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외통신원

운동기에 신체 내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우리 몸의 반응

                                                                                   글 / 강정의 (University of Michigan 석사과정)


거의 모두가 체육 시간에 달리기 기록을 측정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타이머가 눌리기 전, 출발선 상에 선 우리 몸의 심박수는 이미 빨라지기 시작하고, 몸은 긴장상태가 된다. 우리가 운동을 하게 될 때에, 뇌의 신호에 의해 또는 감각 신경들에 의해 우리는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게 된다. 이것은 중추 신경계에 속하는 체성 신경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쉬거나 운동을 할 때, 신체 내의 심장이나 혈관, 각 기관으로 보내지는 혈액의 양 까지도 의식적으로 조절하지는 못 한다. 이것은 무의식적인 조절 과정이다. 그래서 이러한 신체내의 변화들은 자율 신경계의 영향을 받게 된다.

우리 몸에는 크게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 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와 신체의 근육, 샘, 기관 등에 퍼져 있는 말초 신경계(peripheral nervous system)가 있고, 신체 각 기관들은 이러한 신경(또는 호르몬의 영향)의 통제 하에 조절되고 있다. 






말초 신경계 내의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e)은 흔히 “fight or flight(싸우거나 도망가기)” 신경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유는 이 신경이 주로 신체의 동적 상황을 최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교감 신경은 어떠한 상황에서 활성화되는가? 바로 소화 과정과 수면 상태(휴식기)에서 활성화 된다. 물론 이 둘이 항상 반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면 부교감 신경의 영향은 줄어들게 되고, 또한 그 반대의 경우처럼, 이 둘은 자율 신경 가지들 사이의 유기적인 균형에 의하여 조절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신체 내에서 일으키는 변화에는 무엇이 있을까? 간단한 예로 교감 신경은 더 많은 혈액과 산소를 근육으로 보내기 위해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위장기관의 움직임을 최소화해 소화를 억제하며, 더 많은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폐나 기도를 확장시키며, 동공을 확대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반대로 부교감 신경은 심박수를 감소시키고, 소화를 증진시키고, 기도를 수축시키고, 동공은 감소되며, 혈관은 이완시킨다.

근육이나 기관이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산소와 혈액, 근육 운동의 에너지원인 ATP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한다. 휴식기에 신체 내에 혈액 공급량은 평균 5,000 ml/min 인데, 운동시에는 17,500 ml/min으로 그 양이 4배 가까이 증가한다. 여기서 휴식기와 운동시에 주요 기관으로 보내지는 혈액의 양과 비율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휴식기에 부교감신경의 통제로 신장, 복부 기관, 기타 기관에서 54%를 차지하던 혈액 공급의 비율이, 운동기 교감신경의 영향으로 8%까지 급속히 감소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골격근으로의 혈액 비율은 교감신경의 영향으로 휴식기 20%였던 비율이 73%로 3.6배나 증가함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어떤 이유로 식사 후 바로 운동을 하면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이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면, 소화를 위해 최소 30분에서 1시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바로 이때에 우리 몸은 부교감 신경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시기에 우리가 운동을 시작하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고, 우리 몸은 소화기관으로의 혈액 공급 등을 최대한 줄이고(부교감 신경의 감소), 많은 양의 혈액과 산소를 골격근으로 보내게 된다. 따라서 식사 후 바로 운동을 하게, 그만큼 소화기관의 운동량이 줄어들고,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지 못하여 배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교감신경의 영향으로 혈관이 수축되어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액이 줄어들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교감 신경의 영향을 받으면 혈관이 수축되는데, 왜 골격근과 심장, 뇌로 가는 혈액의 흐름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 수 있을까? 첫째, 뇌와 심장, 그리고 골격근은 주로 국부적인 대사적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심장과 골격근에서는 혈관 이완을 유도하는 아드레날린성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많은 수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근육으로부터 일산화 질소(nitric oxide)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특정화학적 경로를 거쳐서(교감 신경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여러 상황에 맞추어 우리의 몸을 최적의 상태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렇게 무의식 속에서도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해 주는 신체 시스템이 작동하기에 우리는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는 것이다.

참조: Wildmaier, E. (2008). Vander's Human Physiology, McGRAW-HILL

ⓒ 스포츠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