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투고

'국가 열심히 부르면 이긴다'

'국가 열심히 부르면 이긴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영국 대표팀 로이 호지슨 감독은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전 선수들이 영국 국가 'God Save The Queen(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을 열정적으로 부르며 애국심을 보여주기를 주문했다. 그는 "너무 많이 바뀐 우리팀 선수들에게 상기시켜야 할 것이 있다. 국가를 열심히 부르는 것이다. 국가를 모두 잘 부를 지는 모르겠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 선수들이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호지슨 감독의 말처럼 영국 선수들이 경기를 앞두고 국가를 열심히 부른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영국은 브라질 월드컵 예선 D조에서 코스타리카, 우루과이, 이탈리아 등과 경기를 가져 1무 2패의 최악의 성적으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축구 종가로서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애국가는 역사적으로 국민 정체성을 창출하고, 발전시키는 데 활용되어왔다. 특히 사회적 유대관계와 결속을 다지고 국민들의 충성도를 강화하며 애국적 행동을 유도하는데 기여했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가 많이 연주되는 곳은 국제스포츠 이벤트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사랑을 받는 축구의 세계최고 이벤트인 월드컵에선 모든 경기 시작 전 양팀 선수들이 참가한 가운데 두 팀 국가를 나란히 부른다. 선수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열심히 국가를 따라 부르는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북한의 정대세와 같이 눈물을 흘리며 진한 감정을 표현 하기도 했다.

 

  올 2월 '유럽 스포츠과학 저널'에 축구와 애국가와의 경기상관성과 관련한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논문 제목은 '우리를 위해 노래하기: 애국가를 부르면서 나타난 팀 열정이 승리와 관련있다(Singing it for "us" : Team passion displayed during national anthems is associated with subsequent success)'이다. 내용은 선수들이 국가를 부르는 것을 보면 승패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논문서 영국 스태퍼드셔대 매듀 슬레이터, 호주 퀸드대 알렉산더 해슬램, 니콜라스 스테펜스 등 3명의 스포츠과학자는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를 분석했는데, 국가를 열심히 불렀던 팀들이 더 많은 골을 넣고 승리를 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별 경기가 아닌 토너먼트에서 국가 합창에 열정을 보인 팀들이 승리할 확률이 높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국가 정체성에 근거한 열정을 발휘하는 것이 승리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2016년 6월10일부터 7월10일까지 한달간 24개팀이 참가한 가운데 벌어진 유로 2016의 총 51경기를 분석했다. 102개의 국가는 BBC와 ITV 웹사이트 등에 올라있는 중계 화면을 통해서 샘플링했는데, 두 개의 조사 그룹으로 나뉘어 선수들의 국가에 대한 팀 열정도를 조사했다.국가에 대한 열정도가 가장 낮은 팀은 1점, 가장 높은 팀은 7점으로 배점했으며, 목소리 등의 언어적, 표정과 몸짓 등의 비언어적인 두 가지의 방법으로 평가했다. 배점은 스포츠사회학을 전공한 대학원생들이 했으며, 평가에서 높은 수준의 신뢰도를 받았다.

 

  이 연구는 제한점을 갖고 있다. 선수들 개인별 열정에 대한 경험이나 사회적 정체성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3자적인 관점과 혼합해 판단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는다. 앞으로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 경기전 국가를 부를 때의 느낌과 자세, 태도 등에 대한 반응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자체는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미완의 영역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평가받을 만하다. 애국가가 사회적 일체감을 조성하고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을 이론을 넘어서 실제적으로도 기여한다는 사실을 스포츠, 특히 축구를 통해 밝혔다는 데 의의를 둘 만하다.  

 

  논문의 연구 결과 때문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을 비롯한 각국 선수들의 경기 전 국가를 부르는 장면을 새롭게 지켜볼까 한다. 국가 부르기부터 경기 결과 예측을 해보는 축구팬들의 시선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서 경기 전 애국가를 부르는 한국축구대표팀.  사진은 뉴스1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