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주의보 속에 방치된 육상 선수들의 안전
글/ 신용욱(서강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
지난 7월말 안양시 소속 선수들과 함께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강원도 홍천으로 향했다.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었다. 홍천이 40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로 선수들은 고생했다. 대회 기간 동안 지낼 호텔에 도착 후 에어컨부터 찾기 시작했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경기 시간표를 확인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하여 오후 8시까지 경기가 진행되었다. 폭염 속에서 가장 더운 시간대에 경기가 진행되어 선수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며칠 전, 예천에서 열린 전국 중·고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여자고등부 5000m에 출전한 선수가 골인 후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이 경기 중에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실업팀 선수들의 경우 전국체전 선발이 걸린 마지막 대회였다.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기록을 내야만 했다. 하지만 무더운 날씨 속에서 낮 시간대에 대회가 운영 되어 선수들의 기록은 저조했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 대회였다.
(강원도 홍천에서 열린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1일차 경기시간표/ 출처 : 한국육상실업연맹)
경기장의 상태도 문제였다. 선수들이 몸을 풀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보조경기장에 그늘이 없었다. 선수들은 더위에 노출이 되었고, 경기를 임하기 전부터 지친 기색을 보였다. 더위의 영향으로 기록도 저조했다. 대회에 참가 한 김민수(25·영동군청)는 “날씨도 너무 덥고, 경기장에 그늘이 없어 쉴 곳이 없었다. 경기 전부터 더위를 먹어 기록이 좋지 않았다”라고 말했으며, 이효준(20·고양시청)은 “경기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대에 진행이 되었다. 야간경기가 진행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 하고 있다.
(그늘이 없는 강원도 홍천의 보조경기장/ 출처 : 신용욱 기자)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서 대책이 필요하다. 육상 선진국 일본의 경우 날씨가 더운 여름에는 기온이 낮은 북해도(훗카이도)에서 대회가 진행된다. 한국 선수들도 매년 여름이 되면 참기해 좋은 기록을 내는 대회이다. 대회 경험이 있는 최민용(24·코오롱)은 “북해도의 여름은 쌀쌀합니다. 여름에 긴 옷을 입고 몸을 풉니다. 대회는 보통 오후와 야간에 이루어지며 경기를 하기에 최적의 날씨입니다. 때문에 많은 한국 선수들이 이 대회에서 개인 신기록을 달성 합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도 여름에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은 지역이 있다. 선수들이 더위를 피해 전지훈련을 떠나는 강원도 산간지방이나 전라도 지리산지역의 경우, 비교적 날씨가 선선하다. 해가 지날수록 여름의 기온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선수들에게 정신력을 요구할 수준이 아니다.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대회 장소와 경기 시간대를 조율하는 등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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