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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누구의 선수도 아닌 렉시 톰슨

누구의 선수도 아닌 렉시 톰슨

글 / 김예은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한 달 동안 휴식을 가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렉시 톰슨 / 출처 : instagram.com/lexi/)

 

   세계 랭킹 5위인 미국 여자 프로골퍼 렉시 톰슨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 여자 오픈을 포함하여 한 달 동안 휴식을 가질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톰슨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기에 잠시 골프 경기로부터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재충전을 하겠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유에스에이 투데이에 따르면 톰슨은 대회 전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서 “나는 로봇이 아니다. 내 인생이 필요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작년 ANA 대회를 비롯하여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셨고,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등 수많은 일이 일어났다”며 “하지만 나는 계속 괜찮은 모습을 보여야 했고, 골프를 계속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솔직히 내가 어떻게 플레이했는지조차 모르겠다. 나는 단지 골프 선수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삶을 가질 필요가 있고, 이것을 즐겨야 할 필요가 있다”라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점수와 기록에 따라 항상 실시간으로 순위가 뒤바뀌기 때문에 대체로 경기 결과가 눈에 띄게 부각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들은 최상의 결과를 위해 실제로 90% 이상의 시간을 훈련에 할애한다. 실제 경기에서 작은 실수조차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최소화시키고 경기력을 최대한 이끌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 시간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흔히 선수들의 훈련시간에 대해서 ‘밥만 먹고 운동만 한다’는 말이 쉽게 나올 정도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훈련을 할 때 사용한 에너지를 ‘얼마나 잘 회복하는 것’이냐이다.

 

(출처 : Harvard Health Publishing)

 

   에너지(energy)란 사람들이 활동을 하는데 필요한 동력을 뜻한다. 쉽게 말해, 사람들이 움직일 때 필요한 힘을 뜻한다. 많은 선수들이 자기 스스로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로허(Loehr) 등에 따르면 많은 선수들이 훈련 시간 동안 연습을 중단하는 것은 나약함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고갈된 에너지를 적정한 시기 동안 회복하는 것 또한 필요하고, 무엇보다 이 둘 간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이러한 균형을 간과한 채 훈련만 행한다면 결국 선수의 에너지 체계가 무너질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운동에 대한 열정까지 잃게 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최상의 결과를 얻도록 에너지의 양과 질, 에너지의 초점과 에너지의 힘을 관리하는 것을 통틀어서 에너지 관리(energy management)라고 한다. 로허(Loehr) 등은 이러한 에너지 관리를 위한 몇 가지 기본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다차원의 에너지 작용을 이해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다. 사람의 에너지 시스템은 단순히 신체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감정적, 정신적, 영적 에너지 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정적인 부분은 최상의 결과를 위해 긍정적이고, 유쾌한 감정 에너지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정신적 에너지는 현재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원하는 결과 혹은 해결책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정신적인 능력을 관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적 에너지는 운동을 수행하는 내면의 깊은 가치와 방향을 안내하는 원천을 관리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최상의 상태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위의 네 가지 차원의 상호연관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또한 에너지 관리를 위해서는 에너지의 소비와 회복의 리듬과 이 주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만일 충분한 회복 없이 에너지 소비만 이루어진다면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 활동이 멈추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스트레스에 대한 도전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스트레스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포츠 선수는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을 대처하기 위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이를 강화시키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마주치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다. 이때 스트레스 자체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후 회복을 하게 되면, 비로소 내면에 잠재해 있는 모든 차원의 에너지 용량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관리를 위해서는 완전한 몰입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리는 비축된 에너지를 사용할 때, 수요가 적은 곳에는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여 절약을 하고 이 절약된 에너지를 창의적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가끔은 자신이 필요한 부분 외적인 곳에 에너지를 소비할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수정을 함으로써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에 자신도 모르게 집중이 되어 몰입의 상태가 되도록 해야 한다.

 

   반복적인 일을 할 때 혹은 바쁜 시간에 쫓길 때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말처럼 우리는 가끔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린다. 내가 누구인지 잊어버리는 순간부터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결과를 향해서만 나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신체 중에서도 눈이 밖을 향해 위치하고 있듯 눈앞에 보이는 것을 쫓아가는 일이 더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톰슨의 사례를 보면 골프 선수로서의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서 그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 선수는 운동하는 기계가 아니다. 스포츠 선수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한 존재일 뿐이다. 여자 ‘팀 킴’ 김은정 선수의 심리상담사 대구대 김성범교수도 항상 김 선수에게 “선수로서의 이름보다, 존재자체로서의 이름 세 글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톰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앞을 보고 달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잠시 멈추어 눈을 감고 자기 자신을 위해 회복할 수 있는 시간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