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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미국대학농구, ‘부자 선수’, ‘가난한 선수’의 카스트 구조가 될 것인가

미국대학농구, ‘부자 선수’, ‘가난한 선수’의 카스트 구조가 될 것인가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올해 NCAA 대학농구 ‘3월의 광란’에서 우승을 차지한 빌라노바대 선수단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출처 : 빌라노바대 홈페이지)

 

   미국대학농구가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마침내 내려놓을 모양이다. 전미대학스포츠협회(NCAA) 산하의 대학농구는 그동안 학생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을 명분으로 아마추어 시스템을 전통적으로 고수해왔다. 미국 대학 농구는 간판 브랜드인 ‘3월의 광란’이 미프로농구(NBA)에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며 수십억 달러의 TV 중계권료를 받으면서도 대학교의 학생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 이외에 일체의 돈벌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선수들이 아마추어 신분이기 때문에 아무리 NBA급 선수가 배출되더라도 특별히 대우하거나 예외적인 사례를 적용하지 않고 규정을 철저히 시행했던 것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인해 NCAA는 선수들을 마치 노예처럼 부리며 대학팀들에 천문학적인 돈벌이를 하게 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NCAA의 철옹성 같았던 아마추어리즘 고수정책도 스포츠의 상업주의 앞에 마침내 무장해제를 면치 못하게 됐다.

 

   NCAA가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해 9월 연방 검찰의 기소 때문이었다. 연방 검찰이 유명 대학교, 대행사, 의류 회사 등이 선수들을 돈으로 매수하며 특별 대우를 했다는 사실을 적발해 기소함으로써 더 이상 아마추어리즘을 표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창립이후 최대 위기에 처한 NCAA는 기존의 규정을 바꾸는 개혁을 하기위해 위원회를 소집했으며, 마침내 이번 달 대학선수들과 NBA 드래프트를 둘러싼 일련의 규칙 개정을 발표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NBA 드래프트 참가자들이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하기 전에 공식 대리인을 고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에이전트를 허용하게 함으로써 드래프트 참가예정선수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미리 확인하고 입단을 원하는 팀들을 가늠해 볼 수 있게 됐다. 선수들은 드래프트 준비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정 비용을 지불하며 에이전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드래프트를 원하는 대학선수들은 프로팀이나 에이전트 등으로부터 어떠한 금품이나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철저히 금지시켰다.

 

   그러나 실제로 변경된 규칙으로 혜택을 입는 이는 극소수의 엘리트 선수로 한정되리라는 얘기이다. 제한된 수의 에이전트들이 잠재력 있는 선수들 중에서 특별한 선수들만 눈독을 들이기 때문이다. NCAA의 새로운 규칙은 대학 농구 환경을 ‘부자 선수’와 ‘가난한 선수’로 나누는 사실상의 ‘카스트 제도’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대학 농구 선수들이 운동에 대한 합당한 댓가를 포함해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고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농구를 잘하는 선수들은 좀 더 좋은 여건에서 프로행을 선택할 수 있고, 운동을 잘 못하는 선수들은 그만큼 프로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미국 남자대학농구 선수는 대략 3만명 안팎으로 대부분이 프로로 진출하지 못한다. 2% 안팎이 NBA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팀에서 활동하며 20% 이하가 대학 졸업 후 프로형태의 리그에서 뛴다. 따라서 드래프트에는 20%의 선수들이 에이전트와 계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선수들은 에이전트도 없이 임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대학 선수들 사이에는 카스트적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은 NCAA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프로로 가려는 선수와 실제 프로로 가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선수들 사이에 큰 갭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미국대학농구 조사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디비전 1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76%는 자신이 궁극적으로 NBA에서 뛸 수 있을 것으로 믿었으며, 디비전 2에서는 절반이상의 선수가, 디비전 3에서는 21%의 선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미국대학 농구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에 대한 미래의 전망이 없다는 것을 알면 알수록 실망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속 대학에 수백만 달러를 벌게 해주면서 정작 자신의 미래의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대학선수들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NCAA가 아마추어노선을 포기하고 상업주의 요소를 도입하는 새로운 규칙을 시행하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역풍이 불 지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대학 선수들이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