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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만들어 준 기회, 세계 표준을 꿈꾸다

                                                                            글 : 윤영길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부 교수)

그리스전은 전국을 흥분시켰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아르헨티나 전에서 꿈꾸고
있다. 분명 그리스 전은 이전 월드컵 경기와는 완전히 다른 축구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10 대한민국 팀은
이전 팀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변이가 일어난 팀이다.

아르헨티나전은 우리의 기대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리스전의 여세라면 장밋빛 꿈을 꾸어볼 수도
있겠다. 브라질이 북한에 고전한 것처럼 아르헨티나를 다뤄볼 또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정대세의
눈물을 보았다. 이 눈물의 의미를 우리는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콘텐츠출처: 오픈애즈(http://www.open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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뚫린 방패 그리스

7분, 그리스전 전반 7분은 대한민국 월드컵 도전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긴 출발점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탐색전은 7분까지였고 이정수의 골 뒤로는 완전히 경기를 지배했다. 그리고 박지성의 골은 대한민국
축구도 월드컵에서 상대를 등 뒤에 달고 장거리 드리블을 하고난 뒤 골키퍼까지 제압하고 완전한 골을
만들 수 있다는 희열을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 골을 넣기 위해서는 공을 컨트롤 하고 뒤에서 따라오는
수비를 견제하는 동시에 앞에서 다가오는 골키퍼의 움직임을 읽고 골문의 위치를 확인해야 하다. 그 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그래서 그 골이 얼마나 어려운 골이었는지를 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출전해 이기고 있는 동안 조금 더 하면 골이 더 날 수 있겠
다는 기대를 하면서 지켜본 기억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리스전은 달랐다. 조금 더 하면 한 두골 더 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일단 득점이 많아야 유리한데,...... 처음 경험한 월드컵에서의 호사였다. 아직 첫 경기
였지만 그 감동과 호사를 선물해준 대표팀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팀의 조화

이청용-기성용-정성룡의 출전과 안정환-이동국-이운재의 대기는 묘한 여운들 남겼다. 그리고 그
언저리 어디쯤에 자리한 김남일의 교체 역시 2010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
에게는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간절함과 선배를 밀어내고 자신이 뛴다는 자신감이 있다. 청용,
성용, 성룡의 기억에 정환, 동국, 운재는 어린 시절 우상이었다. 그 어릴 적 우상이 같은 팀에 있고
심지어 자신이 그 우상을 밀어내고 선발 출전을 했다. 어린 선수에게는 정말 대단한 일이고 자신감
넘치는 경험이다.

그 선배들은 월드컵 경기 출전에 욕심이 있겠지만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어린 선수의 간절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제는 선수로 월드컵에 참여하기보다 선수 매니저로, 어린 선수를 관리하는 선수로
경기에 참가하는 것이 이들 경험 많은 선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부모가 있는 양육에
참여한 아동이 정서적으로 더욱 안정되어 있다. 2010 대한민국 대표팀 23명의 엔트리 중 벤치를 지키는
경험 많은 선수들이 가족에서 조부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 대표팀은 훨씬 안정적
이다.


팀의 구조

2010 대한민국 대표팀은 전술적으로 팀의 구조적으로 지금까지 월드컵 대표팀과는 다르다. 우선 팀을
대표하는 박지성은 2006년에는 아직 조금 부족했고 2014년에는 선수로는 나이를 많이 먹어버린다.
그야말로 2010년은 선수 주기 중 경기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는 월드컵이다. 축구의 속성이 그렇다.
한 명의 선수가 전술적으로는 경기력을 결정하지는 못하지만, 심리적으로는 한명의 선수가 경기력을
결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팀에 영향력이 큰 선수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나머지 10명의 선수와 벤치에 있는 선수, 지도자까지 공명을 일으킨다. 지금 그 공명의 출발점인
박지성 개인의 경기력이 포화 시점이라는 사실이 이번 월드컵에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한편 이청용이나 정성용 같은 어린 선수들이 박지성의 플레이에 공명을 일으키는데 안정환이나 이운재,
이동국 같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보이지 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경기에는 뛰지 못하지만
1998월드컵부터 2006월드컵까지의 경험을 어린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전수해 줄 수 있는 경력의 소유자
들이다. 경험이 많은 선수들은 월드컵 경기에서 어떻게 플레이를 해야 할지 알고, 경기가 없는 동안
무엇을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알고 있다. 이런 자신의 소중한 경험을 공동의 목표를 위해 어린
후배들에게 팀 내에서 잠재적으로 전수해줄 수 있는 팀이다.


정대세의 눈물

브라질과의 경기를 시작하기 직전 정대세 선수의 눈물을 보았다. 아마도 운동 경험이 있다면 그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이다. 올림픽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가 흘린 눈물과 같은 눈물이었을 것이다.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여러 힘든 곡절도 있었을 것이고 축구선수로 최고의 영예인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고, 게다가 개인적으로 첫 상대가 브라질이었다는 사실은 개인에게 감동적인 사건이다. 그야
말로 세계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짜여 진 팀과 경기를 한다는 사실은 감동적이다. 그렇다. 정대세
에게 브라질 경기는 경쟁이 아니라 도전이다. 그래서 그 도전은 감동스러웠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한다. 물론 우리에게는 경쟁인 동시에 대한민국 축구를 보면 행운이다. 같은
조에 속해 있는 경쟁해 이겨야 할 팀,......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어보자. 아르헨티나는 경쟁해서
굴복시켜야 하는 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축구를 도약시킬 또 하나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팀과 경기를 하면서 세계 최고의 팀을 만났을 때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대한민국 축구
유전자에 새로운 경험을 각인시킬 기회이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어떻게 강한 팀을 풀어가야 하는지 연습의 기회일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 팀에 시련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도약의 기회이다.


세계 표준을 꿈꾸며

어떤 일이든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축구는 세계 축구의 벽을 만들어놓고 스스로
그 벽을 넘으려 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세계 축구의 벽을 박지성이,
이청용이, 허정무가 조금씩 허물고 있다. 선수가 서서히 세계 표준에 접근하고 있고, 지도자가 세계
표준에 접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이제는 세계 축구에 대해 대한민국 축구 스스로 만들었던 벽을 
허물 차례다. 브라질이, 잉글랜드가 스페인이 아르헨티나가 세계 최고 수준의 팀이라는 우리의 믿음
자체가 이들 팀을 세계 최고이게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네덜란드에 주목한다. 인구 1,600만의
유럽의 작은 나라에서 그렇게 좋은 지도자와 그렇게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네덜란드 축구
스스로 만든 경쟁력이다. 네덜란드는 세계축구에서 전술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경쟁력이 권력의 중심에 네덜란드를 유지시키고 있다.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 축구의 표준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의 표준을 따라가서는 불가능하다.
세계 축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고 움직일 방향에서 미리 준비하고 기다려야 한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는 대한민국팀에 세계 축구로 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노력을 앞으로 기울여야 할지 길을
알려줄 것이다. 그저 아르헨티나와의 승부에 매몰되어 대한민국 축구가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기회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스포츠에서 승부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 승리의 과정을 중시할 때 승리는 승리 이상의 가치가 있고, 패배를 승리르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 패배는 때로 승리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그 동력이 언젠가 대한민국 축구를 세계
표준으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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