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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원

체육지도자의 자질과 역할은 곧 국가경쟁력이다

                                                                                                        박성률(독일 콘스턴츠대학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운동부 비리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초·중·고 운동부 지도자의 자격 기준을 강화했다. 앞으로 학교운동부 지도자의 경우 체육교사 자격증 또는 경기지도자 2급 이상 자격증을 반드시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교과부의 이와 같은 대책은 일선 경기지도자의 교육적 ․ 과학적 역량 강화는 물론, 나아가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선진형엘리트체육 문화 정착을 위한 국가의 관심과 노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체육지도자 양성사업은 국민체육진흥법, 국민체육진흥법시행령, 체육지도자의 연수 및 자격검증에 관한 규칙 등의 법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으며, 특히 경기지도자의 경우 체육과학연구원의 지도자연수원이 중심이 되어 한국체대, 충남대, 전남대, 동아대, 신라대 그리고 국기원 등에서 해당 종목별 연수 및 자격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현 정부가 새로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일선 경기지도자 자격 기준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스포츠 선진국인 독일의 체육지도자양성체계를 살펴보는 것은 한국이 이와 관련된 제도를 보완하고 아울러 새로운 스포츠진흥책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

독일의 체육지도자 양성사업은 크게 경기지도자과정과 생활체육지도자과정으로 대별된다. 체육지도자 자격의 종류에는 종목별 생활체육지도자, 종목별 경기지도자, 일반 생활체육지도자, 예방 및 재활지도자, 청소년지도자, 클럽매니저 그리고 독일올림픽체육연맹 주체 스포츠심리치료사, 석사지도자과정(Diplom Trainer) 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자격 지침(RRL)은 독일올림픽체육연맹(DOSB)이 결정하고, 스포츠심리사과정과 석사지도자과정을 제외한 모든 체육지도자 양성 및 연수교육은 해당 종목의 중앙경기단체 및 주정부경기단체 그리고 대학교와 같은 스포츠 관련기관과의 체계적인 연계구축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지침서에 명시된 교육영역을 살펴보면 중앙경기단체는 해당종목의 경기력과 관련된 전문교과를, 주정부경기단체는 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이론과 더불어 운영 및 관리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실무교육과 재교육을 담당한다.
 
독일의 경기지도자과정은 초급과정=Trainer C, 중급과정=Trainer B, 상급과정=Trainer A 그리고 최고단계인 석사지도자과정 등으로 나뉘어져 있다. 독일올림픽체육연맹의 경기지도자 지침서에 따르면, 석사지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지도자 자격은 4년간 유효하고, 해당종목의 경기력 분야와 관련된 직업 종사자의 경우 발급 후 매 2년마다 재교육을 이수해야만 자격증이 연장된다. 또한 독일에는 1급 경기지도자 자격증 취득 후 연계과정으로 독일올림픽체육연맹 소속 쾰른의 독일체육대학교(DSHS) 내 트레이너아카데미(Trainerakademie Köln des Deutschen Olympischen Sportbundes)가 주관하는 석사지도자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독일에서는 만16세부터 경기지도자과정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응시자격에는 2년 이내 취득한 응급처치교육이수증명서(16시간)와 해당종목에서 실시한 실습교육확인서(30시간) 등이 전제된다. 실습교육은 대부분 주거지 관할 스포츠연맹이나 스포츠클럽에서 실시되며 행정업무 보조 및 행사참여, 유아 또는 청소년의 실기교육 참가 등과 같은 해당 종목에 적응하기 위한 과제를 수행한다. 이러한 실습과정을 통해 평가된 참가자의 적응력 및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자료는 지도자과정의 세부 영역, 즉 경기분야 또는 생활체육분야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6년 1월 독일올림픽체육연맹이 제정 ․ 공표한 독일 체육지도자양성지침서에는 과정별 교육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만이 제시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교육 일정 및 과정은 해당 종목의 중앙경기연맹과 주경기연맹 등이 주관 ․ 편성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Trainer-C-Lizenz]

독일에서 초급과정에 해당하는 경기지도자 C의 연수기간은 총 120시간이다. 교육의 목표는 해당 경기종목의 기초과정에서 필요한 계획, 훈련, 그리고 평가 등에 대한 실제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그룹의 리드역할, 개인종목의 육성방법, 기초훈련의 지도방법 등이 교육과정의 핵심이 된다. 실례로 조정 종목의 경우 교육과정의 주관은 주경기연맹이 되고, 트레이닝론, 교수법, 동작론, 훈련작성법, 생리학, 사회학 등의 이론과목과 초보자교육, 기술  분석, 동작 교정, 장비설치, 교육실습 등의 실기과목이 교과에 편성되어 있다. 자격검증은 기초적인 이론위주의 필기시험과 현장 지도능력에 대한 실기시험으로 구분하여 실시된다.

[Trainer-B-Lizenz] 

 독일의 경기지도자과정 B의 연수기간은 총 60시간이다. 교육기관은 중앙경기연맹에 소속된 트레이너아카데미 또는 지정 경기연맹이 된다. 이 과정의 목표는 해당 경기종목의 중급 수준에서 필요한 계획, 훈련, 그리고 평가 등에 대한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 특히 지도자가 초급과정인 경기지도자과정 C에서 습득한 현장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실무능력을 겸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편성 ․ 이수하도록 지침서에 명시되어 있다.

[Trainer-A-Lizenz]

독일 경기지도자과정 A의 연수기간은 총 90시간이다. 중앙경기연맹이 교육을 담당하며 해당 경기종목의 상급 수준에서 필요한 계획, 훈련, 그리고 평가 등에 대한 실무능력을 배양시킨다. 교육과정은 경기지도자과정 B에서 습득한 이론과 실무경험을 토대로 자발적으로 체계적인 훈련을 직접 수립 ․ 전개할 수 있고, 더불어 개별 선수를 최고의 경기수준까지 육성시킬 수 있는 교과를 편성 ․ 이수하도록 지침서에 명시되어 있다.

[Diplom-Trainer-Studium]

독일에서 경기지도자를 위한 최고단계는 석사지도자과정이다. 전체 연수기간은 1300시간으로 3년 과정과 1년 6개월 과정이 있다. 일반적으로 3년 과정은 직업과 병행한 지도자의 경우에 해당된다. 교육과정은 트레이닝론, 스포츠의학, 스포츠심리학, 스포츠교육학, 스포츠경영, 스포츠사회학 등의 이론과목 중심의 기초수업과 실제적인 훈련에 적용한 계획, 분석, 평가 방식의 실기과목 중심인 전공수업으로 구분되며 각각의 시수는 480시간이다. 그밖에도 해당 종목 지도자 실습과 교생실습에 각각 240시간과 100시간이 배정되어 있다.

입학자격에는 경기지도자 A, 해당종목 경기단체장의 추천서, 졸업증명서, 경기실적증명서, 경기지도자실적증명서 등이 포함된다. 입학허가, 교육과정 그리고 졸업시험에 대한 규정 및 검증은 관할 주인 로드라인-베스트팔렌의 교육법에 의거해 시행되고 있다.

현재 독일올림픽체육연맹에 등록된 전체 체육지도자는 약 500,000명이다. 이 가운데 경기지도자는 약 225,000명에 달하고 매년 40,000여명 이상이 독일올림픽체육연맹 산하 종목의 경기연맹을 통해 신규로 배출되고 있다. 더욱이 트레이너아카데미의 석사지도자과정을 졸업한 지도자의 80%가 현재 국가대표 또는 주 대표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고, 그들의 수강료(9000유로/약 1500만 원) 전액을 해당 종목 협회가 부담한다는 사실은 독일 엘리트체육의 강점이자 특징으로 간주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우수한 체육지도자양성을 위한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교육과정 편성과 재교육 강화 그리고 이를 추진하는 국가의 체계적인 제도적 장치 및 지속적인 재정 지원은 자국의 경기력향상과 국위선양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된 사실이다.
특히 요즘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물론 정부가 스포츠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적 ․ 과학적 방식의 체육지도자양성제도는 결국 국가 경쟁력 강화에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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