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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둥지 기자단

한국 육상의 낙후성, 대책은 없는가

한국 육상의 낙후성, 대책은 없는가

글/ 신용욱(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지난 9월 2일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종합메달순위에서 24년 만에 일본에게 2위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마무리 했다. 축구와 야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기초종목에서 약세를 보인게 결정적인 이유였다. 일본은 수년 전부터 기초종목에 투자를 해 육상과 수영에서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

 

   사실 일본은 이번 대회에 각 종목에 걸쳐 최정예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았다. 축구에서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고 어린 선수들만 구성하여 준우승을 하였으며 야구는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단이 출전했다. 마라톤도 마찬가지이다. 우승을 차지한 이노우에 히로토(일본)는 2군 선수이다. 일본의 육상스타 오사코스구루와 최근 일본 마라톤 신기록을 세운 시타라 유타 등 도쿄 올림픽 준비로 1군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았다.

 

   마라톤의 경우 일본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한때 마라톤 강국이었다. 황영조, 이봉주, 지영준 등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입상을 했다. 하지만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지영준이 우승을 한 후에는 입상이 전혀 없다. 기록도 퇴보하고 있다. 2시간 10분 이내에 뛰는 선수가 현재 단 한 명도 없다. 반면 일본은 사회인 마라토너가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32년 만에 아시안게임 우승을 하는 등 여러 국제 대회에서 입상을 하고 있다. 선수층도 두텁다. 2시간 10분 이내에 뛰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다. 이번 자카르타의 날씨에 대비해 비슷한 기록이라 할지라도 더위에 강한 선수를 출전시켰다. 선수 선발의 폭이 그만큼 넓은 것이다. 한국이 마라톤 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일본이 한국을 추월을 했고 그 격차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2018 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을 차지한 이노우에 히로토(일본)/ 출처 : NEWSIS)

 

   마라톤이 퇴보한 이유는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여한 남·여 마라톤 선수 모두 북한 선수에게 패했다. 한국이 북한보다 지원이 열악하지는 않다.

 

   과거 중고 학생들은 등교를 하면서 줄넘기나 달리기 등 아침운동을 한 후 교실을 향했다. 하지만 현재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모래운동장이 아닌 잔디와 트랙으로 학교 운동장이 변하고 있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학업에만 몰두한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을 학교에서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일본의 경우 학창시절에 육상과 수영을 하지 않은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다. 방과 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스포츠를 배우고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일본이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는 이유에는 학교체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青山学院大学)에 다니고 있는 일본인 라이카 (21·학생)씨는 “일본의 경우 체육시간에 육상과 수영을 많이 한다. 일본은 학교마다 수영장이 꼭 있어야 한다. 덕분에 수영수업은 학교에서 한다.”고 말했다.

 

(나고야에 위치한 학교 수영장/ 출처 : 네이버 블로그 한씸)

 

   육상의 경우 최근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각종 스포츠 브랜드 기업에서 러닝에 투자를 시작하면서 20대의 많은 젊은 마라토너들이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마라톤을 하는 인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장소와 전문적으로 지도를 해줄 지도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대 마라토너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에 육상 트랙이 마련되어 있는 운동장은 극소수이다. 트랙이 있는 연세대학교나 서울대학교를 야간에 나가보면 달리기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타 학교 학생들과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와서 달리기 때문에 트랙의 손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왜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며 자신의 학교를 두고 다른 학교에 가서 운동을 해야 하는가? 한국의 대학은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운동장을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대학의 운동장이 개선되면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도 운동에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생활체육이 활성화 될 것이다.

 

(운동장의 상태가 좋은 일본의 아오야마 가쿠인 대학/ 출처 : 라이카)

   현재 육상의 경우 지도자를 뽑을 때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실시하는 전문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해야한다. 과거의 경우, 선수생활을 하다가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지도자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운동을 해온 경험은 풍부하지만 기본적인 이론과 지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도자 본인은 새로운 훈련법에 대한 공부는 하지 않고 과거에 자신이 세운 업적만을 생각하며 선수들에게 왜 못하느냐고 잣대만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

 

   이번 아시안게임서 마라톤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훈련은 잘 이루어 졌다. 남자선수들의 경우 미국 콜로라도에서 미국인 지도자 아래 훈련을 실시했다.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전 기록경기에서는 전원 신기록을 세우는 등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자선수들은 일본에서 전지훈련이 이루어졌다. 일본의 유명한 육상감독인 노부유키 후지타 감독과 한국수자원공사 김영근 감독에게 훈련을 받았다. 김영근 감독의 경우 일본 준텐도 대학 생리학 석사학위를 받은 지도자로 김도연 (25· 수자원공사)이 한국마라톤 신기록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여자선수들 또한 개인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다. 외국인 지도자에게 훈련을 받은 선수들이 개인 신기록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며 선수들의 기능문제가 아닌 한국 지도자의 문제점을 보게 되었다. 이제는 옛날 방식의 훈련 프로그램이 아닌 앞서가는 일본에 지도자를 파견해서라도 훈련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 단기간에 좋은 성과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변화 시켜야 한다. 일본은 몇 년 앞을 생각하며 장기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하고 있다. 육상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렇다. 뚜렷한 대책과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일본과 한국의 격차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