼의 임대료도 지불하지 않고 있다. 클리블랜드의 NBA팀인 캐벌리어스(Cavaliers)의 임대조건은 매우 흥미롭다. 홈 경기장인 군드 아레나(Gunds Arena)의 임대조건은 연간 관중이 185만 명 미만이면 임대료가 무료인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경기장의 최대수용인원이 20,562명으로 연간 홈 경기수가 약 40임을 감안하면 결국 무료임대조건과 동일한 것이다. 전체적으로도 미국 프로스포츠 팀 중에서 경기장 임대료로 입장수입의 10%이상을 내는 팀은 거의 없다.
구단 및 모기업의 건축비 지분 참여 현황 단위:백만달러
<평균 22%정도를 구단이 부담(자료출처, 전용배 교수)>
한국프로야구 홈구장 사용계약 현황 (2008년 기준)
<자료출처: 전용배 교수>
그렇다면 미국의 지방정부들은 어떤 연유로 주민의 혈세로 모은 돈을 구단주들에게 보태주고 있는 것인가? 산술적으로 보면 경기장으로부터 지방정부가 얻을 수입이 건설비용 및 유지비용에 비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조건으로 경기장임대를 주는 이유는 프로팀을 도시에 유치하면서 가져올 부가적인 이득이 때문이다. 스포츠는 경제이론에 나오는 외부효과(externality)와 공공재(public good)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효과란 스포츠는 같은 지역의 다른 산업에 좋은 방향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라는 것이다. 경기를 보러 다른 도시에서도 찾아오니 관광산업, 음식 및 숙박산업 등이 혜택을 보며, 지방방송 및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프로팀이 없는 도시와 있는 도시를 비교할 때 스포츠 팀의 파급효과가 가능하다. 공공재는 일반 상품과는 달리 독특한 특성을 갖는 상품인데 스포츠도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다. 공공재는 한 사람이 소비를 하여도 다른 사람이 이 상품을 동시에 소비할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경기장에 가지 않았어도 홈팀이 이기면 모두 즐거워한다. 경기를 직접 본 사람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만족감을 주니 공공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이론에 의하면 양의 외부효과나 공공재적 성격을 지닌 상품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에 비해 적은 양이 공급된다. 모두 무임승차를 하려 기다리고 있어 상품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상품에 대해서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거두어 국방도 책임지고 도로도 건설하는 것이 이런 이유이다. 당연히 스포츠도 이러한 이유로 시정부가 나서서 시민의 세금으로 경기장을 건설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팀을 유치하려 하는 것이다.
미국 프로야구구단의 임대상황
<자료출처: 전용배 교수>
미국과 한국의 차이 그리고 방향성
선진 리그와 우리나라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인식해야 할 요소는 경기장 건설의 주체는 官이고, 운영의 주체는 구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경기장은 ‘운동 경기를 하는 장소’라는 단순한 공간적 개념이 아니라 구단과 팬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며 구단이 곧 경기장이며 경기장이 곧 구단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경기장은 구단과 팬들과의 정서적인 공감이나 유대와는 거리가 먼 단순한 ‘경기를 하는 장소’로만 인식되어 있으므로 프로스포츠가 광범위하고 깊숙하게 뿌리내리는 데 저해 요소가 된다. 프로스포츠는 단순한 경기만을 파는 것이 아니라 종목과 구단에 깃들여 있는 정서적 가치관과 정체성을 팔고 지속적으로 팬들과 정신적인 유대를 맺어야 하는 것이며 이는 대부분 경기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법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이 경기장에 투자하고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반적인 상업 활동을 규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연고 협약을 맺은 대기업 프로스포츠 구단이 경기장을 짓고 적극 투자하려고 하는 것은 물론 '기부체납'의 형식으로라도 투자하여 프로스포츠를 활성화하려는 계획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프로스포츠를 관람하는 관중은 안전시설은 물론이고 쾌적한 관람 환경 속에서 경기를 관람해야 하며 선수들도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그라운드 조건이 필요하지만 야구 축구 등의 종목은 물론, 실내 체육관의 경우에도 기본적인 기준에 못 미친 상태에서 프로구단이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다.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시설’로서 시민들이 관람하기 좋고 선수들이 경기하기 좋은 경기장으로 가꾸어야 하지만 예산 부족과 우선순위 등을 이유로 경기장 유지 보수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관리 주체를 ‘시설관리공단’ 혹은 ‘경기장관리재단’ 형태로 만들어 경기장을 운영, 관리하고 있다. 경기장 관리 주체는 경기장을 말 그대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는 공공기관으로서, 경기장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과 팬 서비스를 꾀하고자 하는 프로구단과 사사건건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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