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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추진, 어떻게 해야 하나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개최 추진, 어떻게 해야 하나

 

글/ 김학수(한국체육대학교)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한이 공동개최를 추진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출처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한인들은 앞으로 13년후인 2032년, 한반도에서 세 번째로 열리게 될 지도 모를 올림픽을 가슴설레는 마음으로 손꼽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 정상이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를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9일 발표한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우리 민족의 기대를 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룰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남과 북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적극 진출하며, 2032년 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하였다”고 발표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등 앞으로 국제 대회에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한이 공동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2주전 한국의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체육부 장관 회의에서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한 공동유치 가능성을 밝혔다. 도 장관은 “북한이 참가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올림픽의 가치를 매우 잘 보여주었다”며 “ 남북한이 스포츠를 통해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몇 년 앞두고 있다. IOC 규정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지 결정은 개최년도 7년전 IOC 총회에서 하기로 돼 있어 오는 2025년에 최종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는 남북한을 비롯해 독일 뒤셀도르프, 호주 브리즈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OC는 최근 몇 년 동안 점차 규모가 커지고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올림픽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치 절차를 단순화하고, 이벤트를 간소화하며 여러 국가 도시들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IOC의 이러한 노력은 아시아 국가에서 3번 연속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하는 올림픽 붐을 유도하는데 기여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이 연속해서 열리게 된 것이다. 베이징은 지난 2008년 이미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었다. 특히 2024년과 2028년 하계올림픽은 프랑스 파리와 미국 LA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어서 2032년 하계올림픽은 아시아 국가에서 열릴 가능성이 높다.

 

   남북한은 아시아 국가들의 올림픽 붐을 타고 2032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할 경우, 1988 서울올림픽,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3번째 올림픽을 한반도에서 개최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2032년 남북한 올림픽 공동 개최에는 현실적으로 여러 문제가 걸려있다. 개폐회식은 남북한 어느 도시에서 개최할 것이며, 종목 분산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가 가장 큰 논란거리이다. 또 폐쇄사회인 북한이 참가 선수단과 해외 관람객, 보도진을 어떻게 대우할 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 공동 개최문제 등이 논의됐다가 빠듯한 일정 때문에 공동개최가 불발에 그쳤던 것도 현실적으로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한의 공동개최가 간단치 않은 일임을 보여주었다. 88서울올림픽에서도 남북한은 IOC의 중재로 수차례 회담을 갖기도했다. 1981년 바덴바덴 IOC총회에서 서울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이후 남북한은 1985년부터 북한의 참가문제와 북한 분산개최를 놓고 스위스 로잔에서 4차례 남북체육회담을 가졌으나 양측의 현격한 입장차이로 끝내 아무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당시 북한은 올림픽 개폐회식은 서울과 평양에서 각각 치르고, 개최 종목은 남북한 인구비례에 의거해 분산하자며 탁구 등 11개 종목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IOC는 인류화합과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IOC 헌장에 의거, 북한이 주장하는 공동개최는 인정할 수 없지만 가능한 일부 종목 경기를 북한에 배정하는 문제를 한국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남북한의 팽팽한 대립으로 결실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서울올림픽 당시와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적 상황이 크게 달라진만큼 2032년 올림픽 남북한 공동 개최는 남북한이 평화 증진에 기여하고 민족의 화합과 단결이라는 대명제를 이룩한다는 차원에서 과거와는 달리 양보와 타협으로 여러 문제들을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올해들어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남북한의 분위기가 계속 이어져 2032년 하계올림픽을 공동개최를 잘 추진해 한반도에서 세 번째 올림픽이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